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라임경제] 맛은 있는데 독이 위험하다. 먹을 것인가, 말 것인가? 복어에는 치명적인 신경독인 '테트로도톡신(TTX)'이 있어 복어조리기능사 자격이 있어야 다룰 수 있다. 해답은 우리의 요리서 '규합총서'에 있다. "진미이니 먹지 않을 수는 없다."
겨울에 맛있다는 이야기도 있고, 예로부터 "복숭아꽃이 진 후에는 복어를 먹지 않는다"고 해서 늦봄 이후로는 조심해야 한다는 소리도 있다. 여기까지가 일종의 상식이다. 독도 있고, '차 떼고 포 떼면' 먹을 철도 별로 길지 않은 애물단지 생선으로 생각할 법 하다. 초가을에 인기가 별로 없는 이유도 여기 있다.
하지만 참복·밀복(검복)부터 까치복·졸복에 은복까지…그 종류도 많지만 잡히는 철도 그 맛도 다르다는 게 바로 '복어'다.
◆겨울이 맛있는 이유, 부재료 때문?
복숭아꽃이 진 후에는 복어를 먹지 않는다는 속설은 알을 낳는 철(산란기)에는 독성이 세진 것을 가리킨다고 한다. 대략 음력 3월경을 말하는데, 즉 양력으로는 4월~5월쯤이다.
이런 일반론은 현대에도 맞는 것일까? 종류별로도 약간 달라진다.
까치복의 경우 산란기는 4~7월, 밀복은 5~7월이다. 참복의 경우 11월부터 4월까지 산란기가 넓다.
주로 잡히는 시기를 봐도 까치복이 9월경, 밀복이 12월에도 해를 넘겨 2월까지라고 전문가들은 설명한다. 참복의 경우 이상 기후로 인해 근래에는 4계절 내내 잡힌다는 설명.
겨울 복어가 맛있는 이유에 대한 설명도 재미있다. 어차피 복어는 알을 못 먹는 물고기라, 다른 맛에 주안점을 둘 필요가 있다.
진태훈 복 주는 집(파인씨푸드) 이사는 "복은 정소가 차 있는 때에 살부분에 영양이 많고 맛있는데 그때가 겨울철"이라고 말한다. 정소 즉 '이리'를 따로 다루는 곳에서 별미를 누릴 수도 있는 셈이다.
◆철없는 복어, 공급에 젊은층 好好
다만 최상해 부산복집(서울 중구 충무로) 사장은 "복어는 그 자체로도 맛있지만 주변 식재료에 따라서도 맛이 달라진다"며 "(국물요리의 부재료인) 미나리의 경우에는 겨울철에 식감이 좋아 복어도 그때 많이 먹는다"고 말한다.

복어는 담백한 맛 때문에 탕이나 회 외에도 샤브샤브나 불고기 소재로도 활용된다. ⓒ 프라임경제
복샤브샤브나 복불고기처럼 담백한 살을 원하는 경우, 사실상 까치복의 '제철'인 초가을을 즐겨도 전통의 복어철인 겨울 못지 않은 즐거움을 누릴 수 있다는 새로운 해석이 그래서 나온다. 과거 겨울철에 얇게 저민 복어회나 맑은탕(지리)에 따끈한 청주를 곁들이던 모습 대신, 젊은층에서 다른 철에 복어을 즐기는 저변 확대가 그렇게 이뤄지고 있다.
사정이 이렇다 보니, 사실 한창 더운 철을 빼고는 복어를 손질하고 다루는 이들은 늘 바쁘다. 안전에 만전을 기하는 전문식당 특히 맛이 보장된 오래된 가게인 복어 노포(老鋪)들일수록 겨울 제철이 본격적으로 열리기 전부터 은근히 바빠지기 시작하는 사연도 여기에 있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