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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구 마음대로 1년 환불로 땡? KTX 연착환불 '3년 시효' 논쟁↑

환불/할인 느슨해 어중간한 대처 키워…부당한 불이행책임을 '호의적 환불'로 호도 아니냐 논란

임혜현 기자 | tea@newsprime.co.kr | 2018.07.30 10:44:17

[프라임경제] 프랑스 TGV 기술력을 도입한 이래 긴 세월 탄탄히 쌓아온 '연착 없는 KTX' 신화가 이번 폭염 와중에 무너졌다. 29일 밤부터 30일 새벽까지, 20여대의 고속열차들이 연달아 지체되는 일이 빚어진 것. 신호기 고장 문제로 알려져 고온에 따른 오작동 등 배경에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그런데 이 사태의 처리 와중에 코레일 측에서 다시 검토할 대목이 하나 더 부각되고 있다. 40분 정도 늦어지는 경우, 승객들에게 1년 이내 25% 환불 처리(1년 이내 다른 노선 승차시 50% 할인을 적용받는 것으로 선택도 가능), 혹은 1시간 이상 지연 운행 피해시 동일 기간 내 50% 환불(혹은 100% 할인 발권 가능 권리 부여)을 하도록 코레일은 지연 운행 대비 매뉴얼을 만들고 있다.

그런데 이 환불과 교환 사이의 지나친 갭에 대한 의구심도 높아지고 있으나, 왜 기간을 1년 이내로 규정했는지에 대해서도 합리성이 결여돼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통상적으로 소멸시효는 10년으로 하고, 상사시효는 5년인데, 불법행위에 기한 손해배상 청구의 경우 3년 시효를 매긴다. 이 태도는 일본 민법에 따른 것으로, 일본은 불법행위 배상청구권이 지나치게 짧다는 반성적 고려 하에 이를 10년으로 대거 연장하려고까지 했으나(이를 민법 개정안이라 한다), 결국 민법 개정안은 통과되지 못해 우리와 시효 기본틀이 아직 같다고 할 수 있다.

그런데 각종 거래 행위의 처리 간명화를 유도하기 위해, 일명 단기시효를 다수 두 나라 민법은 두고 있다. 이것을 기반으로 상법상 처리 등을 검토하기 때문에 아주 기본이 되는 것이다.

KTX 등 지연 사태로 연착 안내가 다수 뜨자, 승객들이 초조한 듯 가족 등에게 연락을 취하며 상황을 예의주시하고 있다. ⓒ 뉴스1

코레일 측 적용 태도는 '불가항력 혹은 그게 준하는 경우 등이 많기 때문에 이를 모두 불법행위 손배해상의 예로 하는 것은 억울하다'는 인식을 바탕에 깐 것으로 볼 수 있다.

솔직히 이를 채무불이행 책임이 아니라, 호의에 기반한 환불 등 처리로 묶어두려는 게 아닌지 느슨한 여러 표현상 의심되기도 한다.

어쨌든 극히 단기의 시효를 적용하려는 의식을 갖고 있는 바, 1년 시효의 적용 사례는 여관, 음식점, 대관 입장료 등이 1년 시효를 적용받고, 의복이나 침구, 장구 등 동산의 대여시에도 그 값을 1년 시효로 정산하게 된다. 노역인 임금 내지 수업료 청구도 1년 적용 범주로 선언한 것에는 다소 이견이 있으나 일단 합리성 여하와 상관없이 실제 기준은 그렇다.

변호사나 의사 등 처리 수임료, 생산자 및 상인이 판매한 상품 가격 채권은 3년으로 한다. 도급받은 자의 권리 역시 3년 적용 범주로 명시돼 있다.

그런데, 교통 운송 계약의 경우 옷이나 침구 등을 빌려 쓴 동산 임대료 경우와 같이 묶기에는 문제가 크지 않냐는 의구심을 낳는 것.

오히려, 우리가 택시나 버스,또는 지하철을 탐과 동시에 우리는 버스회사 등과 운송에 관한 계약을 맺는다고 보는 게 합리적이지 않냐는 것이다. 엄밀히 말하면 이런 계약은 내가 타고, 중간에 임의로 목적지 부근에까지만 내려주면 되는 게 아니라, 일정한 운임표나 시간표 등을 적용받아 그 완성(원만한 도착)을 예상하는 '결과에 대한 상호간 약속'이므로 도급계약이 맺어진 것으로 볼 여지가 더 크다.

의사표시를 제대로 할 수 없는 이(지능이 극히 낮은 자나 아동)가 일단 제대로 된 운송 관련 계약의 두뇌 사고 없이 일단 탄 경우에까지 요금을 받기 위해, '사실적 계약관계 이론' 등을 적용하기도 한다. 일단 제대로 도착 결과를 만들자는 상호간 협의(묵시적 협의) 없이도 요금을 달라는 주장인 셈인데, 이는 대단히 비일상적인 요소다. 한때 주목을 받았으나 원산지인 독일에서도 현재 추종자가 없다시피해 폐기 직전에 있다.

따라서 코레일에 고속열차 운임을 지불하고 탄 경우라면, 이는 도급계약으로 승객의 안전을 유지하고 목적지까지 잘 운송할 책임을 열차 운행자 측에 맡긴 것으로 봐야 한다.

좀 오래된 판례이긴 하나, 공사의 완성을 맡은 것으로 볼 수 있는 경우는 폭넓게 도급 유사로 해석한다는 대법언의 설명(1987년 6월23일)도 있었다.

그런데 왜 1년 이내에 환불을 하거나 혹은 할인을 적용받아 다른 표를 사라고 하는지 재검토와 재구성을 할 여지는 잠복해 있는 셈이고, 이제 무연착 신화가 금이 간 만큼 논의 전개를 해볼 여지가 있다.

특히, 문재인 정부는 과거 정부들에서 철도 민영화 혹은 효율성 극대화를 위해 검토했던 여러 이슈(SRT 노선 별도 법인화) 등에 공익 제고를 위해 브레이크를 걸기도 했다. 그런 점에서 과거 코레일에서 분위기를 잘못 몰아 처리해 온 문제적 관행이나 논쟁의 여지가 있다면 이번에 모두 도마에 올리는 것도 대안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굳이 환불 기한이 1년이냐 3년이냐는 작은 문제일 수도 있으나, 작은 적폐들에도 골든타임 내 처리를 위해 머리를 맞대는 공감대를 형성할 필요는 크다고도 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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