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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단폭행 휘말린 靑, '中 국가책임' 검토 의지는? 문세광 사건 타산지석 필요

중국 결례 누적과 무관치 않아…외교적·법적 책임 물고 늘어져 국익 도모 가능성 주목

임혜현 기자 | tea@newsprime.co.kr | 2017.12.14 18:47:09

[프라임경제] 문재인 대통령이 중국을 국빈 방문하고 있는 가운데, 문 대통령의 현지 일정을 취재 중이던 한국 기자 일부가 중국 경호원들에게 폭행을 당해 국빈 일정 진행에 악영향이 우려되고 있다. 

단순히 잡고 밀고 넘어뜨리는 등 물리력을 행사하는 선에서 벗어나 1명은 아예 넘어진 채 집단구타를 당하는 등 피해자가 속출했고, 청와대 관계자들도 폭행을 말리다 이리저리 떠밀린 것으로 전해졌다.

행사 진행상 '통제 필요'가 있고 이를 한국 기자들이 무시해 자초한 사태라는 풀이도 나오고 있지만, 이미 발급된 취재 비표를 제시하는 등 신원이 확실한 인원에 대해 과도한 물리력을 행사한 정황이 분명해 설득력이 떨어진다는 반론이 나온다.  

한편 이 사건과 관련, 중국 외교부는 신중한 반응을 넘어서서 아예 선을 긋는 입장인 것으로 보인다. 류캉 중국 외교부 대변인은 14일 "누군가 다친 것이 확실하다면 우리는 이번 사건에 대해 주시할 것"이라면서 "사건이 발생한 행사는 한국 측이 자체적으로 진행한 것으로 알고 있다. 그러나 어찌됐든 중국에서 발생한 사건이기 때문에 매우 관심을 두고 있다. 한국 측을 통해 구체적인 상황을 파악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한국 행사에서 벌어진 일 '선긋기'…청와대도 조심스러운 입장?

중국 당국의 이 같은 태도는 일견 이해가는 부분이 있다. 책임을 '성급하게' 인정하는 것과 유감을 표명하며 사고를 수습하는 것은 비슷해 보여도 결이 다르기 때문. 

한국 기자단이 중국에서 문재인 대통령 행사 취재 중 중국 경호원들에게 폭행당하는 사건이 벌어졌다. ⓒ 뉴스1

실제로 폭행 사건에 가담한 중국 측 경호원들이 행사 관련으로 고용된 사설 경호원인지 중국 베이징시 소속의 공안(우리의 경찰에 해당)지는 파악이 용이하지 않은 상황이다. 현재 확인 작업을 벌이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청와대 관계자도 사건 직후 "폭행을 한 당사자가 코트라(대한무역투자진흥공사)와 계약돼 있는 업체에 소속돼있을 가능성이 많다는 보고를 들었다"고 밝혔다.

이 관계자는 "코트라는 이번 전시 행사와 관련해 현지 보안 업체와 계약을 했고 190명 정도를 현장에 투입한 것으로 확인됐다"면서 "지휘 책임은 공안에 있지만 소속은 보안업체, 폭행을 한 부분에 대해서는 해당 당사자의 문제로 보인다"고 말했다. 

문제는 여기서 출발한다. 청와대는 차치하고라도 중국의 태도는 '한국 자체적으로 벌인 행사'로 상황을 규정하지만, 중국에서 일정 규모 이상 행사를 진행할 때에는 현지 인력을 고용, 질서를 유지하고 공안에서 이를 감독, 지휘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우리 법에서 집회를 벌이려는 단체에 '질서유지인'을 자체적으로 두도록 하는 책임을 지우는 것을 비교하면 이해가 쉽다.

더욱이 중국과 같은 권위주의 국가체제라면 공안 등 관련 당국에서 모종의 감독이나 관리를 하는 자체를 중요하게 볼 필요가 더 높다. 중국 외교 당국의 발언 뉘앙스는 책임을 신중하게 검토, 사태 방향에 대해 수습을 논의하겠다는 무게있는 태도가 아니라는 점이 그래서 제기된다. 

'귀국의 민간 차원에서 벌인 행사'로 책임 전가를 하는 것이 아니라, 다른 나라 민간기구에서 행사를 치르는 상황에 질서 유지 책임을 지우고, 그 전체적인 그림의 권한을 (미약하고 간접적이나마) 현지 당국에서 쥐고 있는 셈이기 때문이다.

다른 기관이나 민간의 손을 빌려 공공적인 일을 시키는 경우, 우리나라 외에도 대체적인 선진국 행정법 체계는 그 과정에서 빚어진 각종 사고와 배상 책임 등에 대해서도 책임 소재 역시 국가에 지우는 것을 인정한다. 

전체적인 구조를 서구식 행정법 체계와 완전히 같은 것으로 놓고 단정할 수 없지만, 중국 공안의 관리 책임 성립에 대해서 따져 볼 필요가 높다는 것이다. 

그러므로 외교적 보호권에서 보면 우리 정부 당국이 중국의 당국 책임 성립 여부를 타진하러 나설 의무가 생긴다고 볼 수 있다. 아울러 이번에 중국에 들어간 취재 기자단의 경우, 청와대 차원에서 인솔해 간 경우이므로 정부와 청와대가 나서서 문제 추궁을 외교적 채널로 해 줄 '이중의 보호 책임'이 겹쳐 생긴다.

문세광 사건, 일본 공범 처리 태도와 박정희 정부 대응은?

1974년 광복절 기념 식장에서 재일교포 문세광씨의 총탄에 영부인 고 육영수 여사가 서거한 사건에서 외교 및 법적 책임에 대한 국가적 대응의 집요한 전개 필요성은 무척 높음을 알 수 있다.

이 사건은 문씨의 총탄에 정말 서거한 게 맞느냐는 의혹이 여전한 점 등 미해결 요소가 적지 않다.

다만 사건 수사 결과가 맞다는 전제에서 보면, 일본인 공범 존재나 여권, 범행 총기(일본 경찰에서 도난당한 것) 등에 대한 엄중한 항의와 그 과정에서 뜻을 이루는 결과를 보면 박정희 정부의 승리로 볼 수 있다. 

한국 측은 수사 결과 조총련계 인물 A씨와 일본인 B씨(여) 등을 공동정범으로 규정, 조총련의 공작 포섭에 의한 사고로 해석했다.

반면 일본 측 수사 결과는 조총련 인사를 접촉했지만 범행 결심과 추진은 문씨 단독으로 규정했다. 이에 일본 경찰은 B씨에게 여권법 위반만 적용, 풀어주기도 했다. 

당연히 양측은 충돌했고, 우리 정부에서는 일본과의 외교 단절 검토와 서울대와 연세대 등 주요 대학의 이 사안에 대한 국제법적 연구 검토 등을 타진하는 등 다양한 노력을 경주한 것으로 알려졌다. 

물론 이 사건에서는 일본의 국가 책임은 성립한다고 보기 어렵고, 우리 당국도 이를 일정 수준에서는 파악했던 것으로 종합된다. 그럼에도 외교적 책임 추궁에 대해서는 양보없는 밀어붙이기를 했고 일본 특사가 방한, 조총련 활동 규제에 대한 '구두 약속'을 하는 소정의 목적을 얻어냈다.

이 문제가 중차대한 양국 외교 사안으로 비화하고, 박정희 정부에서 강하게 대처한 것은 단순히 영부인이 세상을 떠났다는 점 외에도 바로 상대국의 '태도(에티튜드) 문제'에 따른 것으로 풀이된다.

우리 측 감정이 격앙된 상황 더 나아가 조총련 문제가 불어진 상황에서, 일본의 처리와 대응은 자국의 내정 결정권을 벗어나 외교적으로 비우호적 대처로 흘렀다. 조총련을 규제해 달라는 한국의 요구가 법리적으로 타당하지 않다거나 내정 간섭적 측면이 있더라도 조총련과 관련된 북한 이슈에까지 선을 그으며 도발적으로 대응했고 이에 한국 측도 정면 대처를 마다하지 않았던 것.

기무라 히로야스 당시 일본 외상은 그해 8월29일 참의원에서 "한국에 대한 북한의 위협이 없는 것으로 이해하고 있다"고 발언함으로써 한국 측의 반발을 더욱 부추겼다. 

근래 공개된 기밀 문서에 따르면, 당시 우리 정부에서는 "이번의 일본측 태도는 한국을 너무나 무시한 태도라고 본다"면서 "한때 일본 정부가 끝내 우리에게 이런 태도로 나온다면 우리는 일본을 우방으로 인정할 수 없지 않느냐는 생각을 했다"고 입장을 일본에 밝히기도 했다는 것.

법적으로 국가 책임 발생이 어려운 상황에서도 외교적 문제점에 대해 다양하고 끈질긴 제기를 하고 언어적 수사에 불과하더라도 일정한 발언을 얻어낸 점은 이번 사안에서도 참조할 바가 적지 않다. 

실제로 사망자가 발생한 총격 문제와 폭력 사건의 크기 측면에서 본다면 후자의 중요성은 극히 미미하다. 다만 법리상 국가 책임 여지가 오히려 더 커 보인다는 점에서 상황은 단순한 폭력 내지 언론자유에 대한 침해 이상의 '또다른 국면'에 접어드는 것이고, 우리 당국이 나설 바도 생기는 것이다.

시진핑 중국 국가 주석과의 회담 성과 자체도 중요하지만, 이런 점들이 두드러지는 이번 기자 폭행 건에 대해 중국과 어느 정도 대립각을 세울 수 있을지도 쉽게 내려놓을 요소는 아니라는 지적은 그래서 나온다. 

일본에게 없는 국가 책임도 만들어지라고 압박하던 박정희 정부의 결기까지는 바랄 수 없어도, 어느 정도 확고해 보이는 중국 국가 책임 가능성에 대해 묻는 자체를 주저하는 경우는 없어야 한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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