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라임경제] 코끼리 공연으로 유명한 제주도 '점보빌리지'가 다양한 소송에 휘말렸다. 주식양도 무효 논쟁부터 주주총회 결의안 무효 논쟁까지, 경영진과 투자자·감사 간의 갈등으로 골머리를 앓고 있는 상태다.
점보빌리지는 (주)백상이 운영하는 사업체. 제주도에 있는 동물체험형 시설을 운영하고 있다.
(주)백상의 설립에 큰 기여를 한 사실상의 자금원은 박성○-한승○씨 부부. 충청북도 청주에 사는 이들은 부인 한씨의 명의로 지분을 보유하는 식으로 회사를 설립했다.
아울러 점보빌리지 운영에 필수적인 코끼리를 외국에서 도입하는 데 공로를 세운 송상○씨가 지분 일부를 보유하고, 감사를 맡았다. 여기에 박성○-한승○씨 부부는 자신이 수시로 제주도에 드나들면서 경영하기 어렵다는 한계 때문에 자신의 지인 김용○씨(작고)에게 경영을 맡겼다.
이후 김용○씨 가족(부인 박문○씨, 딸 중 하나인 김경○씨)들이 경영을 도맡는 구조로 사실상 큰 간섭 없이 운영이 이뤄져 왔다. 하지만 김용○씨가 2018년 7월 별세하면서 문제가 불거졌다.
재산 관리가 방만하게 제대로 되지 않는다는 불만에 본격적으로 한승○씨 측에서 문제 제기에 나선 것.
◆주식양도 무효 논란, 태풍의 눈 되다
논란이 되는 점은 다음과 같다. 2014년도 주식등변동상황명세서 기준(2015년 3월 발행된 것)으로 박문○씨는 전체 지분 중 48.5%, 한승○씨는 39%, 감사 송상○씨가 12.5%의 지분을 가지고 있었다.
사실상 고 김용○씨와 그의 유가족들이 경영을 맡아온 점이 별로 이상해 보이지 않는다. 간단히 보기엔, 점보빌리지가 이들 일가의 소유라고 말할 수도 있는 셈이다. 하지만 박성○-한승○씨 부부와 감사 송상○씨의 주장은 다르다.

(주)백상은 5명의 지분으로 설립됐지만 시간이 흐르면서 박문*씨 일가의 지분률이 올라가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 프라임경제
당초 회사 설립 당시에 참여했던 다른 주주들이 지분을 정리하고, 이들 주주들의 지분을 회사 돈으로 자사주로 사들이기로 했는데 어느 새 박문○씨 등 개인 명의의 지분인 것처럼 둔갑했다는 주장이다.
문제는 또 있다. 이후 지분 변동 사항을 조사해 보니, 박문○씨가 한승○씨의 지분도 차지해 버렸다는 의혹이다. 박성○-한승○씨 부부는 자신들의 지분을 매각하기 위해 적당한 사람을 물색해 처리해 달라고 고인이 된 김용○씨 일가에 일임한 적이 있다.
그런데 이를 제대로 마무리하지 않고, 나중에 아예 자기들 일가 앞으로 옮겨 정리했다는 주장이다.
주식을 대신 매각해 주거나 하는 경우, 돈이 오갈 수밖에 없다. 제대로 돈(혹은 돈의 일부)이 오가지 않으면 매각이 원만히 진행되지 않는 것으로 판단할 수 있고, 반대로 일부라도 돈이 오가면 뭔가 진행되고 있다고 생각할 수 있다.
그런데 2014년 한승○씨의 계좌에 고창○씨의 명의로 8000만원이 입금된 적이 있다. 박성○씨와 한승○씨 측에서는 주식 매각이 제대로 진행되고 있는 것으로 오해할 수 있는 부분이다.
하지만 고창○씨의 사실확인서에 따르면 2014년 1월 경 송금된 이 돈은 고씨가 보낸 것이 아니다. 그는 이것이 박문○씨의 딸인 김경○씨의 행위이고 자신과는 전혀 상관없는 송금이라는 확인서를 작성했다.
뒤늦게 논란의 상황을 파악한 박성○씨와 한승○씨 부부는 지분의 양도를 무효로 해달라는 소송을 제기했다. 아울러 주주총회 무효도 주장하고 나섰다.
한씨 부부가 뒤늦게 문제 제기에 나선 가운데, 감사 송상○씨 역시 운영상 문제점을 알아보기 위해 전직 직원 및 투자자들을 만나 상황을 수소문했다. 그는 박문○씨와 김경○씨 모녀가 경영이익 착복(횡령 및 배임 등)을 했다고 주장한다.
점보빌리지 내 매점에서 일했던 직원의 사실확인서에 따르면, 매점 수익으로 평균 일당 80만원을 벌었고 그 중 일부 매출액을 김경○씨한테 현금으로 줘야했다는 것. 이 매장은 2012년 사업자등록증 명의상 김경○씨 개인의 것으로 등록됐다.

매점 등 편의시설이 김경*씨 명의로 등록된 사업자등록증으로 송상*씨는 회사 총칙 2조를 위반했다고 주장하고 있다. ⓒ 프라임경제

매점사업자인 김경*씨에게 현금으로 일정량을 줘야 한다는 직원들의 진술도 확보했다. ⓒ 프라임경제
동물원에서 매점 등 편의시설은 이익을 낳는 중요한 부분이다. 따라서 회사가 직영으로 운영하고 이익을 챙기는 게 일반적이다. 심지어 대주주의 가족이라도, 제대로 된 주식회사의 경우 이들 개인 앞으로 수익성 사업을 합당한 이유 없이 몰아주지 않는 게 상식이다.
그런데 왜 김경○씨가 개인사업으로까지 등록해서 매점을 운영하고 있었는지, 어떤 절차를 거쳐 노른자위 이권을 개인에게 넘겼는지 의문이 남는다.
기자가 답변을 요청했지만 정확한 해명이 없다. 이런 몇몇 문제는 현재 별도로 제주지방검찰청에 형사 고소가 접수돼, 담당 수사관이 배정된 상태다.
◆설립 후 첫 주총, 감사보고·해임 안건 빠진 채 진행 무리수
그 외에도 감사 송상○씨는 의혹들을 제기하고 자료를 요구하는 한편, 2019년 3월 주주총회에 직접 참석, 문제점을 거론했다.
하지만 박문○씨와 김경○씨 모녀는 그의 자료요청을 거부했고, 2019년 3월엔 감사보고 없이 주주총회를 진행했다.
이들은 3년에 한 차례씩 재선임하는 방식으로 매번 임기 연장을 해 왔으나 이번 주주총회에서 자본금 10억 미만의 회사에선 감사를 두지 않아도 된다며, 이젠 그렇게 하지 않겠다며, 감사 송상○씨를 해임한다고 현장에서 통보해 논란이 일고 있다.
상법 제409조 제4항에 의하면 자본금의 총액이 10억원 미만인 회사의 경우에는 감사 선임을 안해도 된다는 특례가 있어 박문○씨와 김경○씨 모녀 등의 주장이 타당한 것으로 볼 수 있지만, 제6항에서 감사를 선임하지 않은 경우, 주주총회에서 감사의 역할을 대신한다고 단서가 있다.
주주총회 안건은 또한 사전에 미리 보고해야 한다. 감사 해임(임기가 만료된 감사를 다시 선임하지 않기로 함)의 건은 제대로 안건 상정이 된 것도 아니었다는 게 송씨의 지적이다.
현재 한승○씨는 지분 양수 무효를 주장하고 있다. 또한 송상○씨 역시 자신의 지분이 있는 상황이므로 앞으로 열릴 주주총회에서 문제를 제기할 수도 있다. 결국 박문○씨 일가가 일방적으로 임기가 끝났고 앞으로 그를 감사로 인정하지 않겠다고 처리할 수 있는지도 의문이다.
그리고 그동안 주주총회가 제대로 열린 적이 없었다는 정황도 드러나 그야말로 박문○씨 일가에서 임의로 운영된 게 아니냐는 의혹도 나온다.
주주총회는 상법 제365조의 내용에선 매년 1회 이상 일정한 시기에 소집해야 한다. 하지만 3월 주주총회 현장 녹취록에 의하면, 감사 송씨 등이 20년 넘게 주주총회가 열린 적이 없다고 불만을 터뜨린 점이 있고, 주주총회를 처음 시작할 때 박문○씨-김경○씨 모녀가 사실상 회사가 세워진 이후 처음 격식대로 주주총회를 진행한다고 말하는 점까지도 확인된다.

주주총회 녹취록에서 박문*씨-김경*씨 모녀가 회사가 설립된 이후로 처음 진행한다고 밝혀 상법 제365조를 어겼다는 의혹이 있다. ⓒ 프라임경제
결국 앞으로 정기적인 주주총회 개최 여부가 불분명한 상황에서 감사 송상○씨를 해임하는 것이 박문○씨와 김경○씨 등 일가족이 점보빌리지를 독차지하기 위함이 아니냐는 우려가 있다.
본지는 박문○씨와 김경○씨에게 취재 과정에서 불거진 각종 문제에 대해 문의하고, 이런 논란을 반박할 수 있는 자료가 있으면 제출해 달라고 요구했다.
하지만 이들은 재판 중이라며 대부분의 의혹이 감사 송씨 등의 일방적인 주장이라는 짤막한 답변만 내놨다.
◆두 달간 준비한 답변서도 논리 부실해
그렇다고 법원에 신빙성 있게 주장을 입증한 것도 아니다. 이들은 주총 결의 무효 소송(5월에 제기)을 맡은 재판부에 7월 중순에 답변서를 제출했다. 이들은 2000년대 초반경 한승○씨에게서 고 김용○씨(박문○씨의 남편, 김경○씨의 부친)가 주식을 양도받기로 하고 대금을 1억5600만원으로 정했으며 이를 전부 지급했다고 주장했다. 그럼에도 주식이 제대로 양도되지 않았고, 나중에야 지분의 이동이 이뤄진 것이라는 설명이다.
하지만 1억원이 넘는 돈이 지급된 증거(송금기록, 영수증)가 있다면 제출이 이뤄졌어야 하는데 답변서에서도 그런 입증 자료는 제출되지 않았다. 제소된 지 두 달 동안 고심한 끝에 나온 답변서인데, 핵심적 증거가 없는 셈이다. 그래서 이 주장에도 신빙성이 떨어진다는 반론이 나온다.
따라서 매매대금이 정상적으로 오간 게 없다면 물건을 되돌려 놓든지(주식 이전을 원점으로 돌려서 한승○씨 지분을 되돌려주든지), 아니면 물건값(1억5600만원 상당)을 지금이라도 한승○씨에게 지급하든지 세밀히 따져봐야 할 것으로 보여 주목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