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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벽 2시 칼질 시작, 이리와 알 척척 골라야 '복어 전문가'

'안전사고 걱정' 씻는 손길, 새벽부터 분주…파인씨푸드 진태훈 이사의 '복 스토리'

박성현 기자 | psh@newsprime.co.kr | 2018.10.06 14:03:58
[프라임경제] 맛은 있는데 독이 위험하다. 북송 시대의 유명한 시인 소동파도 복어를 가리켜 "죽음과 바꿀 가치가 있을 정도로 맛있다"고 호들갑스럽게 찬양했다. 위험성만 제거하면 이렇게 호사스러운 요리도 없지 않을까? 

그래서 개별 식당의 솜씨가 중요하다. 아울러 요새는 그에 못지 않게 복어 공급 체계에서 공급자 역할도 중요하게 떠오르고 있다. 미리 독을 제거해 공급하는 역할을 맡기 때문. 복어를 조리할 전문 자격을 가진 이들이 크로스체크를 하는 셈이다.

위험하지만 맛있는 복어. 먹을까 말까 고민하는 둣한 고양이의 모습이 재미있다. ⓒ 뉴스1


복어 사고 특히 복어 알 관련 사고가 종종 일어나 사람들 입길에 오르내릴 때 이들은 답답해한다. 진태훈 파인씨푸드(복 주는 집) 이사는 "일반적인 유통과정에서는 (복) 중독 사고는 거의 발생하지 않는다"고 자신한다. 그는 "주로 자격증이 없는 사람이 (다루고) 섭취해 생긴다"고 말한다.

◆위험천만 알과 비슷한 이리(고니), 어떻게 즐기냐고요?    

신선한 복어를 손질하는 모습. ⓒ 복 주는 집

간혹 아찔한 사고가 일어나는 이유는 이렇다. 진 이사는 "배송을 하던 기사들 중에 하나가 복어를 먹고 싶었는지, 복어알을 주변 사람들 몰래 챙겨놨다가 라면과 같이 먹어 큰 일날 뻔한 적이 있다"고 회상했다. 그는 "이 일로 인해 기사들에게 필요한 일이 있으면 꼭 보고를 하고 몰래 빼돌리는 일이 없도록 관리를 철저하게 됐다"고 말했다. 

복어를 손님들에게 직접 내놓는 식당에 암 환자 등이 잘못된 속설로 복어 알을 구해달라며 접촉해오는 경우가 있다. 하지만 전통 있는 전문점에선 그런 청을 들어주지 않는다고 최상해 부산복집(서울 중구 충무로) 사장은 말한다. 복어를 곁가지로 다루는 식당(이런 경우 조리기능사 자격을 갖추지 않은 경우도 있다)에서 잘못 먹는 경우가 만에 하나 생길 수도 있으나, 공급과 마지막 손질(요리) 두 단계 모두에서 전문가의 손길을 거치면 그런 사고는 걱정하지 않아도 된다는 항변이다. 

수도권의 여러 복집에 복어가 공급되는 '철통관리' 상황을 보면 이렇다. 경기도 하남에 위치한 공급업체에서 새벽 같이 복어 손질이 시작된다. 하남에 물고기 관련 업체들이 자리잡게 된 것은 과거 땅값이 쌌기 때문이기도 하고, 일단 도로에 오르면 시내로 바로 공급이 가능하다는 위치상 이점이 탁월했기 때문으로 알려져 있다.

순식간에 위험한 껍질과 피 등을 제거하는 손놀림이 이채롭다. ⓒ 복 주는 집


새벽 2시부터 시작되는 복어 손질이 분주한 일정을 끝내면 아침 8시경부터는 본격적인 배송 단계가 이뤄질 수 있다. 늦어도 9시까지는 배송이 각 식당에 완료되어야 요릿감으로 더 세부적 준비를 마칠 수 있다. 

이렇게 점심 손님 준비를 마치면, 일명 오후반은 오전 11시까지 배송을 준비, 처리하게 된다.

◆식당 쪽도 안전 크로스체크, 폐기물 전문가와 '안전 삼위일체'

복어는 전문 기능사의 관리와 손길 아래 내장 처리 작업을 한다. 작업 중에 △알집 △아가미 △눈알 등이 남지는 않는지 최종선별 단계에서 면밀히 검토한다.  피를 빼야 하기 때문에 재빠르면서도 꼼꼼한 처리가생명이다. 산란기의 경우, 알과 이리가 비슷하기 때문에 자신있게 일처리를 할 수 있는 전문가 그리고 전문공급업체의 가치는 더 높아진다.

이렇게 믿음직한 단골 공급업체에서 공급을 받고 나서도, 각 식당은 얼음물에 담그는 것으로 꼼꼼한 케어를 다시금 진행한다고 귀띔한다. 행여나 공급업체 측에서 늦은 손질로 살에 피가 배어있지 않을까 하는 기우 때문이다. 손님상에 나가기 전에 만일의 사태를 다시 점검하며 비로소 독을 품은 애물단지에서 별미 식재료로서의 가치를 찾아가는 것. 

복어의 이리 즉 고니는 위험한 알과 구분이 쉽지 않다. 복어 이리를 별미로 자신있게 내놓는 식당이 숨은 고수라는 이야기가 그래서 나온다. ⓒ 프라임경제


요리를 마치고 남은 복어 부산물은 또다른 전문가를 만난다. 전문수거업체가 나서서 수거하고 소각 처리하는 것이다.

안전하게 복어 공급을 받는 곳은 앞서 말한 것과 같은 유사함과 그로 인한 위험성에서 자유롭기 때문에, 이리(고니) 요리를 별미로 내기도 한다.  전문가 자격증이 걸려있는지 살펴보는 것이 복어 안전의 ABC 단계라면 이런 작은 묘미를 찾아보는 것은 더 흥미로운 포인트라고 할 수 있다. 

가을 생선으로 '머리에 깨가 서말'이라는 전어가 가장 유명하지만, 이렇게 복어 맛을 새롭게 들여다 볼 수 있는 계절도 같이 열리고 있다. 겨울 복어를 기다릴 수 없는 성격 급한 이들을 위해, 까치복 등을 다루는 새벽 손길이 분주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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