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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총론 논쟁' 매몰된 한국 사회…'무역전쟁 각론' 생산적 대응 시급

미국과 중국 사이 '새우등' 우려…간접적 이슈 섬세한 대응 필요

임혜현 기자 | tea@newsprime.co.kr | 2017.12.18 13:13:40

[프라임경제] 청와대와 정부가 미국과 중국 등 글로벌 경제를 주무르는 강국과의 외교에 골몰하고 있다. 북핵 이슈로 외교안보적 측면의 전통적 이슈들이 부각되고 있고, 이 와중에서 '굴종 외교' 및 '혼밥 논란(의전에서 푸대접을 받았다는 의혹)' 등 문제점에 대한 갑론을박도 치열하게 전개되고 있다.

한국과 미국 당국자가 협상장에 마주앉은 모습. ⓒ 뉴스1

이는 이른바 미국 중심의 기존 협력 기조를 계속 강조할 것이냐, 중국 중심의 정치·경제 질서에 편승할 것이냐의 무게중심 이동을 둘러싼 논의에서 이견이 첨예하게 대립하고 있기 때문. 

하지만 이 같은 논쟁이 그 자체로 중요한 것과는 별론으로, 여기서 어느 길을 택하고 어떤 협상 성과를 얻었는지만으로 일의 '완결판'을 얻을 수 없다는 점은 간과되고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중국몽'과 미국의 '인도·태평양 전략' 사이에 어떤 것에 우리가 더 발을 들여놓느냐의 '총론' 전쟁도 치열하게 전개될 필요가 있지만, 그 부작용은 경계할 필요가 있다는 것. 총론 전쟁이 과열될 수록, 그 과정 중간중간에 얻는 성과나 피해들을 제때 갈무리·숙지하고 이에 대응할 '각론'에 대한 관심과 역량이 낭비될 수 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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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과 중국이 우리에게 '따뜻한 배려'로 일관하지 않는다는 점을 변수가 아닌 상수로 놓고 대처해야 한다는 점은 안보 영역에서도 중요하지만 특히 경제 분야에서 뼈저리게 부각되고 있다.

중국 방문 당시 서민 식사를 체험하는 문재인 대통령. ⓒ 청와대

이번에 문재인 대통령은 국빈 초청으로 방중 일정을 매듭지었다. 이 과정에서 우리가 그간 받아 온 '사드 불이익' 해소의 물꼬를 확고히 텄는지에 대해서는 평가가 엇갈리고 있다.

보수 매체를 중심으로 홀대론이 부각되고 있으며 반대쪽에서는 표면적으로 냉랭하더라도 일단 해빙 기류가 굳어진 것은 확실한 것으로 봐야한다는 풀이도 내놓는다. 

우선 시진핑 주석과의 14일 회담에서 양국 정상은 정상간 핫라인을 구축해 긴밀한 소통을 계속하자는 이야기를 꺼냈다. 더욱이 그 다음날인 15일 리커창 중국 총리와 이뤄진 회담에서는 실질적으로 기류 변화로 볼 수 있는 키워드가 나오기도 했다. 

리 총리는 "경제 무역 부처 간 소통채널이 정지된 상태임을 잘 알고 있다"며 "향후 양국 경제 무역부처 간 채널을 재가동하고 소통을 강화할 수 있을 것"이라고 제언했다.

문제는 '그 다음'이다. 이렇게 어렵사리 중국과의 대화 길을 텄지만 엉뚱한 데서 튀어들어온 공이 중국과의 교류 협력 효과를 상쇄해 버릴 것이라는 우려가 높은 것.

우려의 구체적 시나리오를 내놓은 곳은 한국은행이다. 17일 한국은행 '해외경제포커스'는 '미‧중 통상갈등 심화'이라는 분석물을 실었다. 이 보고서는 "미국의 무역제재로 중국의 대미수출이 감소하면 우리나라도 중간재를 중심으로 대중수출이 줄어들 수 있는 점에 유의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미국 정부는 최근 중국산 알루미늄 합판 덤핑 판매 및 부당보조금 조사에 착수했고, 중국에 대한 시장경제지위 부여 거부 등 대중 통상압박을 강화했다. 보고서는 "양국 통상 갈등은 미국의 대중 무역적자가 지속되는 가운데 추가 대북제재를 둘러싼 양국 입장차가 주요 요인으로 작용했다"고 분석했다.

간단히 말하면 중국과 미국을 상대하는 노력을 아무리 해도 전혀 다른 각도에서 고래 싸움에 새우등 터지는 일을 겪을 수 있다는 것. 

문 대통령도 방중 과정에 "한국이 작지만 '중국몽'에 동참할 것"이라고 '립서비스'에 나선 바 있지만, 실제 중국몽 동참 과실을 딸 수 있을지 여부는 미국발 분쟁 바람에 일정 부분 좌우된다는 복잡한 다중방정식, 더 나아가 우리 대중 수출의 구성비와 특성 등이 어우러진다는 것이 현실이다.

중국과의 통상 소통을 빨리 되살려야 한다는 점도 중요하지만, 대중 수출을 중간재 중심 구도에서 좀처럼 바꾸지 못하면 앞날이 없을 것이라는 점에 빨리 대처해야 할 필요가 높다. 일본이 직접적인 대중 수출 비율을 줄이고 아세안 국가들을 통한 간접 수출 방식으로 '위험 분산'을 하는 예를 빨리 벤치마킹할 필요가 높아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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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아시아 순방 등으로 미국과 화기애애한 구도를 조성한 것도 그 자체만으로는 효과가 적고, 뒷심 발휘를 통해 처리할 문제가 많다는 지적을 받고 있다.  

한국과 자유무역협정(FTA) 재협상을 진행해야 한다는 몽니를 부린 데 이어, 미국 정부는 삼성전자와 LG전자의 세탁기 수출에 대해 세이프가드 조치를 발동하는 무리수를 결국 선택할 것으로 보인다. 

미국 국제무역위원회는 미 대통령에게 세탁기 및 부품 수출물량 각각 120만대 및 5만대 초과분에 대해 50~40%의 관세를 부과할 것을 권고했다. 이것이 최종 채택되면, 세탁기의 대미 수출은 50% 이상 감소할 것으로 예상된다. 

문제는 이런 이슈들이 일시적, 개별적인 게 아니고 트럼프 행정부의 '미국 우선주의'가 대단히 견고하며 앞으로 어떤 다양한 분란을 더 만들어 낼지 고심할 필요가 있다는 데 있다.

세계무역기구(WTO) 협정을 존중하면, 세이프가드를 취하는 회원국은 상대국이 입은 손해를 보상해주어야 한다. 하지만 미국은 현재 WTO 자체가 미국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논리를 펴며 WTO에서 발을 빼는 문제까지 검토한다는 압박을 국제사회에 가하고 있다. WTO가 미국의 노력으로 탄생한 제도 중 하나임은 아예 안중에 없을 정도로 지금 당장의 자국 이익과 글로벌 불경기 극복에만 매몰된 모습이다.

미국의 이런 속성은 유럽연합(EU)과의 신경전이 수면 위로 부상할 정도로 심각하게 전개되고 있다. EU 5대 경제대국 재무장관들은 미국 공화당 정부의 감세안이 국제 협정들을 어기고 무역을 위협해 워싱턴의 정책 다툼을 범대서양 분쟁으로 이끌 수 있다고 경고했다고 '파이낸셜 타임스'는 11일(현지시간) 보도했다. 

글로벌 무역과 금융 교류에서 동맹을 인정하지 않는 기류가 두 강대국(중국과 미국) 모두에게서 치열하게 작동하는 이런 상황에서는 전체적인 협상 방향을 잡는 외교 총론도 중요하지만 각론의 풍부한 대처 능력이 함께 가동되어야 할 필요가 높다. 

하지만 우리의 국내 사정은 총론에서 어느 방향이 옳으냐의 논쟁에 치중해 있고, 심지어 일각에서는 총론의 입장 차 때문에 국익에 대한 도움 여부 등은 아예 도외시하고 상대방 의견 자체에 대한 비판 그 자체에만 집중하는 주객전도 현상마저 발견되고 있다. 

혼밥 논란 등 문제도 관심과 비판이 가능하다는 점을 넘어서서 정책 방향에 대한 '독선적 대결'이나 '도그마 전쟁'으로 번지고 있다는 우려는 그래서 심각하다.  

개별적인 안보 현안이나 무역 분쟁에서 당국자들이나 연구자들이 불안감을 느끼지 않고 국익을 향한 일관된 진행을 할 수 있도록 배려할 필요와 다양한 의견 자체를 인정하면서 답을 찾을 필요가 새 무역 전쟁 과정에서 높아지고 있으나, 우리는 현재 이를 외면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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