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대에 정치 입문한 '노무현 키즈' 박인영 의장. = 서경수 기자
동남권에서는 밀양과 가덕도 등 신공항 입지 선정을 놓고 심각한 갈등이 일었다. 이런 터에 장관 등을 역임한 바 있는 오 시장이 '서병수 체제'를 무너뜨리면서 부산에 민주당 깃발을 꽂은 상황이라 눈길이 더 쏠린다. 동남권 신공항을 가덕도로 다시 추진하는 문제는 단순한 빈 수레가 아닌 문재인 정권과의 교감 가능성 등 다양한 분석을 낳고 있다.
이런 가운데 오 시장과 협력해야 할 제8대 부산시의회가 새 변수가 될 것으로 보인다.
부산시장과 각 지역 구청장 등을 대거 민주당에서 석권한 바와 마찬가지로 시의회 역시 파란 물결이 덮쳤다. 절대 다수를 민주당에서 차지한 상황이라, 의장 등 주요 보직도 민주당에서 차지하는 혁명적 교체가 이뤄지게 된 것.
최근 민주당 소속 시의원 당선자들이 모여 의장과 부의장 및 상임위원장 등에 대해 자체 투표를 한 바 있다. 공식적인 시의원 전체의 투표와 확정 절차가 남아 있으나, 절대적 비율을 민주당에서 장악한 만큼 이 자리에서 선정된 면면들이 사실상 그 자리에 확정된 셈. 사실상 신임 의장으로 결정난 박인영 시의원(금정구2)은 20대에 정치에 입문한 '노무현 키드'다.
지난 2004년 총선 당시 열린우리당(현 민주당)의 부산 선거대책위원회 대변인으로 활약했다. 부산대 정치외교학과 출신으로 지역 내 동문 유대가 끈끈하다는 이점 외에도 노사모(노무현을 사랑하는 모임)의 초기 멤버로 활동한 덕에 지역 정가에 친밀도가 높은 장점이 있다는 평.
2006년 지방선거에서 기초의원 즉 구의원(금정구)이 됐다. 의정 활동에도 충실해 지역민들의 신망이 높았고, 내리 3선을 했다. 그간 보수적 정치 문화로 광역의원(시의회 진출)을 못 했다 뿐이지, 두터운 지역 정치 이해도가 보장된 인물이다.
그는 본지와의 인터뷰에서 지역 현안에 대한 입장을 밝혔다. 일단 공식적으로 오는 10일 정식 당선 처리가 남았기 때문에, 지금 의장으로서의 비전을 밝히는 게 성급한 의사 표명일 수 있다는 자제 입장이었다. 그러나 실제 개별 현안으로 들어가자 그는 소신 발언을 내놨다.
젊은 여성 시의회 의장이 부산에서 탄생한 점에 대해 그는 "그간 의장을 선수 많고 인망 높은 의원들이 모여 호선한 것으로 알고 있다. 민주당으로 대거 교체되기 전에는 의장직을 투표로 결정하는 문화 자체가 없었던 셈"이라고 설명했다. 이어서 "(유권자들의) 지역 정치문화의 변화 열망을 반영한 동료 의원들의 판단"이라고 부연했다.
'오거돈 체제'의 등장과 함께 민주당에서 대거 시의원을 배출한 상황이 지나친 밀착과 유대로 흐를 수 있다는 우려에 대해서는 "거수기 노릇만을 하지는 않을 것"이라고 분명히 선을 그었다.
그는 "부산이 그간 발전하지 못한 상황에는 여러 원인이 있을 것"이라면서도 "하지만 그 중 하나가 시의회가 시장을 제대로 견제하고 고언을 하는 역할을 제대로 못했기 때문이라는 점도 분명하다"고 지적했다. 오 시장과 민주당 멀게는 청와대의 지역 균형 발전 및 지방 분권화 추진 등에 적극 협력하는 부산시의회가 되어야 하겠지만 무조건 우리 편이라는 안일함으로 대처하지는 않겠다는 결기가 느껴졌다.
박 의장은 부산 발전의 발목을 잡은 이유로 시의회가 시장을 제대로 견제하고 고언을 하는 역할을 제대로 못했기 때문이라고 주장했다. = 서경수 기자
한편 오 시장이 들고 나와 파란을 일으키고 있는 가덕도 신공항 안건에 대해서도 "시장은 시장의 권한이 있고 의회는 의회에 부여된 권한이 있는 것"이라며 충실하게 견제와 균형 역할을 할 뜻임을 내비쳤다. 지역 정가에서 먼저 신중하고 확실히 검토를 해야 다른 지역도 설득할 수 있고, 중앙 정치와 행정도 설득할 수 있다는 얘기다. 이는 부산이 울산과 경상남도 등과 함께 동남권 신공항 이슈 재논의를 위해 TF 구성을 추진하는 등 본격적 논의가 진행될 시점에서 의미심장하다.
시의회가 시장에게 무조건 치어리더 역할을 하지는 않겠지만, 시민 이익과 국가 전반의 공익에 부합한다는 점이 확인된다면 적극적으로 나서겠다는 것이어서, 오거돈 체제로서는 중대한 갈림길에 선 셈이다. 호락호락하지는 않지만, 한 번 확보하면 이만큼 든든한 우군이 없을 것이라는 점에서, '박인영 길목'을 오 시장이 어떻게 통과하려고 할지 전략적 논의 방향에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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