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라임경제] 주택 시장에 다시금 전운이 감돌고 있다. 서울 및 수도권에 한정된 것이기는 하지만 경기가 되살아나는 조짐이 감지되고 있는 것. 일각에서는 당국의 정책 약발이 이미 다했기 때문에 일어나는 당연한 현상이라고 본다. 투기세력이 정부 정책을 우습게 보고 있는 게 아니냐는 풀이도 나온다.
그런 한편 당국에서는 규제를 옥죄는 방안을 벼르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또 한 차례 '치킨 게임'이 벌어질지 주목되는 이유다.
◆얼어붙은 주택 거래? 서울 등 일부에서는 경기 부활
주택 매매거래 시장 상황은 현재 양극화 상황으로 치닫고 있다. 서울은 지난달 드디어 회복세로 돌아선 것으로 파악된다. 반면 지방은 거래가 더 줄어들고 있는 부익부 빈익빈 상황이 빚어지고 있다.
20일 국토교통부 등에 따르면 지난달 서울 주택 매매거래량은 1만1753건으로 전월보다 1352건(13.0%) 증가했다. 지난해 같은 달(2만3972건)에 비하면 절반 이하 수준이긴 하나, 일단 지난 4월 다주택자에 대한 양도소득세 중과 이후 급감했던 것을 고려하면 결국 '당국이 시장을 못 이겼다'는 결론을 낼 수 있는 대목이다.
수도권으로 넓혀 보면 지난달 주택 매매거래는 3만3509건으로 전월보다 1988건(6.3%) 증가했다(전년 동기 대비로는 42.5% 감소).
그러나 지방의 경우 거래량 감소세가 이어지고 있다. 지난달 지방 주택 매매거래량은 3만178건으로 전달보다 3328건(9.9%) 줄었다. 전년 동기 대비로도 9989건(24.9%) 감소했다는 것이다.
주거환경과 교육여건이 좀 더 나은 곳에 살려는 심리, 그리고 집값이 올라 시세차익을 얻기 쉬운 쪽으로 집중하는 '시장의 정신'과 부동산 가격의 고삐를 죄려는 '당국 입장' 사이에 전자의 힘이 더 세고, 그것이 '똘똘한 서울, 더 나아가 강남으로의 집중'으로 빚어지고 있다는 풀이다.

아파트촌의 모습. ⓒ 뉴스1
국토교통부 및 유관기관들이 합동으로 정책 손질 여부를 들여다 본다는 이야기가 나온다. 우선 지역 단위 규제 중 가장 강력한 '투기지역'의 범위를 확대하는 방안 그리고 1주택자에 대한 양도세 혜택 축소 등이 유력한 방안으로 점쳐진다.
서울을 뜯어보면, 강남 4구를 비롯한 11개구가 투기지역, 나머지 14개의 한 단계 낮은 규제가 적용되는 '투기과열지구'로 구성된다. 전자의 범위를 확대하는 것은 곧 주택담보대출을 가구당 1건 이상 받지 못하도록 하는 범위를 넓히겠다는 포석으로 읽힌다. 여기까지는 기본적으로 큰 문제가 없다.
'1주택자'를 겨냥할 가능성에 대해 우려가 존재한다. 현재 1주택자는 주택 보유 기간에 따라 양도세를 최대 80%까지 깎아주는데, 이 폭을 줄일 수도 있다는 것이다.
◆'규제 강화' 카드 만지작…공시지가 상승 등도 기정사실?
오래 보유해야 세제 혜택을 볼 수 있다는 것인데, 더욱이 1주택자에 대한 때리기라 힘없는 실소유자들까지 왜 규제 강화 피해를 봐야 하냐는 비판에 직면하기 쉽다.
문제가 또 있다. 당국이 만지지 않은 카드 즉, 일명 공시지가를 올려 보유 관련 세금 부담을 늘리는 방안이다. 득보다 실이 클 수 있다는 지적이 있어 사용을 자제해야 한다는 여론이 높았다. 그런데, 이 문제가 엉뚱한 곳에서 터질 가능성이 근래 거론된다.
투자자-국가소송제도(ISD)로 우리나라의 공시지가가 부당하게 낮다는 지적이 정조준당한 것. 공시지가는 세금 부과의 기준점이기도 하나, 당국에서 땅이나 건물을 수용하는 등 조치를 할 때 보상체계로 이 공시지가를 사용한다.
그런데 근래 공시지가에 따른 보상가 산정 문제에 불만을 품은 외국국적자가 자유무역협정(FTA)상 ISD를 근거로 소송을 제기한 것으로 알려졌다.
공시지가 제도는 노태우 정권 당시인 1989년 마련됐다. 당시 건설부의 기준지가(보상)와 내무부의 시가표준액(지방세), 국세청의 기준시가(국세) 등 여러 개로 나누어진 지가체계를 개선한다는 점에서는 '회심의 작품'이었으나, 당시 기득권층이 정부에 공시지가에 시장가치를 반영하는 비율을 낮추도록(최대한 낮게 산정하도록) 압력을 넣었다는 후문이 존재한다. 괴담의 진위 여부는 알 수 없으나, 시가와 큰 차이가 나는 기본 기조가 그대로 유지돼 왔다.
만약 ISD 여파 등으로 당초 예상치보다 훨씬 더 가파르게 공시지가 손질 등이 단행되고, 또 한 차례 보유세 강화 기조로 규제가 강화된다면 1주택 보유자의 체감 부담이 더욱 강해지는 정책 수술이 될 가능성이 높아진다.
이런 상황은 주객전도 상황으로까지 치달을 수 있다. 주택 공시가격을 현실화하겠다는 정부 방침이 주택 가격 안정보다는 단순한 증세 수단으로 끝날 수 있다는 것. 강남 등 특정 지역을 잡기 위해 공시가격 등을 잘못 만지면 서민이 느끼는 조세 부담이 더욱 커질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1주택자 그만 괴롭히고…임대사업자 일부 퇴로 터줄 필요↑
다주택자를 압박한 양도세 중과 시스템이 서울 쏠림을 부추기고 강남의 인기만 높여놨다. 그렇다고 이들이 모두 정부 당국을 비웃는 투기세력이라고 단언하기도 어렵다. 우선 투기세력과 그렇지 않은 참여자를 구분하는 게 거의 불가능할 뿐더러, 상승 가능성이나 교육 등 주거 장점에 혹해 구매하고 유지(보유)하려는 욕망 자체를 부정하는 것도 온당한지 논란 거리다. 무엇보다, 퇴로를 막아놓아 집을 팔고 싶어도 팔 수 없게 만들어 이제 빠져나가고 싶은 사람들까지 함께 묶여 있는 것을 어떻게 해결할지가 관건이다.
발상의 틀을 깨고 임대사업자 중 일부가 주택(특히 서울 및 수도권)을 팔고 시장에서 이탈할 방안을 터줄 새로운 관점의 필요성이 그래서 높아지고 있다.
현재 강화된 규제는 일명 갭투자자(투기성이 강한)를 걸러내고 임대사업자 등록을 유도하는 쪽으로 나름의 성과를 거뒀다는 평이 있다.
하지만 이것만으로는 충분치 않다. 다른 문제점이 큰 폭탄으로 우리 경제를 괴롭히고 있는데, 이 위험을 줄이는 방편으로도 이 지렛대 활용이 필요하다는 점도 부각된다.
문제는 다름아닌 자영업자 대출이 풍선처럼 부풀어 오르는 현실. 19일 한국은행과 금융 당국에 따르면 지난 7월 말 은행권 자영업자대출(개인사업자대출) 잔액은 304조6000억원으로 전달 말보다 2조5000억원 늘었다. 현재 임대사업자들의 대출도 이에 함께 집계되는데, 전체 자영업자 대출 중 임대사업자의 대출 지분은 40%가량으로 분석된다.
현재 금융 당국솨 한국은행 등은 미국 경제 동향 등을 고려, 이자를 높일(금리 인상) 필요를 느낀다. 하지만 영세 자영업자들의 대출 부담으로 인해 이를 선뜻 단행하기 어렵다. 더욱이 임대사업자 대출 역시 통상적으로는 연체율이 낮다는 점 등으로 '안정적인 물건'으로 평가되나, 경제 사정 악화로 주저앉을 여지가 전혀 없는 건 아니다.
자영업자 대출 관리의 연착륙 필요성에서나, 아울러 주택 가격의 콘트롤 시도 방안으로서나 임대사업자들 중 일부가 손을 털고(매물을 내놓고) 나갈 방안을 만들어 주자는 아이디어는 그래서 다양한 가치를 지닌다. 물론 이를 위해서는 일시적으로 양도세 부담의 혜택 출구를 만들어 줄 필요가 있다. 아울러 이들로부터 나오는 물량을 살래야 살 수 없는 주택담보대출 사정을 개편할 필요도 수반된다.
실제 소유 등을 희망하는 실거래수요의 경우 강화된 대출 규제망에서 예외를 인정하면 임대사업자 대출 중 일부를 정리하는 한편 주택(아파트) 가격의 일부 인하 효과가 나올 것이라는 얘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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