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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출전사 KT&G에게 밀어내기 논란 웬 말?

회전율·환차손 감안하면 억울한 지적 우려 커…백복인 연임 효과 노렸으면 다른 방법 택했을 가능성

임혜현 기자 | tea@newsprime.co.kr | 2018.02.26 15:25:55

[프라임경제] 많이 판다고 능사가 아니다? KT&G(033780)가 판매 실적과 관련, 애매한 매를 맞고 있는지 논란이 제기되고 있다.

KT&G는 26일 지난 1월 별도기준 영업이익이 작년 1월보다 37.1% 감소한 700억7600만원으로 잠정 집계됐다는 공시를 내놨다. 해당 공시에 따르면 같은 기간 별도기준 매출액은 1677억원으로 전년비 29.3% 줄었지만 당기순이익은 587억5800만원으로 31.0% 늘었다.

특히 KT&G 관계자는 "KT&G의 지난해 4분기 매출액(2070억원)은 2016년 같은 기간(2083억원)에 비해 오히려 적었으며, 지난해 수출량이 월별로 급격한 변동폭 없이 완만한 수준을 유지했다"고 해석했다. 

이어 "연간 전반적 추이에 비해 4분기의 수출량은 오히려 줄어 들었으며 해외 현지 재고보유량도 증가하지 않았고 매출채권 회전율 또한 2015~2016년 기간에 비해 개선된 점 등을 종합해 볼 때 '밀어내기' 의혹은 사실과 전혀 다르다"고도 짚었다.

밀어내기란 장부상 매출 규모를 크게 일으키는 것을 말한다. 간단히 말하면 겉으로는 장사를 잘 한 것 같지만 거래처에 물건과 회수할 대금이 잠겨 있는 소화불량 상황이라고 할 수 있다. 

기업에서는 더러 사정에 따라 이 같은 외형적 과시를 할 필요가 있다. KT&G의 경우 밀어내기 논란에 특히 우려, 26일자 공시를 단행한 것으로 풀이할 수 있다. 이미 이달 1일에 지난 2017년 4분기 실적을 내놓은 것만 봐도 대강의 경영 기조를 볼 수 있기 때문.

밀어내기 논란 왜? 회전율 감안해 볼 필요 높아

즉, 백복인 사장 연임을 이끌어내기 위해 일종의 이벤트를 한 게 아니냐는 우려에 대해 벙어리 냉가슴 앓듯 하다 1분기 실적을 넣어 다시 공시를 한 것으로 볼 수 있다. 굳이 과잉 대응으로 볼 수 있지만 한편 억울함의 발로라고 풀이할 여지도 있어 흥미를 자아낸다.

KT&G가 백복인 사장 연임 결정 시기에 즈음해, 이른바 밀어내기를 해 외형상 실적을 키웠다는 지적이 나온다. 하지만 이 같은 행보는 회전율 등 문제 지표로 드러나기 때문에 무리한 해석론이라는 반론이 제기된다. 아울러 지난해 환율 변동성을 고려하면 밀어내기를 강행하는 것이 별로 좋은 방법이 아니었다는 점도 거론된다. 사진은 KT&G 담배를 쌓고 있는 해외매장 관계자 모습. ⓒ KT&G

매출채권과 그 회전율 문제를 보자. 외상으로 제품을 팔았으나 아직 받지 못한 돈으로 돈을 받을 권리, 자산 항목임을 고려해 보면 쉽게 이해된다.

즉 제품을 팔고 돈을 바로 받으면 좋겠지만 대부분의 회사는 크든 작든 신용 거래를 할 수밖에 없다. 그래서 매출채권은 기업의 유동자산 항목으로 많으면 많을수록 자산이 커 보이는 효과가 있지만, 하지만 매출채권이 많은 게 무조건 좋다고 말할 수는 없다는 역설이 탄생한다.

인도네시아 담배 시장에 진출한 KT&G 에세의 모습. ⓒ KT&G

상식적인 이야기지만, 외형상 실적을 노려 밀어내기를 할 경우 매출채권 규모가 부작용 효과를 나타내게 된다. 

회전율 문제도 덩달아 발생한다. 다만 이번 1월 실적 포함 공시는 물론, 지난 번 나온 공시를 겹쳐 봐도 이런 지표가 크게 악화되는 것으로 보기에는 무리가 있다는 반론이 제기된다. 밀어내기 작업을 하려면 내달 최종 결정될 것으로 알려진 연임 문제에 즈음해 처리가 이뤄져야 하는데, 4분기나 이번 1월 실적 포함 이런 문제에서는 급격한 인위적 이벤트 흔적을 단언하기 무리라는 지적이 나오는 것.

환차손 입은 수출기업 비애도 눈여겨 볼 만

또 회사 측에서 애써 강조하지는 않았지만 금년 1월 영업이익이 지난해 1월 영업이익 대비 감소했다는 지적에서 특히 살펴볼 요소가 하나 더 있다.

다름 아닌 환율의 급변동 문제(환차손 여부)다.

KT&G가 '수출기업'이라는 점은 어느 정도 알려져 있다. 그런데 담배의 경우, 기호품으로 수많은 제품이 출시와 퇴장을 거듭하는 변동성 큰 시장인 데다 기호품으로 충성 고객층이 얇은 치열한 경쟁영역이라고 알려져 있다.

재작년과 작년 4분기의 수출 및 국내 판매량을 비교한 그래프. ⓒ KT&G

간단히 말하면 수출하는 업체의 사정에 따라 마음대로 물량이나 물품을 죄고 풀고 하는 것보다 고객 마음을 얻기 위해 환율 등에 일희일비하지 않고 밀어붙일 필요성이 높은 힘든 영역이라는 것.

지난 1월 말, 현대경제연구원이 내놓은 '환율변동이 산업별 수출에 미치는 영향과 시사점'에 따르면, 원·달러 환율이 1% 하락(가치 절상)할 경우 총수출은 0.51% 감소하는 것으로 추정됐다. 이 효과는 지난해 KT&G를 어떻게 괴롭혔는지 추정해 보는 것은 흥미롭다. 밀어내기 등 인위적 조작을 통해 실적을 관리하려면 이런 수출 자체를 줄여버리면 간단하다는 점으로 연결되는데, 이 회사는 그렇지 않았다는 점을 볼 수 있기 때문이다.

2017년과 이전의 환차익 및 차손 흐름에서 보듯, KT&G는 수출 물량 선전에도 이런 부진한 결과표를 받아든 것으로 나타났다는 부득이함이 드러난다. 다른 자료를 하나 더 보면 그 고생이 일정한 것도 아니고 극심한 롤러코스터식 변동성을 그렸음도 감지된다.

2015년과 2016년 환차익 및 환차손 비교 자료. 아울러 지난해 4분기 지표를 볼 때, 지난해의 경우 해외 수출을 단순히 특정 효과를 고려해 밀어내기 식으로 처리할 수 없었던 점을 추측할 수 있다. 시장 개척을 위한 꾸준한 수출 증대 노력이 환율과 맞물려 오히려 이익 감소로 이어졌기 때문. ⓒ KT&G

한국은행이 1월25일 발표한 '2017년 중 외환시장 동향'에 따르면, 원화는 지난해 연평균으로는 2.6% 절상됐ㅈ만, 기말 대비로 특정해 재작년의 그것과 비교해 보면 12.8% 절상되는 급변동을 기록했다. 단순한 절상 압력(수출 타격)만이 아니라, 엄청난 폭까지 기록하는 롤로코스터를 탄 셈이다.

이 원인으로는 2016년말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 당선으로 달러화가 급격히 올랐고 지난해 다시 급락하면서 전년말 대비로 절상폭이 크게 나타난 것이라는 풀이가 나온다.

상황이 이렇고 보면, 이 회사의 담배 국내 판매 및 수출 상황에서 재고자산 회전율이나 수출 현지 재고 물량 등 악재가 크지 않고, 그럼에도 2017년 연말 기준(내지 금년 1월 기준) 이전 동기 대비 손해가 일부난 것은 '선전'으로 평가할 만하다. 

밀어내기 의심이나 리스크 대응 부실 등 지적에 대해서 수출기업으로서의 최소한의 자존심은 지킨 셈이다. 아울러 트럼프 미국 행정부는 올해도 '달러 약세 용인'을 할 것으로 최근 외신이 보도했는데, 이런 사정에서 수출기업을 불필요하게 흔드는 것은 지양해야 한다는 일반론도 새로 추가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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