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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대 출신 한의사에서 군수로…'3연임 기장군수 도전' 오규석

자수성가 전형적 케이스로 새벽 군청 건물 불밝히는 인물…인기와 악명 동시에

서경수 기자 | sks@newsprime.co.kr | 2018.06.06 09:10:57

[프라임경제] 보수 세력의 표 결집력이 높은 TK만은 못 해도 보수표가 상당한 것으로 평가되는 경남권. 그런 와중에 문재인 대통령의 한반도 평화 안착 노력에 힘입은 더물어민주당 바람이 드세다. 이런 상황에 그야말로 '필마단기'로 뛰며 선거 운동을 하는 인물이 있다.

오규석 무소속 기장군수 후보. 재선에 성공한 현직 군수이자 이번 선거로 3선 고지에 도전하는 인물이다.

진주교대를 나와 동국대 대학원 한의학 박사까지 공부를 이어간 입지전적인 인물. 매일 같이 새벽에 일어나 일과 공부를 해온 이력은 군수에 선출된 이후에도 계속됐다.

'새벽 같이 출근하는 군수님'이 행정을 열심히 연구하는 통에 기장군 공무원들로서는 요새 표현으로 '워라벨이 직장 상사따라 덩달아 무너지는' 악몽이 연출된 것.

처음에는 푸념과 불만으로 시작된 오 군수와 공무원들의 동거는 높은 업무 장악력에 일단 잠복기에 들어가고 다시 군 현안에 대한 열정과 애정으로 화해기로 들어갈 수 있었다는 게 지역 정가의 후문이다.

군수에게 인질로 붙잡힌 공무원들, '스톡홀름 신드롬'?

국민복 같은 패션으로 유권자들을 만나고 있는 오규석 기장군수 후보. ⓒ 프라임경제

조금 벗어난 이야기지만, 피해자가 자신을 괴롭히는 인물에게 오히려 정서적으로 감화, 같은 편으로 감응하는 반응을 심리학에서는 스톡홀름 신드롬이라고 부른다.

그는 심지어 연달아 3선 연임을 한 인사도 아니고, '돌아온 인물'로 높은 스톡홀름 신드롬을 일으킨 기이한 현상의 주인공이기도 하다.

지방자치제가 시작되던 시대에 민선 초대 군수를 지낸 그는 이후 다시 본업인 평범한 한의사로 돌아갔다. 하지만 '한동안 쉬던' 그는 다시 5대 기장군수로 선출됐고, 지금은 민선 6대 군수로서의 임기를 보내고 있는 것.

지방자치단체장은 3번 이상을 연달아 할 수 없다는 규정이 있다. 이번 3선 도전 고지가 그의 정치 인생에서는 한 단락을 정리하는 고비다. 

"군청으로 돌아오는 데 12년이 걸렸다"는 그의 5대 군수 취임 일성에 눈물이 맺힌 공무원들이 많았다는 지역 정가의 전언은 외지인으로서는 좀처럼 믿기 어렵다. 무소속 정치인 당선이 난망한 것도 엄연한 현실.

하지만 혼자 그것도 유세 트럭 등도 없이 '뚜벅이 유세'를 하는 오 후보를 반가워 하고 악수 등 호응을 보여주는 지역 주민들이 적지 않다. 기장군의 이 같은 사연에는 어떤 원인이 있을까?

새벽 별을 보며 출근하고 달을 보며 퇴근하는 오 후보가 공무원들의 열정에 불을 지핀 키워드가 여럿 있었지만, 환경 보호 열정과 폐기물 업체의 치열한 감시가 첫 손에 꼽힌다.

오 후보와 지역 정가에 따르면, 그는 군수로서 정관신도시 환경에 지대한 영향을 끼칠 수 있는 잠재적 악재로 한 업체를 짚었다. 이 업체는 의료폐기물을 받아 처리하는 회사. 기장군 관내에는 정관신도시가 건설돼 다수의 새 주민이 이주, 뉴타운을 구축하고 있는데 이 업체는 그 이전에 자리를 잡았다.

오 군수로서는 대단위 아파트 단지 등이 구축될 게 뻔히 내다 보이는 상황에서 이런 행정 상황이 굳어진 것이 잘 이해가 되지 않았다. 물론 법적 틀 안에서 규정을 잘 지키면서 활동을 하면 된다고 볼 수 있다.

이 업체 등의 경우에도 규정대로 영업하면 다이옥신 등 배출이 유해 기준을 밑돌게 된다는 게 전문가들의 설명이다. 하지만 인간사에는 '만약'이라는 게 있다. 오 군수는 해당 업체가 법을 어기는 것을 엄중히 문책하겠다고 다짐, 새벽 출근길은 물론 저녁 늦게 정관신도시 일대를 돌며 해당 업체의 악취 배출 등에 대해서도 오감으로 점검하는 감시행정을 일상화했다.

젊은 유권자가 오규석 후보에게 음식을 건네고 있다. ⓒ 프라임경제

이렇게 새벽마다 감시의 눈초리를 보내는 오 군수와 직원들 덕에 해당 업체로서는 위법 활동은 꿈도 꿀 수 없는 지경, 그야말로 '준법 환경경영'을 하게 된 것.

오 후보의 뚝심을 잘 드러낸 다음 케이스로는 '부산시 수돗물 정책 정면 거부'를 꼽을 수 있다. 그가 군수로 활동해 온 기장군은 부산광역시 산하 조직이다.

판공비 편성 거절 "마 됐심다", 자기 돈으로 직원들 격려

경상남도의 각 군과 흡사하지만, 지휘와 정책 연결 면에서는 대도시인 부산과 손발을 맞춰야 하는 어려운 입지인 셈이다. 그런데 부산 정치권 등에서 수돗물 대책이 제안되면서 오 후보의 불만과 우려를 산 일이 있다.

낙동강은 수도권 물 대책을 뒷받침하는 한강과 달리, 수량이 많지 않다. 넉넉하지 않은 수량과 우수하다고 할 수는 없는 수질 탓에 대구부터 부산에 이르기까지 낙동강 일원의 지역민들은 수돗물 문제에 노출돼 있다. 이에 일각에서는 바닷물을 걸러 수돗물로 사용하자는 아이디어가 개진됐고, 그 대상지로 기장군이 지목됐다. 기장군민들이 염수를 정화해 사용하면, 그 수요만큼 다른 곳에 숨통이 트일 것이라는 얘기다.

하지만 오 후보는 원자력발전소들이 지척에 있는 동남해권 해안의 지정학적 문제를 들어 "지역정서상 이건 안 된다"고 선을 그었다.

강력한 압력이 여기저기서 간접적으로 들어왔지만 고학 비슷하게 학교 선생님부터 전문의료인으로 터벅터벅 한 걸음씩 걸어온 그의 뚝심과 고집을 꺾을 수는 없었다는 것.

이렇게 고집과 때로 주변을 괴롭히는 인물들은 보통 음해를 당할 수도 있다. 하지만 그간 심지어 수사와 처벌 등 문제를 돌아보더라도 오 후보 주변은 합격점이라는 평. 오 후보는 군의회에서 군수 판공비를 편성하는 것에 거절 의사를 전하고 이를 자기 돈으로 쓰는 관행을 만들어 왔다.

오규석 후보. ⓒ 프라임경제

그래서 한의사를 하면서도 재산이 별로 없는 축에 속한다. 군수 급여가 적은 편은 아니나, 그 이상 직원이나 지역 주민들을 위해 지출하다 보니 집에 가져가는 돈이 별로 없는, 혹은 오히려 가져다 쓰는 상황이 된 것.

그는 "그래도 철마 쪽에 갖고 있던 시골집이 값이 좀 올라서 마이너스 인생에서 재산이 플러스가 좀 있는 걸로 바뀌었다"고 설명했다.

판공비조차 개인 돈으로 집행하면서 지역을 누벼온 그는 패션감각에서만큼은 높은 점수를 얻지 못 하고 있는데, 일제시대 국민복 비슷한 옷에 장화 등 편리한 신발을 즐겨 조합해 길을 나선다. 그는 이 옷이 편하다면서 "내 유니폼"이라고 말한다.

그렇게 열심히 일해 온 그이지만, 요새 지역 표심에 큰 변수가 생긴 건 많이 불안하다. 정관신도시 걸립 등으로 '뉴커머'들이 대거 유입돼 그 전에 잘 했던 것보다 정당 투표, 이미지 투표를 할 유권자들이 늘고 있다는 우려를 주변에서 하는 것.

아울러 큰 문제는 그가 이번에 군수에 당선되더라도, 다시 국회의원 선거에 도전해 임기를 중간에 끊고 나갈 것이라는 지역 루머가 있다는 점이다.

일종의 칭찬 비슷한 마타도어인 셈인데, 이에 오 후보는 "나는 행정을 계속 하면 하고 생각을 해본 적은 있어도(이는 훗날 부산시장 도전 가능성 시사로 읽힌다), 의원 생각은 없다"고 해명했다.

그는 정관선 전철 건립 문제 등 지역 교통 현안 등 다양한 문제에 역할과 목소리를 더 하는 지역 이슈에 관심을 보이면서 '노마지지'를 다할 따름이라고 말했다. 기장군수 3연임 도전, 정확히 말하면 4선에 도전하는 '늙은 말의 지혜와 고집'을 이번에도 기장군민들은 알아줄까, 귀추가 주목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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