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라임경제] 나이는 딱 10살 차이, 같은 시대를 살았고 같은 분위기를 누리는 동년배로 살았지만, 그렇다고 정서적으로 가깝고 공감대가 있는 사이로 보기는 어렵다.
운동권에 투신했던 정치인, 그리고 정통 관료로만 일해 온 것으로 갈라지면서 정서적 차이는 더 클 수 있다. 하지만 철도 체제 개편 와중에 회사 이익과 공익을 고려해야 하는 위치에 각자 서면서 세인의 관심을 모으고 있다.
김한영 공항철도(AREX) 사장과 오영식 코레일 사장.
김 사장은 1957년 경상북도 상주 출생으로 건국대 행정학과를 나와 행정고시 30회에 합격, 공직에 입문했다. 국토해양부 서울항공청장, 항공정책관을 지냈다. 서울대 행정대학원에서 행정학 석사를 받은 바 있다. 항공정책실장 등 교통 전문가로 이름을 날리던 그는 우송대에서 학생들을 잠시 가르치다 2016년 10월 공항철도 사장으로 취임, 교통 일선으로 돌아왔다.
오 사장은 1967년 서울 출신으로 고려대 법대 재학 중 학생 운동에 투신했다. 전대협 세대로 기록된 그의 동년배들 중에서도 가장 극렬 운동권으로 분류되던 인물. 전대협 2기 의장을 지냈고, 그 여파로 고 김대중 전 대통령이 발탁, 제도정치권에 입문시키기 전까지는 풍찬노숙의 시절을 보낸 것으로 알려진다.
과일 장사 등 대중과 호흡하던 강점으로 국정감사에서 송곳 같은 저격 실력을 선보였다. 대기업 전기료의 지나친 저가 정책을 짚었고, 정용진 신세계 부회장을 국정감사 증인으로 채택하는 데에도 큰 역할을 한 것으로 알려졌다.
다만 백봉신사상을 수상할 정도로 '정도'를 잃지 않는 의정활동을 했다는 동료 의원들의 높은 평. 같은 'DJ 키즈'로 볼 수 있는 김현미 현 국토해양부 장관과는 초등학교 선후배 사이이기도 하다.
고 노무현 전 대통령의 대선 후보 캠프에서 일한 이력이 있어 친노로 분류된다. 이런 이력에서 올해 코레일로 내려오면서 낙하산 비판도 없지 않았으나 '외풍에 대한 방패막이' 역할이라는 '정치인 출신 사장의 순기능 기대감'이 더 높았다.
두 인물의 연결 화두는 최근 코레일이 운행하던 인천공항행 고속철도(KTX)의 폐지 문제. 공항철도에서 운영하는 AREX는 서울역과 인천공항 사이를 잇고 있으며, 전국 여러 지역도시에서 서울로 향하는 KTX 중 일부를 인천공항역까지 연결시키는 노선이 운행됐던 바 있다.
이에 대해 코레일에서는 수익성을 이유로 이를 폐지하기로 결정했다. 특히 AREX와 KTX가 같은 라인을 쓰면서 서로 비껴 다니는 배치 불편 등 여러 문제가 있었다는 지적도 나왔다.
이때 코레일 노선들의 전면 폐지 대신, 동대구~인천공항 등 이용객 규모와 수익성이 나는 일부 라인을 선별 유지하는 게 수익성 논의에서 볼 때에도 사리가 맞지 않냐는 반발이 일고 있다.
아울러, 한국개발연구원(KDI)의 공항행 KTX 운행 검토 당시, 종합평가에서 일단 합격점이 나온 상황에 굳이 강행을 한 점은 유일한 관문공항인 인천으로 이동해야 하는 지방 여객 수요를 위한 공익성이 함께 논의된 것인데, 현재 폐지론은 이를 도외시하고 있다는 또다른 지적도 뒤따른다.
코레일이 어느 정도 경영 압박에 시달리고 있기에, 혹은 AREX가 어느 정도 공항행 KTX 대비 경영적 강점이 있기에 이런 판단이 정부 중앙부처에서 먹혀들었는지 궁금증이 증폭되면서, 두 기관에 대한 관심 역시 곁가지로 높아진 것.
◆돈 먹는 하마 상황 뼈저렸던 관료 출신 사장 '공익성 강조'
결과론적으로 말하면, 두 인물 모두 (하나는 임기가 끝나가고, 또다른 인물은 이제 막 일을 시작한 차이는 있으나) 방만 운영이라는 국민의 따가운 시선에서 자유롭지 못한 조직들의 고삐를 잡고 있다는 동병상련이 있다.
AREX는 이용자가 너무 없어 '공항철도 아닌 공기철도'라는 비판을 받았다. 2010년에야 서울역까지 12개 전 구간이 개통되면서 통근기차 기능을 추가, 간신히 이용객 대폭 증가의 길을 열었다. 지하철과 KTX로 갈아 탈 수 있는 환승역이 늘면서 승객이 늘었으니, 회사 차원에서 새삼 공항행 KTX가 오가는 상황이 달갑지는 않았을 것이라는 풀이가 뒤따른다.
한편 AREX는 여전히 세금 먹는 하마의 원초적 한게를 갖고 있다. 애초 말많은 최소운임수입보장(MRG) 형식으로 개통됐다. MRG는 기본적으로 수요 예측 등을 정교하게 해야 한다는 전제가 있지만 대부분 이에 실패해 국고 손실을 초래한다. 급기야 중간에 AREX의 MRG 운영이 폐지되고 비용보전방식(SCS)으로 전환됐다.

김한영 공항철도 사장(왼쪽)과 오영식 코레일 사장(오른쪽). 최근 AREX와 공항행 KTX 이해관계 상충 논란으로 두 기관이 관심을 모은 바 있다. ⓒ 공항철도&뉴스1
하지만 SCS라고 부담이 주는 장점만 있는 건 아니다. 국가에서만 지출 부담을 경감시키는 요술봉은 아니라는 것. 오히려 사업자 입장에서는 손해 볼 가능성 자체를 완전히 덜어주는 안전 드라이브라서 더 좋다는 풀이도 나온다.
정통관료 출신인 김 사장 역시 AREX의 화려함 뒤에 가려진 이런 점들을 모르지 않는다. 그래서 그는 임기 내내 공공성 강화와 기여에 많은 고심을 해 왔다. 용유도와 실미도, 무의도 등 인천공항 인근 섬과 바다 관광지를 연계한 서해바다열차, 해맞이열차 등 테마여행 상품을 개발해 지역 관광수요를 끌어올리는 역할에 관심을 기울였던 것.
또한 절반 이상 비율의 외주업체(아웃소싱) 사용 비율도 통합 안전관리체계 구축과 서비스 품질 유지를 위해 공항철도가 직접 운영하는 방식으로 점차 줄이자고 조직을 독려한 바도 있다.
◆수익과 공익 동시에 잡는 사장될까 코레일에 시선집중
코레일도 각종 경영 난국 상황에서 금융비용 절감 등 위해 고군분투하고 있다.
공공기관 경영정보 공개시스템 알리오 등을 종합하면, 작년 코레일은 심각한 상황을 기록했다. 무려 4699억원의 영업적자를 기록한 것이다. 매출액 대비 영업이익률은 마이너스(-) 8.12%를 나타냈다.
알리오에 실적이 공개된 2013년 이래 작년 매출액(5조7867억원)이 가장 많았는데 영업이익률은 최저였다는 '웃픈 사정'이 있었다. 또 하나의 난제는 매출원가. 코레일의 지난해 매출원가는 5조9177억원으로 매출액을 뛰어넘는 것으로 집계됐다.
대단히 비효율적인 조직에 올라탄 오 사장이 주마가편해야 할 상황인 것.
영업적자에 금융비용이 겹쳐 당기순손실이 확대되는 것은 분명 정상적으로 금고 간수를 한 상황은 아니라 그가 빨리 메스를 대야 할 것이라는 지적이 있다. 코레일의 작년 금융원가는 5285억원으로 집계됐다(재작년보다 16.3% 증대).
그래서 그의 부임 초기 정책들에 대한 우려, 즉 사람을 덜컥 뽑아들이는 방침이나(여승무원 사태 종결), 공항행 KTX를 폐지하겠다고 당국에 제안하는 등에 대한 비판은 유효한 구석이 있다. 게도 구럭도 놓치는(공익도 경영적 측면도 모두 놓치는) 스탠스 혼선 아니냐는 것이다.
다만 역세권 개발 사업 논의 등에서 그가 가진 최상의 강점인 정무적 조율 능력과 대인 친화력이 잘 발휘될 것이라는 밝은 전망도 우세하다. 대외적 성과를 바탕으로 오래 쌓여온 문제를 낱낱히 해결하는 톱다운 방식 처리가 어느 조직이든 정치권 출신 외부인 수장이 올 때 가장 기대되는데, 코레일이야말로 지금 그런 승부수를 띄우고 있는 셈.
두 인물의 뜨거운 여름철 농사 기법이 서로 다르지만, 결과에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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