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라임경제] 반도체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메모리 반도체 업황이 주요 기업들의 개별 상황은 물론 경기 전반에도 영향을 미치는 면이 커서다.
일단 삼성전자는 '반도체 보릿고개'를 넘어선 상황이다. 23일 금융정보업체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삼성전자에 대한 증권사들의 3분기 영업이익 평균 전망치는 6조9684억원으로 집계됐다.
사상 최대치였던 지난해 3분기(17조5749억원)보다 60% 넘게 줄었다. 기대치가 크지 않은 이유는 반도체 부문의 실적 회복 전망이 불확실하기 때문.
반도체 부문은 그간 삼성전자의 성장을 견인해 왔다. 사상 최대 실적을 낸 지난해의 경우 반도체 부문의 영업이익률은 무려 50%를 상회했다. 그러나 재고물량에 따른 제품 값 하락으로 올 상반기 영업이익률은 24%로 급락했다.
현재 모바일 영역이 선전하고 있고, 신작 갤럭시폴드 역시 이 같은 상황을 계속 이어갈 효자 상품으로 등극할 것이 점쳐지면서, 전체적인 실적 전망에 큰 기여를 하고 있다. 바꾸어 말하면 모바일이 반도체를 견인하고 있다고 할 수 있다. 업계에서는 이런 상황이 연말까지 이어질 것으로 보고 있다.
◆바이어들과의 서버 증설 시기 밀당에 달린 반도체 업황
마이크로소프트·아마존 등 주요 반도체 구매자들이 재고물량이 더 줄 때까지 서버 증설을 미룰 가능성이 문제로 지적된다.
일부에서는 D램과 낸드플래시 모두 재고가 줄고 있고 수요나 가격 문제가 바닥을 친 것으로 풀이하기도 한다. 구매자들 역시 D램 업체들의 공급 축소 전략이 유지되는 상황에서 더 이상의 가격 인하를 요구하며 버티는 대신 적당한 협상을 할 것이라는 관측도 보태진다. 다만 연말까지는 뾰족한 반등 기미를 잡을 수 없는 게 아니냐는 회의론이 겹치고 있다.
반도체는 우리나라 정보통신기술(ICT) 분야 수출의 근간을 이루는 주요 요소 중 하나이며, 반도체 수출 부진은 ICT 수출에 큰 영향을 주는 한편 여타 경제 제반 여건까지 파장을 미친다.
22일 산업통상자원부에 따르면 지난달(8월) ICT 수출액은 152억3000만달러로 전년 동월 대비 24.5% 감소한 상황. 지난해 11월부터 10개월 연속 하락한 것도 문제지만, 감소율이 24%를 넘은 것도 2014년 이후 처음이라는 점에서도 충격적이다.
여기에는 지난달 반도체 수출액이 80억9000만달러로 전년 동월 대비 30.5% 줄어든 게 큰 원인이 된 것으로 풀이되고 있다.
반도체와 국내총생산(GDP) 성장률, 전체적인 경기 흐름에 작용하는 영향도 주목할 필요가 있다.
SK증권은 23일 보고서에서 반도체 등의 업황 개선 흐름이 이어질 경우를 예측한 바 있다. 이 보고서는 반도체 업황 회복이 이어진다면 내년 반도체 수출 증가율은 최대 20%에 달할 것으로 추정된다고 짚었다. 가장 좋은 경우, 2.6%의 경제성장률을 달성할 수 있을 것이라는 얘기다. 이 보고서는 내년 연간 성장률 전망 범위를 2.2%∼2.6%로 제시했다.
그러나 현대경제연구원은 22일 반도체의 내년 시장 전망을 다소 개선되나 2018년 흐름에는 미치지 못하는 수준이 될 것으로 전망했다. 현대경제연구원은 보고서에서 내년 한국 경제 성장률을 2.3%, 올해는 2.1%로 전망했는데, 조심스러운 입장을 내놓는 원인에는 여러 가지가 있겠으나 특히 설비투자 증가율은 올해 -5.4%, 내년 2.8%로 예상했다는 게 두드러진다. 설비투자 이슈는 대내외 여건에 따른 경제 주체들의 반응(심리)을 가늠하는 요소이자, 반도체 등의 투자에 큰 영향을 받는 영역이다.

문재인 대통령이 산업시찰 중 반도체를 들여다 보고 있다. ⓒ 연합뉴스
현재 우리나라가 공식적으로 경기둔화에 빠졌음을 고려하면 이런 연관성은 의미를 갖고 들여다 볼 만한 대목이다.
한국개발연구원(KDI)는 지난해 11월부터 지난 3월까지 5개월 연속 '경기 둔화'란 표현을 써오다가 지난 4월부터 '경기 부진'으로 우려 수위를 한층 높인 바 있다. 이를 놓고 지나친 분석이라든지, 불안감을 조장한다는 비판도 적지 않았으나 결국 정부에서도 이달 들어 이런 부진 풀이에 공식적으로 인정하면서 경기 상황의 문제점은 이제 기정사실화됐다. 불과 얼마 전인 20일 국가통계위원회 자리에서다.
통계청에 따르면, 우리 경제는 2013년 3월을 저점으로 2017년 9월까지 54개월(4년 6개월) 동안 경기가 상승하다가, 이후 내리막을 걷고 있다. 24개월째 '경기 하강'을 겪고 있다는 것을 인정한 것이다.
최근 거시 경제 여건은 2016~2017년 상반기까지 짧고 완만한 경기 회복 이후 2017년 하반기부터 느리게 가라앉던 상황이었음이 이제 확연해졌다.
의미 있는 흐름은 설비투자 동향. 2017년 1~3분기 전년 동기 대비 17.4~19.2% 늘어났던 설비투자 증가율은 2017년 4분기~2018년 1분기에 10.2~10.4%로 내려간 이후, 2018년 2분기부터 계속 마이너스를 기록하는 추세다.
즉 이를 종합하면 그나마 2018년에 일종의 착시를 일으킨 표현하기에 따라서는 그나마 한국 경제 전반을 이끌었던 에너지 공급은 반도체 및 석유화학 등의 수출에서 비롯됐다는 것이다.
즉 다른 여러 부진에도 반도체 등이 경기 전반을 견인할 정도로 호조를 보인 것이 경기 둔화 폭을 줄일 수 있었다는 것이고, 그렇게 어느 정도 기간에는 둔화 폭을 줄이긴 했으나 설비투자 물꼬가 끊기는 전반적인 경제 여건에서 반도체만이 홀로 버틸 시간은 제약이 있을 수밖에 없었다는 뜻이기도 하다.
반도체가 가격 안정세를 빨리 잡고, 이 여세를 몰아 수출 전망 등을 과감하게 잡아 설비투자 등에 마중물을 부어주지 않는다면 전체적인 사이클 구성에 어려움이 크다는 점은 이제 분명하다. 이런 상황에서 한국 반도체 업계는 일본과의 무역 분쟁과 소재 확보 전쟁(화이트리스트 배제)에서 지원을 받기 보다는 오히려 전체적인 전선에서 돌파구를 직접 확보하는 역할을 떠안고 있다. 기업이 마음놓고 투자할 제반 여건이 아니라는 해묵은 지적 역시 풀리지 않고 있다.
소득주도성장 논란 등 정부가 경제 담론을 놓고 제 역할을 못 하고 있다는 문제도 심각하지만 이는 어찌 보면 당장 해결할 수 있거나 방향 논쟁을 끝낼 수 있는 영역은 아니다. 다만 잘 하는 일을 더 잘 할 수 있도록 방안을 찾아주는 구체적 지원이 더 급선무라는 지적이 그래서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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