[프라임경제] 대웅제약(069620)과 메디톡스(086900)와의 '보톡스 균주 전쟁'이 더욱 치열해지는 모양새다. 메디톡스는 최근 대웅제약이 내놓은 포자 감정시험 결과를 신뢰할 수 없다고 주장하는 반면, 대웅제약은 메디톡스가 설득력이 떨어지는 거짓말을 하고 있으며 제2의 인보사 사태가 우려된다는 입장을 밝혔다.
지난달 대웅제약은 현재 메디톡스(086900)와 진행 중인 미국 ITC 소송에서도 대웅제약의 균주가 명확하게 포자를 형성하는 것이 확인됐다고 발표했다.
그동안 메디톡스는 자사의 보툴리눔 톡신 제조에 사용되는 Hall A Hyper(홀A하이퍼) 균주는 어떠한 환경에서도 포자를 생성하지 않는다고 미국 ITC 소송에서도 지속적으로 주장해왔다. 이 실험을 통해 균주가 포자를 형성함에 따라 메디톡스와는 다른 균주라는 것을 입증했다는게 대웅제약 측의 설명이다.
또한 감정결과에 따라 메디톡스 균주를 훔치지 않았다는 것이 입증된 만큼, 메디톡스에 책임을 물을 것이라고 했다.
◆메디톡스 균주에서도 포자 형성…대웅 "거짓말과 말 바꾸기 중단해야"
대웅제약의 균주 시험 결과 발표 후 메디톡스도 이달 초 자사 보툴리눔 톡신 균주를 검사한 결과 포자가 생된 것을 확인했다고 밝혔다.
메디톡스는 "대웅제약이 진행한 포자 감정 방식은 기존의 통상적인 방식과 다른 이례적인 것이라며 "해당 방식으로 실험을 진행하자 포자가 형성되지 말았어야할 메디톡스 균주에서도 포자가 형성됐다"고 설명했다.
메디톡스는 이 같은 결과를 지난달 20일 미국 국제무역위원회(ITC)에 제출했다고도 밝히며, 미국에서의 법적 다툼을 위해 법정대리인으로 미국 검찰 검사장 출신이자 한국계 변호사인 준킴 한국명 김준현 씨를 선임하기도 했다.
이에 대해 대웅제약은 메디톡스가 전세계 최고 보툴리눔 전문가들이 수십 년간 한번도 포자를 형성한 적이 없다는 홀A하이퍼 균주가 갑자기 포자를 형성한다며 설득력이 떨어지는 거짓말을 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2019년 1월30일자 변론준비기일 조서에서 메디톡스 균주가 어떤 조건에서도 포자를 형성하지 않음에 대한 내용 발췌. ⓒ 대웅제약
대웅제약 측은 "메디톡스는 2017년 10월의 소장에서부터 자신들의 균주가 포자를 형성하지 않는다고 주장했고, 심지어 2019년 1월에는 자신들의 균주가 감정시험 조건을 포함한 어떠한 조건에서도 포자를 형성하지 않는다고 법정에서 공언한 바 있다"며 "팝오프 교수와 박주홍 교수가 국내민사소송의 감정시험에서 사용한 조건은 이미 민사 감정시험 1년여 전부터 메디톡스에 공개된 바 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이에 국내 민사소송 재판부는 그 진술을 법원 조서에 기록한 다음, 메디톡스 균주에 대한 포자 감정은 철회하도록 허용했다. 그런데 이제 와서 대웅제약 균주가 포자를 형성하는 것으로 밝혀지자, 메디톡스가 손바닥 뒤집듯 입장을 180도 바꾼 것"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메디톡스는 민사소송을 제기한 이래 지난 2년간 계속해서 자신들의 균주는 포자를 형성하지 않는 균주라고 주장해 왔을 뿐만 아니라, 그 이전에도 포자를 형성하지 않는다는 점에서 자신들의 제조공법이 우수하다는 홍보를 해 왔다는 것.
따라서 메디톡스의 이번 포자 형성 시험이 자신들이 기존에 사용하던 균주로 한 실험이라고 보기 어렵고, 메디톡스가 균주를 바꿔치기했을 가능성을 배제하기 어렵다는게 대웅제약 측의 주장이다.
또한 포자형성시험의 조건이 이례적이라는 주장도 거짓이라고 강조했다.
대웅제약 측은 "대웅제약 균주가 포자를 형성한 시험조건은 감정시험을 시작하기 1년 2개월 전인 2018년 5월에 이미 법원에 제출되었고 메디톡스는 감정시험 조건에 처음부터 동의하고 이례적이라는 지적은 전혀 한 바가 없었다"며 "실제로도 포자감정 시험에 사용된 열처리의 온도 조건과 시간, 배지, 배양온도 등은 모두 전혀 특별하지 않고 매우 일반적인 포자 확인시험 조건에 해당한다"고 설명했다.
더불어 메디톡스가 이러한 사실을 알고도 소송을 제기했다며, 이는 소장부터 거짓말로 시작된 소송사기에 해당한다고 주장했다.
대웅제약 관계자는 "그간 메디톡스는 대웅제약의 균주가 포자를 형성한다면 이는 균주를 바꿔치기해 감정한 것이므로 감정결과를 믿을 수 없다고 주장했다. 감정대상 균주의 시험결과가 과거 대웅제약이 식약처에 제출한 자료와 동일한지 비교까지 했다"고 말했다.
이어 "그런데 대웅제약의 균주가 포자를 생성하는 것으로 확인되자 대웅제약이 균주를 바꿔치기했다고 주장하다가, 이번에는 갑자기 자신들의 균주도 포자가 생성된다는 황당한 주장을 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계속해서 "이제는 메디톡스가 무슨 말을 하더라도 신뢰할 수가 없는 상황"이라며 "제2의 인보사 사태가 우려되고 균주 출처부터 검증받아야 한다. 메디톡스는 더 이상의 거짓말과 말 바꾸기를 즉각 중단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보톡스 매출 1조 이상 기대…가열되는 '진실 공방'
업계는 대웅제약과 메디톡스가 양보 없는 대립각을 세우는 이유에 나보타(대웅제약), 메디톡신(메디톡스) 보툴리눔 톡신 제제가 양사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크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양사 모두 보툴리눔 톡신 제제를 통해 매출 1조 이상을 기대하고 있기 때문. 국내에서 메디톡스는 2006년, 대웅제약은 2014년 각각 보툴리눔 톡신 허가를 받아 보톡스 시장에 뛰어들었다. 대웅제약이 메디톡스보다 허가를 늦게 받았지만, 세계 최대 의약품 시장인 미국 진출에선 메디톡스를 앞서고 있다.

감정 시험에서 대웅제약의 보툴리눔 균주가 포자를 생성한 모습. 붉은색 화살표가 포자 형성 이미지이며 다량의 포자가 선명하게 생성된 모습이 감정 결과로 확인됐다. ⓒ 대웅제약
실제 대웅제약은 지난 10월1일 독점 파트너사인 에볼루스가 유럽연합 집행위원회로부터 '누시바(Nuceiva)' 유럽 최종 품목허가 승인을 받았다. 승인을 통해 대웅제약은 전세계 보툴리눔 톡신 시장에서 약 70% 이상을 차지하고 있는 미국과 유럽에 동시 진출하게 됐다.
앞서 나보타는 올해 2월 국산 보툴리눔 톡신 최초로 미국 FDA 승인을 획득한 후 5월 '주보(Jeuveau)'로 미국에 공식 출시했다.
현재 메디톡신은 미국 임상 3상 진행 중으로, 올해 2월 중남미 시장 공략 전초기지인 멕시코 시장에 진출했고, 중국 품목허가도 신청했다. 메디톡스는 메디톡신이 올해 중국에서 허가를 받으면 오는 2021년까지 시장점유율 20%를 달성할 것으로 예상된다.
업계 관계자는 "후발주자인 대웅제약이 국내 점유율 1위인 메디톡스를 제치고 세계 최대 시장인 미국에 먼저 진출하게 되면서 양사 균주를 둘러싼 기술탈취 공방이 가열되고 있다"며 "양사의 '진실 공방' 역시 글로벌 시장에서 보툴리눔 톡신 제제가 차지하는 비중과 이에 따른 부담감이 상당 부분 작용하고 있기 때문"이라고 진단했다.
한편 대웅제약과 메디톡스는 지난 2016년부터 보툴리눔 톡신 균주를 놓고 공방을 벌이고 있다. 2016년 11월 메디톡스는 보툴리눔 톡신 균주를 대웅제약이 훔쳐 갔다고 주장하기 시작했고, 대웅제약은 메디톡스와는 다른 균주라며 맞서고 있다.
메디톡스는 올해 초 미국 파트너사인 엘러간과 함께 제품 제조공정기술문서가 유출됐다며 대웅제약과 미국 파트너사 에볼루스를 ITC에 제소했다.
국내를 넘어 미국으로 이어진 '보톡스 진실 공방'은 ITC 최종 판결에 달렸다. ITC는 양사 보고서를 제출받은 뒤 내년 2월 재판을 시작해 6월 예비 판결을 내릴 예정이다. 최종 판결은 내년 10월에나 나올 것으로 예상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