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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격 급하던 千의 개헌 시간표, 데드라인은 '국민의 이익'

새 정치문화 촉구 사자후도 눈길

임혜현 기자 | tea@newsprime.co.kr | 2018.04.20 13:36:56

[프라임경제] 천정배 민주평화당 의원이 달라졌다. 과거 엣지 있는, 부정적으로 표현하면 날이 선 분위기였던 그.

말 안 듣는 검찰총장을 개별적 수사지휘권 발동으로 날려버린 법무부 장관 이미지로 그 분위기의 정점을 찍었다.

또 해야 할 일은 해 주고 안 해야 할 일은 구분하던 이미지에서 유권자 이익을 충분히 감안해 먼저 가려운 곳을 긁어 주는 살가운 캐릭터로 거듭하고 있다. 풍암호수 관련비용 20억원을 오래 공들여 따온 게 한 예다. 

법무법인 해마루를 세우고 활동했던 그는 그 인연을 끌어와 안산을 정치적 탯자리로 삼았다. 하지만 문재인 지지층과의 불협 화음 끝에 고향 가까운 광주 서구을로 이동, 당적도 바꾸고 여러 정치 실험을 계속했다.

한때 안철수 진영과 손잡고 당 대표(옛 국민의당)를 지내기도 했으나, 안철수 의원이 정치적 스펙트럼을 모호하게 가져가다 결국 보수화하자 결별했다. 지금은 DJ 정신의 복원을 꿈꾸고 있다. 진보정당인 정의당과 공동교섭단체를 구성하는 등 다양한 목소리를 보다 힘있게 내기 위해 노력 중이다.

과거에 그는 목포 3대 천재로 회자됐다. 그 천재설에 가려져 잘 알려지지 않으나 성격이 대단히 급했다는 전언이 따른다. 현재의 부인과 만나 연애와 결혼에 골인한 과정에서도 이 조급함과 직진 우선의 패턴이 한몫했다.

손목시계를 풀고 정해진 시각까지 사귈지 말지 결정해달라고 채근했다는 이야기가 있다. 그런 그가 개헌 추진 국면에 대해 고언을 내놨다. 문재인정부에 별반 감정이 좋을 게 없는 이력을 생각하면, 잘못을 지적하고 바로 판을 엎으라는 식의 공세를 펼 법도 하다.

천정배 전 법무부 장관이 편한 차림으로 토크콘서트 분위기의 행사를 즐기고 있다. ⓒ 민주평화당

때마침 벌어진 드루킹 댓글 조작 및 인사 청탁 논란에 대해 천 의원이 "사이비 교주에게 인사 청탁을 받느냐?"고 일갈한 적이 있다. 자신들의 당원(제명)이 문제를 일으킨 것에 대해 마치 사이비 교주 같은 인물인 양 꼬리 자르기를 하려는 듯한 더불어민주당 혹은 청와대쪽 기류가 마음에 들지 않자 바로 촌철살인으로 공격한 것.

다만 그는 드루킹 사건에 대한 자유한국당의 특별검사제 시행 요구, 이것과 국회 운영을 연계하려는 태도에 일정 부분 선을 긋고 나섰다. 19일 그는 고심 끝에 선언문 하나를 냈다.

추가경정예산의 통과 정도는 정쟁 없이 통과시켜야 국민들이 어려움을 겪는 경제 사정에 마중물이 될 것이라는 점 역시 세심하게 파악해 한 데 그림을 그린 점이 특히 눈길을 끈다. 

그는 "특검과 추경, 개헌과 선거제 일괄타결에 의한 국회정상화를 제안한다"면서 "국민들로부터 꾸지람을 듣는 것을 두려워하면 안 된다. 오히려 비판의 목소리를 원망하고 독단에 빠지는 걸 두려워해야 한다"고 여러 정파들을 모두 비판했다.

그는 "다음 주면 남·북 정상회담, 그리고 얼마 후엔 북·미 정상회담이 예정돼 있다. 촛불국민혁명의 제1과제인 국민주권 개헌과 선거법 개정의 골든타임도 일주일여 남았다"며 "청년 일자리와 지역경제를 살리기 위한 추경도 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이어서 "그런데 자칫 드루킹 공방만 하다가 이 중요한 시기를 놓치고 개혁, 민생 과제들이 물건너가지 않을까 매우 우려된다"고 짚었다.

이와 함께 그는 "청와대와 여당은 특검을 받아들이고, 자유한국당은 일자리 추경을 받아들여야 한다. 또 청와대와 여당은 최소한의 분권형 대통령제를 위한 총리추천제를 받아들이고, 자유한국당은 민심그대로 선거제를 받아들이길 바란다"고 청와대와 여·야에 각각의 숙제를 냈다.

이는 개헌을 빨리 추진해야 한다는 청와대 및 여당의 기류에 손을 들어준 것으로 일단 보이지만, 결이 다른 뜻이 있다.

현재 청와대 관계자들은 개헌 추진에 대한 당위성만 주장하고 있으나 그 논의가 실체가 없다는 비판을 받는다. 6월에 지방선거와 개헌을 동시에 투표하려면 국민투표법 위헌 상황을 고쳐야 한다는 지엽적 때리기로 야권의 일 안하는 모습을 부각시키려고만 한다는 지적이다.

그러면서도 드루킹 특검 문제에 대해선 "논의가 된 바가 없다. 부정하는 게 아니라 논의 자체를 한 적이 없다는 뜻이다. 그런데 그건 국회에서 할 일 아닌가?"라며 언어유희를 즐기고 있다.

국회에서 개별법으로 특검 임명의 근거를 만들어온 전통을 짚은 것이라 맞는 말처럼 들리지만, 굳이 바라지 않기 때문에 공회전 중인 국회가 특검법 알아서 하고 우리는 투표법만 본다는 식으로 말한다는 비판을 피하기 어렵다.

사실 굳이 원한다면 특별검사라는 명칭을 쓰는 대통령 직접 임명 방식의 1회성 검사 지정을 할 가능성도 법리상 있다는 소리가 나온다. 특검이라는 미국식 제도의 연원상 원시적 형태의 미국 특검에 가까운 조치이고, 검사의 임명을 법무부와 상의해 적절히 처리하는 것도 가능하기 때문이다.

천 의원의 성명의 눈길은 바로 이런 청와대와 민주당이 놓치거나, 애써 눈감는 상황을 모두 담고 있다. 시기를 놓치지 말고 민생과 개혁을 챙기자는 점을 잊지 말라는 두괄식 구성 해결을 촉구 중이다.   

물론 이번 발언 등 다양한 행보를 하는 천 의원에 대해 작은 정당에서 주목받고자 특검 찬성으로 스탠스 변화를 한다는 해석을 내놓기도 한다. 그러나 그 점이 사실이라고 하더라도, 급한 성격대로 내 시간과 마감에 맞춰 사는데 익숙하던 천 의원이 변한 건 분명하다.

이제 다른 정계인사들에게 '국민의 시간표대로 처리하자'는 제언을 내놓은 것이기 때문. 이에 그치지 않는다. 민주평화당이 추구할 정치 이슈들의 데드라인은 오직 국민의 이익이라는 새로운 패러다임을 제시하면서 국민들에게 자신의 당을 '티끌 모아 태산 식'으로 알리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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