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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무십일홍, 진검승부 나선 文 총장에 격추당한 '조국 라이징'?

검찰 개혁과 개헌 추진 전반에서 비민주주의 행태 반격…대처 방안 주목

임혜현 기자 | tea@newsprime.co.kr | 2018.03.29 12:44:29

[프라임경제] 지난 번 충돌은 예고편에 불과했다. 김진태 자유한국당 의원의 다소 인신공격적 문제 제기도 전채 요리에 지나지 않았다. 29일 문무일 검찰총장의 '작심 발언'이 등장했다.

오히려 개헌 방향의 진정성과 국가구조 논의의 민주적 정당성을 의심받는 처지에 몰리면서 개헌 등에 훈수를 받는 모습이 연출됐다. 부속 법률의 개정 방향에 대해 애써 개봉 시점을 가리고 내용 등을 조율하던 막도 벗겨지는 상황이 됐다. 서로 발가벗고 허심탄회하게 속깊은 대화를 나누기에는 이미 너무 상황이 좋지 않다는 우려도 나온다.

조국 청와대 민정수석비서관은 지난 1월 국가 권력기관 제도 개혁을 브리핑하면서 문재인 정부의 개혁적 이미지 제고에 다시금 군불을 지폈다. 

이번 대통령 직접 발의 형식의 개헌안 추진 국면에서도 사흘에 걸쳐 개헌안의 중요 요지를 설명하는 데 선봉장으로 나섰다. 울산대와 서울대 교수를 거쳐 청와대에 입성한 조 수석은 개혁적 성향의 현실참여적 형사법학자로, 비검찰 출신인 것은 둘째치고 아예 비법조인으로 다른 정권의 민정수석 역할 모델과 동떨어졌다는 평과 기대를 받았다.

그런 그의 역할은 당초 문재인 정부 출범 초기 내내 따라붙은 인사검증 실패론으로 축소되는 듯 싶었으나, 앞서 거론한 권력기관 개혁 수술 작업으로 다시금 화려하게 빛나기 시작했다. 

특히 3회에 걸쳐 개헌 추진의 필요성과 당위성을 역설하는 모습으로 정부 지지층의 결집과 반대파 설복의 상징 아이콘으로 떠올랐다. 많은 쟁점들에서 왜 이런 개헌 방향을 제언했는지 설명하는 모습이 인상적으로 부각됐다는 평도 나왔다.

하지만 김진태발 일개 비서 공격이 매섭게 날아들었다.

◆일개 수석이 국무회의 가이드라인 긋나?

김 의원은 26일 자신의 SNS를 통해 "현행 헌법에 의하면 헌법 개정안은 국무회의 '심의'를 거쳐야 하는데 국무회의를 형식적으로 들러리 세웠다"고 짚었다. 그는 "대통령 비서실에서 주도한 개헌안을 국무회의에서 딱 40분간 심의하는 척했다. 헌법을 개정한다면서 헌법을 지키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김 의원은 "조 수석이 언젠가 사고 칠 줄 알았다. 법무부 장관과 국무회의가 할 일을 일개 비서가 설쳐대니 문제"라고 맹비난했다. 이어서 "대한민국 국회는 대통령 비서가 만들어 보낸 것을 검토해선 안 된다"고 제언했다.

정제되지 않은 공세지만, 국무회의에 가이드라인을 그어주는 수석 이미지가 덧씌워질 수 있는 소지를 제공한 것은 청와대와 조 수석의 실책이라 이런 지적은 귀담아 들어야 한다는 소리도 나온다.

이런 터에 문 총장의 기자회견이 터지면서 전운이 감돌던 상황은 본격 개전으로 치달을 전망이다. 문 총장은 이미 지난 번 문재인 대통령이 경찰대 졸업식에 참석하던 날 수사권과 영장청구권의 현행 틀 고수 필요 주장을 내놓은 바 있다.

조국 민정수석(사진 가운데)이 검찰의 정면 반발에 격추될지 주목된다. ⓒ 프라임경제

국회에서 발언한 형식이긴 해도, 당시 문 총장 발언은 문 대통령이 이제 막 사회생활을 시작하는 경찰 초임 간부들 앞에서 향후 경찰의 힘이 강해지는 것을 전제로 이런저런 당부를 한 것에 '실시간으로 초를 친 것'으로 받아들여졌다.

청와대 측은 이런저런 의견이 있을 수 있다는 식으로 대수롭지 않게 물타기를 시도했지만, 청와대 기본 입장은 "청와대가 검찰과 뭘 협의해야 하는 건 아니다"라는 부리는 사람 입장이라는 것이고 그런 신호도 기회 닿을 때마다 보내고 있다.

물론 상위기관으로서의 대통령(정부수반)이므로 청와대 보좌진의 검찰총장 발언 견제가 문제가 되는 것은 아니다. 다만, 지난 번 권력기관 틀 손질 구상에 이어 헌법 개정 아이디어를 쏟아내면서 조 수석이 지나쳤다는 평 역시 피하기 어렵다. 

현행 헌법에서 명시돼 있는 검사의 영장청구권이 개헌안과 같이 삭제 처리되면, 경찰에 영장청구권을 인정할지 여부는 개헌 사안이 아닌 법률 개정 문제에 불과한 수준으로 하향조정된다. 검찰 개혁의 여러 사안 가운데 유독 헌법 규정이라는 이유로 논의조차 어려웠던 영장 확보 주체의 족쇄가 다소 완화되는 것이다. 검찰은 경찰에 독자적인 영장청구권을 부여하는 것으로 본다. 무분별한 강제수사가 이뤄질 수 있다고 우려하는 지점이다.

◆논의 한 마디 없는 개편 시도+자치경찰제 빼놔 의혹 증폭?

이런 상황에 수사권 조정안이 윤곽을 드러내자 경찰과 검찰 양측에서 반발 기류가 급속히 일어났다. 경찰은 당초 기대한 것보다 몫이 줄어든다는 정도의 불만이지만, 검찰은 해도 너무 한다는 격분에 '절차적으로 문제있는 조국'이라는 의혹이 확신으로 굳어졌다는 내부 반응이 주류가 되고 있는 것으로 알려진다. 

특히 문제가 되는 대목은 당초 이번 정부의 공약에 있던 자치경찰제 도입이 수사권 조정 합의안에서 제외되는 것으로 알려진 부분이다. 이에 따라 논란은 더욱 커지고 있고, 결국 검찰은 수장인 총장이 직접 기자회견에 나서면서 정면 반발을 하게 된 것이다.

문 총장은 "수사권 조정 문제와 관련해 박상기 법무부 장관과 논의한 바 있느냐"는 질문에 "논의한다는 얘기를 들었고 궁금해서 물어본 적도 있지만 구체적 경과를 자세히 알지 못한다"고 답했다.

또한 자치경찰제 도입으로 힘을 빼는 것도 아닌 현재와 거의 비슷한 경찰이 존치되고, 검찰만 수술당하는 것은 글로벌 기준으로도 말이 안 되는 이상한 구속제도로 이어질 것이라고 짚었다. '수사의 주재자 모임'이 아닌 '법률 전문가 집단'으로서 검찰이 작심하고 문제점들을 모두 융합할 경우를 짚어주는 자존심 싸움으로 치닫는 국면이다.

문 총장이 영장청구권을 검찰이 계속 보유해야 한다고 강조하는 이유는 이렇다. "민주국가에서 경찰이 직접 인신구속을 신청하는 나라는 없다. 영미법계는 체포 즉시 법원의 판단을 받아야 하고, 대륙법계는 48시간 이내에 검사가 영장을 청구하게 돼 있다"는 것.

사실상 조 수석이 나이브하게 대처한 게 대단히 잘못된 신호를 주고 있거나, 혹은 그런 오해를 일부러 방치한다는 점을 정조준한 것이라서 조 수석과 문 총장은 이제 같이 갈 수 없는 국면이라는 풀이가 뒤따른다. 

조 수석이 개헌 설명 국면에서 형사소송법 개정안 등 수사권과 구속 등의 변화 틀을 그려주면서 검찰을 몰아붙였어도 이 같은 반대 의견이 나올 수 있었겠지만, 좀 더 점잖은 다툼 전개가 가능했을 것이다.

다만 지금 국면은 아예 문제점을 알거나 알 수 있었던 학자 출신 수석이 일부러 정치공학적으로 헌법 수정과 형사소송제도 및 수사제도 틀 수정 작업을 모호하게 가져 간다는 지적을 검찰이 짚은 셈이다. 

자신이 제대로 짚지 않은 자치경찰제 추진 이슈를 오히려 검찰 진영의 입에서 "그걸 하면 자연히 수사권 등도 정리된다"고 '조언당하는' 건 아무래도 모양이 좋지 않다. 1987년 체제 종식의 주타수로 주가를 올리던 조 수석의 날개에 검찰의 항변이 꽂힌 국면, 청와대는 조 수석 문제를 어떻게 풀지 귀추가 주목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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