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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고다이 대표에 청백리 더하니…자한당 충남 후보=불사조?

 

임혜현 기자 | tea@newsprime.co.kr | 2018.03.28 17:07:04

[프라임경제] 6월 지방선거가 다가오고 있는 가운데, 각 당의 셈법과 고심이 복잡다단하다. 특히 충청남도의 경우 광역단체장(도지사) 선거의 판세가 관심을 모으고 있는 가운데 자유한국당의 후보 확정이 빨리 매듭지어 지지 못하고 있어 눈길을 끈다.

이 지역은 현직 지사의 사퇴 파장으로 한 차례 소동이 지나간 곳. 안희정 전 지사는 이미 오는 6월 선거 불출마를 공식화했던 터이지만, 업무상 위력간음 논란의 여진이 얼마나 더 갈지 쉽게 단언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그는 논란을 빚자 도의회에 사직서를 제출, 야인으로 돌아갔다. 그의 뒤를 이어 출마하면 낙승을 거둘 것으로까지 점쳐졌던 박수현 전 청와대 대변인 역시 안희정 마케팅 역풍에 자신의 내연녀 부정 공천 논란으로 미끄러졌다. 양승조 의원이나 복기왕 전 아산시장 등 다른 예비후보군에서 더불어민주당 후보가 결정될 전망이다.

자한당의 고민은 크기가 작지 않다. 안희정 역풍을 최대한 잘 활용해 밀어붙인다고 해도, 정당 지지도 등에서 일단 밀림 양상이 크다. 사정이 이렇고 보니, 쉽게 뛰어들 인물을 구하기 힘들다. 이 대목에서 자한당에서는 안타깝지만 잔잔한 감동을 주는 청백리 사연과 불굴의 정치 역정 스토리가 교차해 부각되는 '웃픈' 상황이 연출되고 있다.

철새? 공신? 혹은 행정 전문가? 돈없는 이명수 

이명수 의원이 자한당 공천을 받아 도지사 선거에 출마를 검토했으나 결국 의사를 접은 것으로 알려진다. 이 의원의 발목을 잡은 요소 중에는 자한당의 당선 가능성 문제도 있지만, 실탄 부족이 치명적이었던 것으로 풀이된다.

행정고시를 거쳐 공무원 생활을 하던 중 정계에 투신한 이명수 의원. 자금 문제로 이번 지방선거 도전을 결국 접었다. ⓒ 뉴스1

실제로 이 의원은 자금 문제로 도지사 선거에 나설 경우 당의 지원을 받을 수 있는지 홍준표 자한당 대표에 문의하기도 했지만, 홍 대표는 묵묵부답이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일각에서는 홍 대표가 이 의원이 '치받은' 데 앙금이 있어서 그런 게 아니냐는 가십성 해석을 하기도 한다. 이는 지난 2월21일 연석회의를 고려한 해석이다. 

당시 주호영 의원 등 여러 거물들이 홍 대표를 향해 당내 소통을 요구했다. 이 자리에 3선급에서는 이명수 의원이 참석, 쓴소리 대열에 이름을 올렸던 바 있는데 그 불편한 문제를 자금 지원과 연결해 추측하는 것이 이 해석론의 근거인 셈이다.

하지만 이 해석은 지나치게 단편적이라는 반론에 부딪힌다. 갑자기 닥친 '장미 대선' 와중에 이 의원은 '홍준표 대선후보 당선 목표'를 위해 대선기획단 정책본부장을 맡아 활동한 인연이 있다.

이 의원의 성격과 능력을 알아보고 홍 대표로서도 나름대로 높게 평가할 만한 상황이지만, 중앙당 차원의 지원 가능성에서 브레이크가 걸렸을 것이라는 게 더 유력한 풀이다. 실제로 홍 대표는 '독고다이' 정치인으로 유명하며, 돈으로 사람을 거느리는 정치 문화나 보스 계보 정치와도 거리가 대단히 멀다.

과거 우리나라 정치의 구습인 보스 정치나 돈 정치와 거리가 가장 먼 인물로 꼽히는 홍준표 자한당 대표. ⓒ 뉴스1

그런 성격을 알아서 주변에서도 함부로 그에게 돈을 건네지도 못한다. 일례로 홍 대표는 자신이 의원직을 내려놓고 쉬던 2000년대 초반 이회창 전 한나라당 총재의 총풍 사건 방어를 맡아 뛴 바 있다. 이 전 총재는 총풍 사건 항소심이 사실상 무죄에 가깝게 유리하게 끝나자 홍 대표를 불러 500만원을 주며 "이걸 5000만원처럼 생각하라"고 했다는 일화가 있다. 홍 대표가 나중에 2004년 2월 대선자금 수사 때 전략기획본부장을 맡아 방어하면서 자기 당이 '차떼기'를 저질렀다는 걸 좀처럼 믿지 않고 대결했던 것도 검은 돈 자체와 워낙 안 친한 때문이라는 후문이 나온다.

문제는 이런 대표와 청백리 정치인이 만나 정말 돈이 없는 지경에 타결책이 없다는 지경에 이르렀다는 점이다. 이 의원은 금산군수를 거쳐 청와대 근무, 이후 충남부지사 역임 후 정계에 투신하면서 좀처럼 부를 쌓지 못했다.

청와대 근무 시절에도 새마을호 대신 무궁화호만 타고 고향을 오갔을 정도로 짰으며, 금산군수 근무 때(1990년대 초반)에는 청소부 근무 개선을 위해 몸소 청소차를 타보며 실태 파악을 할 정도로 꼬장꼬장했다고 평이 나 있다.

실제로 2017년 3월 발표된 충청권 선출직 국회의원 27명의 재산 1인당 평균 재산은 87억여원이었지만 같은 자료에서 이 의원은 재산이 4억선을 밑돌았다.

이런 공직 수행 태도와 주변 관리로 2005년 당시에는 열린우리당 재보선 공천을 받아 의원직에 도전했다. 당시 정청래 의원이 그의 공천에 당 정체성 문제를 들어 제동을 걸었으나 무사 통과됐다. 이후 한나라당 계열로 결국 갈아탔지만 큰 철새 논란이 없었다는 평. 애초 심대평 전 충남지사가 국민중심당을 창당할 때에도 그와 깊이 논의했던 것으로 알려지는 등 난국 해결에 도움을 주는 참모형 인사로 평이 나쁘지 않다.

돌아와 달라 외침에도 이인제, 왜 난색?

결국 이 의원은 자금 문제 등을 이유로 자신은 도백 목표를 접고 이인제 전 의원 지지 성명 대열에 참가했다.

그렇다고 이 전 의원이 흔쾌히 출마 의사를 밝힌 것도 아니다. 이 전 의원으로서도 충남에서 도지사 공략을 하는 게 쉽지만은 않다. 6선 의원에 노동부 장관, 경기도지사 경력 등 다양한 이력을 갖고 있는 그이지만, 경기도지사 경험은 20여년이 지났고 이리저리 당적을 옮기며 자기 정치 생명 연장만 한다는 비판도 높다.

별명 자체가 '불사조' 혹은 '피닉스'인 지경. 이런 중앙 정치권이나 일반적 지명도에 대조적으로 고향인 충청권에서는 오랜 의정 활동 등으로 반응이 무조건 나쁘지는 않다. 결국 고심에 고심을 더할 수밖에 없는 상황인 것.

그럼 이 전 의원이 출전 결심을 굳히면 가능성은 과연 없을까? 한국사회여론연구소(KSOI)가 충청남도 거주 만 19세 이상 성인 남녀 1042명을 대상으로 19일 실시한 가상대결 여론조사를 살펴보자. 

민주당 후보로 복기왕 카드 배치, 자한당은 후보로 이명수 후보로 가정, 바른미래당 후보로 김용필 충남도의회 의원을 상정한 여론조사에서는 복 전 시장이 39.5%를 얻어 이명수 후보(14.8%) 등을 꺾을 것으로 나왔다. 다만, 적합한 후보가 없다'가 15.2%를 차지했고 '모름/무응답'도 22.6%였다. 응답 유보가 무려 37.8%에 달해 변화 가능성은 상당하다는 문제가 남는다. 이 중에 과연 '샤이 보수'가 얼마나 될지가 관건인 셈.

같은 여론조사에서 민주당은 복기왕 전 시장, 자한당에서는 이인제 전 의원, 바른미래당 후보로 김용필 의원 출마를 가정한 조사에서는 복 전 시장이 41.7%를 얻었다. 이 전 의원은 21.0%. 이때 '적합한 후보가 없다' 14.3%와 '모름/무응답' 16.5%로 나타났다.

결국 샤이 보수를 훑고, 문재인 정권 정책들에 부정적인 충청 표심을 어떻게 자극해 중간층을 최대한 끌어들이는가가 관건이 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정당별 지지도만으로 완전히 예보하기 어려운 충남 도백 선거 구도는 그런 점에서 불굴의 생명력과 돌파력을 자랑해 온 불사조 이인제에게 딱 맞는 무대일지도 모른다. 돈이 없는 공직자 출신 의원, 보스 정치나 금일봉 뿌려주기를 할 여력도 생각도 없는 당대표에 한국 정치사의 화석 같은 거물 정치인이 만나 대업을 이룰 수 있을까?

*기사 본문의 19일 실시된 KSOI 조사는 휴대전화 가상번호 78.2%와 유선전화 21.8%를 이용한 전화면접조사 방식으로, 응답률은 14.6%에 표본오차는 95% 신뢰 수준에서 3%P 내외였다. 기타 자세한 사항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에서 확인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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