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라임경제] 금융위원회 개혁론자, 삼성 차명 계좌의 저승사자 등 다양한 기대감을 불러모으고 있는 윤석헌 서울대학교 경영대 객원교수가 차기 금융감독원장으로 거명되고 있다. 한림대학교에서 학생들을 가르치던 그는 2016년까지는 숭실대학교에서 근무했고, 이후 다시 모교로 자리를 옮겼다.
우선 금융 개혁에 선봉장 역할을 해줄 것으로 기대를 거는 목소리가 높다. 박용진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4일 트위터에 글을 올려 "윤석헌 금감원장 내정 대환영"이라고 말했다. 그는 "재벌과 관료들, 김기식(전임 원장으로 외유 논란으로 초고속 낙마) '늑대' 피하려다 '호랑이'를 만날 것이라는 제 생각이 맞았군요! 그 호랑이가 바로 윤석헌 교수였기 때문"이라고 풀이했다.
박 의원은 "성과를 내지 못하고 있던 금융·재벌 개혁의 속도를 내겠다는 문재인 정부의 의지를 다시 한번 확인했다"고도 평가했다.
한편 금융위원회에서 왜 자기 발등을 찍었는지 궁금하다는 해석도 나온다. 윤 교수가 금융위 수술론자여서다. 금융위원장이 제청하고 대통령이 재가하는 식으로 진행되는 금감원장 선임 과정을 보면, 최종구 금융위원장의 몽니로 다른 인물을 고를 여지가 없지 않다. 특히 최 원장이 1957년생, 윤 교수가 1948년생인 걸 감안해서도 편하지 않다.
다만, 윤 교수가 고령임을 감안해 금융 개혁 특히 재벌 개혁에 관련이 깊은 영역만 집중해 줄 것을 기대한 게 아니냐는 풀이가 가능하다. 김기식 전 금감원장 발탁 건에서도 금융위와 시민단체 출신인 그가 구원이 있다는 식의 해석 기사가 나온 바 있다. 최 금융위원장도 자기 마음대로 하는 게 아니라 청와대의 하청을 받아 처리하는 측면으로 봐야지, 자기 인사권이라고 볼 건 아니라는 얘기다.
금융소비자 보호 문제나 재벌 개혁에 관련성 깊은 금융 개혁에 매진, '(넘어가더라도 태양의 위엄으로) 서쪽 하늘을 벌겋게 물들이고 싶다'는 역할에만 충실하면 조금 불편한 정도는 접고 기대를 걸어 볼 수 있다고 판단하는 게 아닌지 귀추가 주목된다.
◆감독 역할론 매섭지만, 케이뱅크 유권해석 놓고 우물우물?
이 와중에 그가 기존에 내놨던 목소리들을 재점검하면 흥미로운 구석이 나온다.
2008년 11월14일 국회 기획재정위가 개최한 공청회에서 '위기 대응 과정에서 정부기관 간 이견의 금융시장 안정 저해 문제'를 진지하게 논의했다.
당시 한림대에 출강 중이던 윤 교수는 "금융위의 국내금융 기능을 재정부 내 금융국으로 재배치하고 재정부 장관을 부총리로 승격시켜야 한다"고 제언했다.
다만 그는 공룡 부서의 탄생을 막을 필요도 부연했다. 그는 "다만 예산 기능은 별도의 처로 독립시키고 한국은행의 권한은 강화해 금융 안정 기능을 맡겨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런 그의 학설은 이후에도 큰 기조 변화가 없었던 것으로 보인다. 잠시 여기서 용어를 짚고 넘어가자. 지금의 금융위와 금감원 체제는 그리 오래된 게 아니다. 과거 금융감독위원회가 운영되던 시절이 있었던 것.
그는 공저로 쓴 '비정상 경제회담(2016년 간행)'에서 "2008년 이명박 정부 들어 당시 재정부의 금융정책국과 금감위를 합쳐 금융위를 만들어서 (가계부채) 문제를 더 악화시켰다"고 풀이했다.
윤 교수와 이 책을 같이 쓴 이들이 DJ 정부 시절 청와대 경제수석을 지낸 김태동 성균관대 명예교수와 과거 금감위 부위원장을 역임한 윤원배 숙명여대 명예교수 등이었음을 고려해도 약간 기운 듯한 논조다.
그렇게 선명하게 금융위 개혁 필요성을 지향하던 그도 금융위와 지나치게 각을 세우는 걸 때로는 지양한다.
작년 12월20일 발언이다. 그는 이때 금융행정혁신위원회에서 몸담고 있었다. 이미 박근혜 정부가 무너지고 '장미 대선'으로 문재인 정부가 들어선 뒤라서 개혁 금융론자인 그가 위상이 높아진 터다. 어쨌든 금융혁신위원장 역할을 하면서 지나치게 금융위에 면박만 주기는 입장이 어려워서가 아니냐는 풀이가 나온다.
그는 "케이뱅크 인가(문제), 이건희 회장 차명계좌 과세 등을 살펴봤다. 이 과정에서 금융당국이 적법하게 일 처리를 하지 않았다고 보는가?"라는 기자들의 질문을 받자 "적법성을 논할 사항이 아니다. 원래 입법 자체가 명확하지 않아 (금융위가) 어떤 해석을 했는가에 대한 문제"라고 '재량' 주장을 내놨다.
그는 "금융당국 해석이 타당했는지는 논란이 있을 수 있다"고 지적하고 "이건희 회장 차명계좌의 실명전환, 과징금 부과 등을 두고 금융위와 입장이 달랐다"면서도 "유권해석 문제는 입법을 (명확히 하는 방식을) 통해서 해결해야 한다"고 짚었다.
입법이 명확치 않으니 주무부처나 관련 적합성, 권위를 가진 곳에서 유권해석을 하는 건데, 당시 논지를 묘하게 흐렸다는 의아함을 낳았다. 그의 이 당시 모호한 빠져 나가기는 결국 금융위의 관리 감독 기능에 지나치게 공세적인 비판을 하지 않고 봐준 셈이 됐다. 이런 점은 그가 과거 소신을 조금 굽혀 발탁 등 '다음 수순 자가관리'를 한 게 아니냐는 호사가들의 풀이를 피할 수 없는 요소다.
◆관치금융 비판 내로남불? 오히려 진성 관치주의자 우려?
그는 특히 관치금융으로는 가계부채 문제를 해결할 수 없다고 주장해 많은 이들의 호감을 샀다.

70세에 금융감독원장직에 내정된 윤석헌 교수를 놓고, 노익장 해석이 나온다. ⓒ 뉴스1
당시 조흥은행은 정부의 자금을 수혈받아 일단 기사회생했지만 제대로 약속 이행을 하지 못해 다른 은행에 매각(신한은행이 당시 매각 파트너로 부상했는데, 조흥은행 노조에서 극렬 반대)되는 안을 추진하고 있었다.
당연히 조흥은행 노조의 책임론과 그래도 무작정 이 참에 우리도 대형은행(메가뱅크) 추진을 하자는 식으로 합치기 능사 주장을 펴는 건 위험하다는 신중론(조흥은행 동정론)이 맞섰다.
당시 윤 교수는 "조흥은행 매각이 실패했다 해서 정부가 망하지는 않겠지만 외국 투자자들은 한국 정부의 개혁 의지를 의심할 것"이라고 공세적 태도를 보인 것으로 당시 언론 기록이 남아 있다.
비슷한 시기에 SK글로벌 사태 처리 방향에 대한 전문가들의 갑론을박 과정에서도 윤 교수는 대단히 매섭게 빚진 자가 알아서 처리하도록 내버려 두고 혹독한 원칙을 확인을 하자는 논지를 폈다.
그는 "타결 과정에서 채권단 요구가 많이 수용될 필요가 있다. 청산을 지지 하는 쪽의 논리는 투명성 확보와 모럴해저드를 미연에 방지하자는 게 골자"라고 주장했다.
◆최태원 피눈물보다 원칙 중요? 영국 금융청은 상상 못할 일
그는 "이번 사태 처리를 통해 채권자 자신이 저지른 문제는 스스로 해결해야 한다는 원칙을 확인할 수만 있어야 한다"고 말해 사실상 최태원 일가가 SK 지배권을 잃어버리는 등 위험이 있어도 원칙을 세우자는 과격론을 택한 것으로 풀이된다.
윤 교수는 "그래야 또 대마불사 논리가 적용됐다느니, 재벌 폐해가 고쳐지지 않고 있다느니, 투명성이 저해되고 있다느니 하는 지적을 피할 수 있기 때문"이라고 한 언론의 취재에 답했다.
참고로 최태원 집안은 하나은행의 백기사 역할에 간신히 살아남았다. 그를 도운 하나은행의 당시 수장이 김승유씨(자사고인 하나고등학교 설립자)다.
이건 원칙론, 냉정한 시장 논리에 맡기자는 주장일 수도 있지만 일부 논리 모순점이 있다는 지적도 제기된다.
SK 관련 원칙론은 다른 나라 투기자본(소버린의 공격)에 말려든, 후진적 구조를 갖고 있는 대기업 집단의 생사를 국가에서 개입하지 말자는 원칙적 주장이다.
그런데, 국가 기간 산업인 금융에서 일정한 매각 및 합병 혹은 독자 생존을 이야기하는 건 어느 쪽이든 간에 그 자체가 가치판단이다. 빚을 졌으니 알아서 살아남든지(정부에 진 빚을 갚든지) 다른 곳에 곱게 팔려가라는 주장과 맞닿는 원칙론은 그 자체가 또다른 관치 여지가 있는 것. 당시 메가뱅크론이 시장을 휩쓸던 여파가 있었음을 고려하면 더욱 그렇다.
그러므로, 그를 완전히 개혁론자나 리버럴한 자유 금융주의자로 특정하는 건 우리 사회가 지양해야 하지 않냐는 정도의 비판은 가능한 것.
마지막으로 그가 주장하는 금융위를 없애고 금감원을 강화하자는 주장에 대해 해외 사례를 살펴보자. 그의 주장은 일견 영국이 금융감독 시스템 전면 개편 고민을 통해 탄생시킨 영국금융청(FCA: 영국금융감독청 혹은 영국금융감독행위청으로도 번역)과 흡사하다.
영국 FCA는 우리나라로 치면 금감원 혹은 금융위 격이라는 평도 있고 양자를 합친 힘센 곳이라는 분석도 존재한다. 특이한 점은 금감원 격인 FCA는 민영화돼 있다. 속살은 정부 기관 같지만, 형태는 분명 민간 기업 모습이다.
특히, 다수의 FCA 직원들은 은행 등 민간 기업에서 일한 경험이 있고 그 정신을 업무에 소중히 반영한다. 그런 금융업에 대한 자율성 존중 마인드가 FCA가 관료 집단 같으면서도 관료 병폐에 매몰되지 않는 진정한 민간 기업화의 길을 걷게 해 주는 힘이다.
관계자 발언을 하나 소개한다. 넥타리오스 리오리오스 스타트업부트캠프 대표(핀테크 담당 대표)는 탈규제 정책과 FCA 즉 금융 감독기구의 역할에 대해, 규제 일변도로 경직되게 구는 관계가 분명 아니라고 우리나라 언론의 질문에 답한 바 있다.
그는 "(FCA는) 산업의 모든 이해관계자와 소통하며 규제를 통해 국민의 어떤 부분을 보호하는지, 그리고 기업 간 경쟁을 높여 국민이 얻는 효과가 무엇인지를 분명하게 주지시킨다"면서 "이런 노력은 국민의 반기업 정서를 개선하고 보다 적극적인 규제 완화를 추진할 수 있는 힘으로 작용한다"고 강조했다. 이어서 "지금과 같은 한국의 규제 환경에서는 혁신 모델이 시장에 출현하기 어려울 것"이라는 조언까지도 덧붙였다.
다시 위의 SK에 대한 냉정한 태도 문제를 되짚어 보자. 이런 정말로 영국식인 원조 순수 민간 금융감독기구 FCA도 친기업 정책을 펴는 상황에, 재정부(정부부처) 산하에 금융감독기능을 묶어두자는 주장을 해온 윤 교수가 택할 관점인지 의구심이 대두되는 것.
그가 지금까지 금융위 같은 감독체계를 오래 비판해 왔지만, 그가 생각하는 관치 혁파론에서 그 스스로는 결백한지 주변에서 점검해 볼 때라는 지적이 그래서 나온다. 바로 금융위의 든든한 부하기관이어야 할 금감원 수장에 대하기 어려운 고령의 거물 학자가 오는가의 문제만은 아니다. 국가 역할론과 민간에 대한 냉정함을 미스매치하고 있는 이를 발탁한 것이라는 우려 부분은 분명 불식필요가 있기 때문.
그런 이를 굳이 발탁해 제청하고 이를 추인해 주는 건 최 금융위원장 등이 금융위와 금감원 기능을 재벌 개혁의 금융적 역할만 맡으면 되는 '별동대' 격으로 격하시키는 게 아니냐는 기우마저 낳을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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