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라임경제] "가마솥밥, 떡 종류 등 먹거리는 밥맛이 좋기로 소문난 이천에서 재배한 '추청'쌀을 이용합니다. 농협에서 구매한 '이천'에서 난 '추청'쌀만 고집합니다."(올해 이천 쌀축제 현장의 가마솥밥 매표소 관계자)
농업 중에서도 가장 중요하게 취급되는 영역이 바로 벼농사(쌀)다. 우리 식단의 주식이기 때문. 또한, 자급률이 낮아 수입에 의존하는 대부분의 작물과 달리 필요량 이상을 생산해 내고 있어, 부분적이나마 식량주권을 지키는 데 성공했다는 상징성도 갖고 있다.
하지만 막상 쌀에 대한 무관심이 높다. 모르고 막연히 좋다고 알려진 것, 우리 것으로 알고 먹는 상황이다.
예를 들어, 선호도와 유명세가 높은 '이천쌀'만 해도 그렇다. 임금님께 진상했다는 점을 내세우고 있고, '이천 쌀축제'도 치른다(금년의 경우 17일부터 21일까지 진행). 위의 축제 현장 관계자 발언처럼 맛좋은 특정 품종을 내세우기도 한다.

이천쌀은 조선시대 진상미로 인정받는 등 맛있는 쌀이라는 이미지를 갖고 있지만 실질적으로는 추청이나 고시히카리 등 일본 품종이 큰 부분을 차지하고 있다. ⓒ 이천쌀문화축제추진위원회
하지만 대단히 좋은 품종처럼 내세우는 추청은 사실 일본에서 온 것. 추청은 1969년에 처음 도입됐다. 또, '임금님표이천브랜드관리본부'에서 발행한 브로셔에는 '고시히카리'와 '히토메보레' 품종도 이용한다고 나와 있지만 이 품종들도 모두 일본에서 도입된 것이다.
축제 전반이 일본 품종에 지배되고 있는 셈. 이런 상황에 대해 이천 쌀축제 현장을 찾았던 관람객 A씨는 "몰랐다. 그동안 밥을 접하지만 이천쌀이 좋다는 것만 알지 쌀 품종에 대해서 무관심했었다"고 말했다. 추청이라는 쌀 품종을 알고 있는 관람객 B씨도 "이천에서 나오는 품종만 알아 다른 품종이 있는지 몰랐다"고 답했다.
이와 관련, 이천 쌀축제 현장에서 만난 농민 C씨는 "신토불이도 좋지만 생산성이 낮고 맛이 없으며, 시중에 인기가 없어 일본 품종을 심는다"고 말했다.
과연 이 농민의 이야기는 맞는 것일까? 농촌진흥청이 개발한 벼 품종은 2018년 3월 기준 278가지로, 그 중에서 밥쌀용이 194품종이다. 한편 농진청에서 '최고품질'로 지정한 품목은 14품종(운광, 고품, 하이아미, 삼광 등)이 있고 '고품질'로는 고운, 오대벼, 삼덕 등 180품종이 있다.

쌀은 우리 식단의 가장 중요한 구성 요소이고 자급 상황을 달성했으나, 막상 품종에서는 외래종이 득세하고 있다. 사진은 전통방식으로 밥을 짓는 모습. ⓒ 프라임경제
아울러 최근에는 민간 육종회사나 육종전문가들도 쌀 품종 개발에 관여, 일본 품종을 대체할 국산 품종들이 적잖이 있다는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천시 지역 벼 종자 신청·공급 현황'에 의하면, 작년 이천시 대월 농협의 전체 신청량 35.28톤 중 추청은 29.68톤이나 차지했다. 국산 품종인 하이아미와 삼광은 각각 0.34톤, 0.22톤을 신청한 데 그쳤다. 또 올해 기준 이천시 대월 농협의 전체 신청량 30.72톤 중 추청은 26.8톤이다. 반면 농진청의 최고품질인 삼광은 0.18톤으로 약 0.6%에 머물렀다. 매년 국산 품종을 1톤 미만으로 신청, 심는 것으로 보인다.
축제에서만이 아니라 생산의 전체적인 추세에서 우리 품종이 고전하고 있는 흐름이 지속되고 있는 셈이다.
품종 개발로 맛 문제 등 해결이 이미 이뤄지고 있음에도 고정관념이 작용, 우리 쌀의 명산지로 꼽히는 곳에서조차 외래 품종이 득세하는 경향이 개선되지 않고 있는 게 아니냐는 우려가 나온다.
즉 대체재를 개발해 놓고도 생산지에만 초첨을 맞춘 홍보 관행에 익숙해지고, 품종에 대한 무관심으로 인해 국산 쌀품종이 아닌 일본 품종에 매달려 온 게 아니냐는 질문에 우리 스스로 답할 때가 된 것이다.
이에 이천시는 "지역 벼품종 대체를 위해 노력하고 있으며 2021년에 국산 품종을 1000ha를 보급하고 2022년까지 이천 전 지역에 확대할 계획"이라고 답했다.
한편 25일에는 경기도농업기술원에서 농촌진흥청, 소비자시민모임, 농협관계자 등 외부 전문가를 초청한 품평회가 열리기도 했다. 이미지 메이킹 외에도 성공적으로 지역 벼품종을 국산 품종으로 대체하는 노력에 속도가 붙을 예정이라 성공 여부에 귀추가 주목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