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라임경제] 풍산(103140)과 이를 지배하는 지주회사 풍산홀딩스(005810)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최근 공정거래위원회는 교수·변호사 등 23명으로 구성된 공정거래법 전면 개편 특별위원회의 권고를 받아들여 공정거래법 일부 개정안을 입법 예고했다.
38년만의 전면 개편 작업의 가장 큰 이슈는 일감 몰아주기(사익 편취) 규제 대상을 크게 늘린다는 데 있다는 풀이가 나온다.
현재는 총수 일가 지분이 30%(비상장사는 20%)가 넘는 계열사에 대해 일감 몰아주기 규제를 하고 있는데, 그 기준을 상장·비상장 가리지 않고 20%로 바꾸기로 한 것.
물론 일부 대기업 측에 유리한 개정 내용도 있다는 지적이다. 공정위의 감시 대상이 되는 대기업집단의 기준을 자산 총액 10조원에서 GDP(국내총생산)의 0.5%에 연동하는 방식으로 바꾸기로 한 것. 오는 2023~2024년이면 GDP의 0.5%가 10조원을 초과할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가장 중요한 것은 대기업집단의 지정 기준 자산 규모 규정을 '예측 가능성' 측면에서 손질하고, 이들이 '사익 편취의 여지'를 옥죈다는 데 있다.
이에 따라 대기업집단은 아니나 일감 몰아주기를 해 온 많은 중견그룹들의 경우도 호시절은 끝났다는 전망이 나온다. 공정거래법상 대기업집단 규제책이 아니라도 국세청 등을 동원해 이런 몰아주기의 이익을 감시하는 데 한층 고삐를 죌 것이라는 풀이다.
이미 경제개혁연구소가 2017년 2월 보고서를 통해 농심과 SPC, 풍산 등 20개 중견그룹에서 일감 몰아주기 의혹이 발견됐다고 짚은 바도 있어 전방위 압박과 사회적 감시·견제가 강화될지 주목되고 있다.
1968년 설립된 풍산은 비철금속 전문기업. 1970년 4월 한국조폐공사로부터 소전 업체로 지정받았다. 소전은 무늬를 새기기 전 원형 상태, 즉 중간가공품 상태의 동전을 말한다.
하지만 더 중요한 부분이 있다. 풍산은 1973년 방위산업(이하 방산)에 진출했다. 전체 매출에서 신동부문은 65%, 방산부문은 35%를 차지하고 있다.
현재 방위사업법은 제35조에서 방위산업체(이하 방산업체)로 지정되는 업종을 면밀히 규정하고 있다. 위에서 보듯 수익의 상당 부분이 방산 외 다른 분야(신동)에서 나오므로 방산으로 묶는 게 타당하냐는 반문이 있을 수도 있으나, 어쨌든 한국방위산업진흥회에 따르면, 탄약 분야 9개 주요 방산업체에 포함되는 방산회사다.
무기와 소모품을 생산, 공급하는 방산업체의 자부심과 중요성은 크다. 주요 방산업체의 경우 헌법상 보장된 노동3권 중 일부도 제약할 정도다. 소속 근로자의 단체행동권을 법률로 제한할 수 있도록 한 것이다.
풍산의 경우도 마찬가지다. 특히 창업주 집안이 서애 류성룡의 일가라 더 선양 활동에 열을 올리는 등 자부심이 크다는 풀이다. 류성룡은 임진왜란 마무리를 담당한 명재상. 류진 풍산 회장이 과거 KBS 드라마 '징비록(이 드라마 제목은 류성룡의 임진왜란 관련 회고기록의 제목에서 따온 것)' 제작비 중 상당한 부분을 지원한 것으로 알려졌다.

한국방위산업진흥회 집계 방산업체 목록 중 일부. ⓒ 한국방위산업진흥회
창업 회장에서 2대까지 이어진 이 같은 방산 자부심이 앞으로는 큰 폭으로 희석될 것이라는 점은 그래서 안타깝다. 풍산홀딩스 공시 내용 등을 종합하면, 2014년 류 회장의 아내인 노혜경씨는 '헬렌 노'라는 이름으로 미국 국적을 취득했다. 아울러 오너 일가 3세(류 회장의 아들)에 해당하는 류성곤씨도 '로이스 류'라는 이름으로 한국 국적을 버리고 미국인이 됐다는 것.
2013년까지의 기록에 두 사람의 이름은 노혜경·류성곤으로 표기 유지를 했다는 점, 그에 따라 로이스 류의 미국 국적 취득 나이가 당시 22살로 유추되는 점은 논란을 낳고 있다. 군입대 시기에 국적을 정리했다는 의혹 즉 '병역회피' 문제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
방산업체 오너 일가가 이런 행보를 보였다는 점에서 실망감이 더한다는 것이다. 그리고 헬렌 노의 경우 1980년대 초반 국가안전기획부장을 역임한 노신영 전 국무총리 딸이라는 점에서도 이목을 끈다. 모자가 각기 명문가 출신이라는 점과 국적 논란으로 동시에 주목을 끄는 특이한 기록을 세웠기 때문.
이런 상황에 배당 논란과 내부거래 잡음 등이 뒤따르면, 평범한 중견기업 그 이상으로 사회적 비판을 받을 여지가 생긴다.
지주사인 풍산홀딩스는 2008년 지주사 전환 이후 지속적으로 내부거래 비중을 늘렸다. 앞서 언급한 경제개혁연구소 자료를 보면 2010년 40.45%, 2011년 60.52%, 2012년 74.05%, 2013년 75.65%, 2014년 80.09%, 2015년 67.79%, 2016년에는 81.6%로 내부거래량이 상당히 큰 비중이라는 것.
또 풍산홀딩스는 배당액을 꾸준히 늘리고 있다. 각각 2015년 1200원, 2016년 1400원, 2017년 1800원의 배당이 이뤄졌는데 배당으로 오너 일가의 배만 불린다는 논란이 뒤따를 수 있다.

풍산 지분 현황 중 중요 부분. ⓒ 금융감독원
오너 일가는 풍산 지분을 직접 보유하는 대신 풍산홀딩스를 통해 지배하는 기법을 취한다. 풍산홀딩스는 풍산의 지분 중 36%선을 갖고 있으며, 이 풍산홀딩스 지분 중 △류 회장이 32.5% △그 부인(헬렌 노)의 경우 3.36%를 △아들(로이스 류)와 딸(류성왜씨)이 각 1.98%를 가진 것으로 집계된다.

풍산홀딩스 주요 지분 분포표. ⓒ 금융감독원
사정이 이렇고 보면, 현재까지 몰아주기 규제의 가장 치열한 규제에서 벗어나 배당 장사 등 혜택을 즐겨온 일부 기업들 중에 가장 문제가 많은 기업으로 풍산이 지목될 여지가 높다.
병역 문제 등 도덕성 이슈에서 자유로울 수 없고, 사업 분야 중 상당 문제가 앉아서 헤엄치는 안정적 공급선을 상대로 한다(국가 대상)는 점이 겹치기 때문이다.
국가 납품 사업을 왜 굳이 불건전한 사익 추구를 하는 비도덕적 일가에 몰아주고 있냐는 논란은 그간 크게 부각되지 않았으나, 달라진 공정거래 체계 바람의 곁가지로 이 점이 도마에 오를 가능성이 열린 것.
이런 문제가 현실화될 경우, 사기 저하 등을 겪을 이들은 정작 오너 일가보다는 그간 정확성 개선 등 피나는 노력을 해온 풍산 구성원들일 텐데, 이는 우리 방산업계 전반의 손실이 될 것이라는 안타까운 지적도 뒤따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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