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라임경제] 조선시대 학문과 붕당정치 발전에서 특이한 것이 바로 영남(경상지역)의 움직임이다. 일명 '영남 남인'의 활동이 갖는 의미 때문이다. 처음 동인과 서인이 갈라질 때, 이른바 동인은 영남학파가 주류를 구성했다. 남명 조식의 제자들이 북인을 이루고, 퇴계 이황의 제자들은 남인이 됐다.
남인은 영남 지역에만 있었던 것은 아니었고, 또 영남의 모든 사람이 남인인 것도 아니었다. 하지만 남인의 주류가 지역적으로 영남에 결집된 경향성을 가지고 있었기 때문에 영남 남인의 존재감은 두드러진다.
정치적으로 소외됐던 남인들은 이인좌의 난에 대거 참여하면서 더욱 고립된다. 긴 세월을 재야 세력으로 존재한 남인은 현실에 대한 인식과 대응, 학자적인 소양에 기초한 교육활동 등에 많은 시간을 보내며 서인 특히 노론 기득권층과 다른 정신세계를 가꾼다. 특히 대체로 경기도 남인에 비해 영남 남인이 더욱 점진적이고도 온건한 방식의 개혁을 추구했다고도 한다.
영남 남인의 정치적 후예가 대구에 나타났다. TK 정치문화의 심장, 자유한국당의 정신적 고향으로 꼽히는 대구 한복판인 중구에서 출사표를 던진 김인석 광역시의원 후보. 그는 대구에서 '배신자 유승민'의 당이라고 비판받는 바른미래당 소속으로 출마하는 무모함으로 눈길을 끄는 한편, 동생 김광석 중구 기초의원 후보와 형제 동시 출마를 했다는 이색 경력으로도 관심을 모으고 있다.
남문시장을 누비는 김인석 후보. ⓒ 프라임경제
이미 그는 대구에서 무소속 출마 2회(중앙선거관리위원회 공식자료 참조)라는 돈키호테 행동으로 시선을 끈 바 있다. 시의원(수성구) 당선, 국회의원 선거에서는 낙선 등 50%의 나쁘지 않은 승률, 이쯤 되면 골수 재야, 영남 남인의 정치적 혈액형이 그를 지배한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어쩌다 정치인' 아닌 준비된 지역정가 인물 승부수
그는 준비없이 시간 흐르는대로 나이만 먹어 '어쩌다 어른'이 되면 사회에 제대로 기여하지 못 하고 후속세대 교육에도 전혀 기여하지 못 하는 것처럼, 지방 광역의원이나 기초의원들이 '어쩌다 정치인'이어서는 안 된다고 주장한다. 그는 중앙정치인(국회의원) 주변에서 어름대다 눈에 잘 들어 공천을 받아 시·도도나 구의 의원이 되어서는 지방자치단체의 살림을 제대로 견제하거나 감시할 수 없다고 지적한다.
노인을 만나 현안을 설명하는 김 후보. 그는 노인들을 위한 관련 협동조합 구성 아이디어도 갖고 있다. ⓒ 프라임경제
"특히 문제가 심각한 것이 100% 특정 정당의 정치적 독점주의가 강한 대구 등의 지방의회"라는 게 김 후보의 일갈. "지방선거 일꾼이라는 개념이 아니고, 지역구 국회의원의 심부름꾼처럼 받아들여지고 있다. 이런 현상이 20년 이상 지속되고 있는 게 우리나라 지방자치제의 현주소 아닐까?"라고 그는 주목한다.
김 후보는 "특히 대구는 한국당 편애 현상이 유독 심해 국회의원에게 잘 보여 지방선거에 나서려는 안일한 생각이 팽배해 있다. 이런 상황에 무슨 전문성이 있어서 시와 구에 대한 감시와 견제가 되겠는가?"라며 대구의 정치문화에 대한 쓴소리를 아끼지 않는다. 고려대에서 정치외교학을 공부한 데다 이미 한 차례 시의원을 역임하면서 얻은 경험에서 터득한 문제점이다.
"대구의 정치적 자존심은 이제 이명박·박근혜 두 전직 대통령 구속으로 소위 말해 만신창이가 되고 있다"고 주장한 그는 "대구 시민들도 자존심이 많이 상한 상태"라고 풀이했다. "한국당을 다시 밀어주자니 잘 하는 게 아무것도 없고,
민주당에게 마음을 주자니 선뜻 손이 안 가고, 이런 상황에서 바미당이 한국당을 뛰어넘는 대안을 만들어주기를 바라지만 그것도 아직 확실치는 않다"면서 그럼에도 지금 확실히 정치가 발전하기 위해 새로운 문화의 싹을 틔우자는 심정으로 어렵지만 바미당 출마를 결심했다고 덧붙였다.
사업을 운영, 일정 수준 이상 궤도에 올린 경제적 식견도 있고, 중국에 건너가 교민들을 상대로 언론사(상하이 뉴스)를 운영해 본 글로벌 감각도 있다고 자부한다.
동생 김광석 후보와 함께 현안 점검에 나선 김인석 후보(왼쪽). ⓒ 프라임경제
◆가장 낙후된 중구, 여길 살려야 대구가 되살아난다
그는 "정치에 이번에 처음 입문하는 동생(김광석 중구 기초의회 후보)하고 정치 문제를 같이 공유하고, 가장 낙후된 중구에 돌아가서 바미당 깃발을 가지고
우리가 도전해 보자, 이렇게 된 것"이라고 결전의 무대를 중구로 잡은 이유를 설명한다. 앞서 대구에서 잘 나가는 동네 수성구에서 당선됐던 경험과 정치 기반을 생각하면 굳이 중구에 돌아올 이유가 없다.
하지만 그는 기본적으로 생각하는 출발점에서 '스토리가 있는 정치, 스토리가 있는 정치인'이 되고 싶다는 생각에 정신적 고향 중구를 택했다.
그는 축산업 등으로 유복하게 지내던 가정이 기울자 대구 남문시장 근처로 이사와 어렵게 공부한 경험이 있다. 모친의 고생 덕에 이 곳을 기반으로 4형제를 모두 속칭 명문대에 진학한 이야기는 지금도 남문시장 상인들 사이에 회자된다(이 곳은 중구 선거구 관내에 속한다).
그는 지도를 짚으며 중구의 문제점을 수성구와 비교해 설명하기도 했다.
"여기 지도를 보면 큰 덩어리의 푸른색 표시가 보이지 않나? 이게 아파트 단지다. 수성구와 여기 중구를 비교해 봐라. 여기, 중구 관내도에서 특히 전철선을 기준으로 오른쪽을 보자. 5군데쯤 빼면 모두 옛 단독주택 등 기존 주택들이고, 혹은 전통시장 등 옛 상업지구다. 과거에 경제와 정치의 중심지였고 국채보상운동공원 등 대구의 중심과 자존심이 살아있는 곳이 중구지만, 지금은 그야말로 퇴락한 원도심이라고 할 수 있다."
그는 그런 점에서 재건축과 재개발을 단순히 돈벌이 수단이 아닌, 주민들이 새롭게 돌아오고 활력의 마중물을 부을 수 있는 이벤트로 추구해야 한다고 본다. 아울러 시장 지역의 개편 사업은 상인과 상가 건물주, 인근 주택의 주인과 세입자 등 다양한 이해관계자들의 의견이 용광로처럼 들끓는 곳이기 때문에 한층 세심하게 다뤄야 한다고 강조한다.
대구시의회에 진출하면 관련 조례를 제대로 만들어 보고 싶다는 게 지금 이 순간 김 후보의 가장 큰 열망이자 공약인 이유다.
그는 "대구 경제는 현재 수년째 지역내총생산(GRDP)이 광역시급 도시 중 최저 수준인 걸 외면하지 말자"고 주장하고 그 돌파구를 기계 산업과 4차 산업에서 찾자고 제언한다. 김 후보는 "과거 대구 3대 축은 섬유와 기계, 건설 등이었다"면서 섬유는 인건비 상승 과정에서 대응 시기를 놓쳤고, 건설업도 IMF 시대에 많이 기울었다(청구 등 지역 건설사 좌초를 말함). 다만 아직 기계산업 쪽에 희망이 있다"고 짚고 "기계와 함께, 앞으로 대구(경제)를 살리려면 소위 말하는 경제 패러다임 경제 바꾸는 걸 많은 면에서 추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지도를 훑으며 현안 브리핑을 하는 김인석 후보. ⓒ 프라임경제
그런 면에서 부족한 게 하루 아침에 되는 건 아니라면서, 그는 "대구는 잠재적 성장 기반이 척박하다"고 풀이하고 "산업 구조를 4차 산업 쪽으로 전환, 다른 지역에 앞서 나갈 노력을 하자"고 '발상의 전환'을 제시했다.
그는 "사실상 이번 지방선거는 대구와 대구 시민들에게 특히 중요하다"면서 "이번 선거는 전국적으로 한국당 대 비한국당의 선거"라고 풀이하고 "대구의 경우 한국당 독점 체제가 너무 오래 계속돼 왔는데 이번에 그런 점에서 더 큰, 근본적 변화가 필요가 필요하다"고 호소했다.
김 후보는 "문재인 정부가 잘 한다는 평가 나오지만 그럴 수록 건전한 보수, 대안 정당은 필요하다"고 의미를 부여하고 "바미당은 아직 미흡하지만, 이번 지방선거 이후에 민주당 적절히 견제하고 대안을 제시할 정당은 절대적으로 필요하다. 그런 야당다운 야당, 보수다운 보수의 필요성을 유권자들이 알아주길 바란다. 그 출발점이 대구가 될 것"이라고 자신감을 나타냈다.
◆항구 없는 대구, 세계로 나가려면…노인건강에도 관심
대구 문제점 중에 하나가, 분지 지형이고 항구가 없어 확장성이 떨어지는 것이라고 김 후보는 강조한다.
그는 "세계로 나아가야 한다. 경부선 라인 같은 철도 교통은 좋지만, 항구가 없다. 그러므로 국제공항이 중요하다"고 전제하고 "그런 면에서 (어느 지역보다) 훨씬 좋은 국제공항을 가져야 한다는 건 분명하다"고 말했다. 그런 점에서 경북권 공항 이슈에 대해 고심하고 있고, 좋은 의견을 조만간 내놓고자 한다고 예고했다.
또 마지막으로 김 후보는 "시의원에 당선되면 노인들이 진짜로 편하게 이용할 수 있는, 의료협동조합을 추진해 볼 생각"이라고 말했다.
돈이 거의 들지 않으면서 한방과 치과 등 노인들에게 꼭 필요한 그런 시스템을 지역에서 주도적으로 구성하겠다는 것. 현재의 일부 의료협동조합이 영리를 목적으로 하고 그렇다 보니 편법으로 서비스를 해 소비자가 최우선이 아니라는 점을 우려하는 것. 김 후보는 지역사회와 시민, 다양한 외부전문가 의견을 시의원이 묶어내되, 조합이 독립적으로 움직일 수 있도록 하는 조력자 노릇을 해보겠다고 의지를 내비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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