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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사정리 거자필반] 부서마다 쟁의 참여…징계위 구성할 간부가 없네?

 

임혜현 기자 | tea@newsprime.co.kr | 2017.11.22 11:20:15
[프라임경제] 사람은 모이면 언제고 헤어지게 마련(會者定離), 헤어진 사람은 또다시 만나게 마련입니다(去者必反). 하지만 반갑게 만나서 헤어지지 못하는 관계도 있습니다. 바로 근로고용관계인데요. 회사가 정리(會社整理) 해고를 잘못한 경우 노동자가 꿋꿋하게 돌아온 거자필반 사례를 모았습니다. 날이 갈수록 교묘해지는 징계나 부당노동행위를 극복한 사례도 함께 다룹니다. 관련 문제의 본질적 해결 방안도 함께 생각해보겠습니다.

사용자 주장: 안녕하세요? 저희 A방송사는 경영 악화로 인력 감축을 시도했는데요, 노동조합 주도로 피케팅(손팻말 등을 사용하는 의견 표시) 등 불법 쟁의행위가 만연해 징계를 하기에 이르렀습니다.

특히 문제가 된 점은 △이사회 개최 당일에 노조원들이 무단으로 근무지를 이탈해 손팻말을 들고 "회사 경영진이 책임지고 물러나라" 등 구호를 외친 것 △경영진 중 일부 간부를 지목해 경영 비용 절감을 위한 외주화 추진의 원흉으로 비난한 것인데요. 특히 외주화는 사실상 보도·제작 자율성 침해 시도라는 악성 루머가 퍼지는 데 일조한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그간 회사 경영 사정을 둘러싸고 직원들 불만과 사기 저하가 컸던 게 사실이기 때문에 웬만한 불만 표시는 문제가 있어도 회사에서 특별히 조치를 하지 않고 넘어갔는데, 이런 문제가 매번 되풀이되고 강도도 높아지고 있습니다. 사실 매번 거칠게 나오다 수그러드는 것도 임금 삭감이나 해고 등 조건을 최대한 유리하게 타협하려는 것이지, 특별한 원칙이나 거창한 신념에서 그러는 것도 아니거든요. 비판이라고 내거는 주장들의 수위나 제기 방식이 회사에서 감수할 수 있는 수준을 넘어서 도저히 이제 같이 갈 수 없다는 판단입니다. 

공격적 태도로 명예훼손이나 마녀사냥도 불사하니 이사회 개최와 진행에 물리적 충돌은 없어도 간접적 영향이 있고, 이런 점이 회사가 어려움을 극복하고자 증자를 받는 데에도 부정적 요소로 작용했다고 볼 수 있습니다.

특히 단체협약에는 징계 위원이 될 수 있는 이를 부사장, 총괄본부장, 미디어전략본부장, 경영국장, 편성제작국장, 기술국장, 보도국장, 미디어전략국장 등 8명으로 정하고 있고 이번 징계위원회는 이들 중 6명을 위원으로 삼아 열렸는데요.

노조에서는 징계 대상자가 소속된 부서의 장이 징계위원으로 들어갈 수 없다는 규정을 들어 징계 무효를 주장하고 있습니다. 노조 주장대로라면 경영국장, 편성제작국장, 기술국장, 보도국장 등은 징계위원이 못 된다는 것이죠. 

하지만 이번 무단이탈 피케팅을 주도한 이들이 이런 규정을 사실상 꼼수로 회피하고자 노조원 중 각 부서에서 1인씩 참석하도록 조직된 점을 보면 이런 지적은 부당하다고 생각됩니다. 특히 이렇게 부서장을 배제한다는 원칙을 고수하면 징계위원이 너무 적게 위원회가 열리게 돼 소수 의견에 좌우되는 불공정성 논란이 생길 수 있습니다.

억지에 억지를 이어가려고 규정을 자의적으로 해석하거나 꼼수를 부리는 것으로 보이는데, 이런 노조 주장이 옳은 건가요? 그렇다면 왜 정작 노조 측에서는 '근무시간 중 노조활동을 하려면 회사와 미리 협의해야 한다'는 단체협약 부분은 스스로 지키지 않고 매번 내키는 대로 활동을 하는 건가요?

근로자 주장 : 안녕하세요? 저희 A방송사는 그간 경영난과 내부 경영권 갈등으로 오래 분규를 겪어 왔는데요. 특히 이번에는 각부서 인력의 전방위 감축 추진과 외주화 본격 추진 등으로 갈등이 이전에 비교하지 못할 수준으로까지 극심해지기에 이르렀습니다.

경영진 물러나라는 표현의 손팻말이나 각종 성명서에서 경영진의 문제점, 경영난에 대응해 인력 감축 등 편한 방법으로 일관하는 문제를 지속적으로 제기해 왔고 이 와중에 다소 과격한 표현이 있었던 건 인정합니다.

다만 이사회 당일에 일시적으로 로비에 모여 피케팅을 한 것을 두고 징계 사유로 밀어붙이는 사용자 측 태도는 결코 정당하지 않다고 생각합니다. 이사회는 2층 회의실에서 열렸고 그 부당성을 알리는 방법으로 직원들이 많이 오가는 로비 한켠에서 구호를 잠시 외친 것이라 그간 관행상 무단이탈은 말이 안 되는 것 같고요. 물리적 충돌이나 위협 등의 가능성이 없다고 생각하고요. 이사들이 회의실로 출입하는 자체를 방해하거나 제지하는 수준에도 이르지 못했습니다.

심지어 이사회의 멤버인 어느 분은 "말도 안 되는 주장이나 하고 말이야, 내가 너희들 고발할 거야"라며 오히려 저희를 위협하고 유유히 2층으로 올라갔다니까요? 그러니 이사회 결정에 악영향을 미쳤다는 회사 주장 자체가 부당하고요.  

경영국장, 편성제작국장, 기술국장, 보도국장 등은 제작기술팀원과 아나운서 경영팀 직원 등 여러 부서에 적을 두고 있는 저희 노조 간부들의 특성상 단체협약 내용에 따라 징계위원회에 들어오지 않는 게 맞다고 생각합니다.

이분들 빼고 4명으로 위원회 구성을 하는 것도 불가능하지 않은데, 그러면 저희가 너무 소규모로 징계위원회를 구성했다며 공정성 시비를 일으킬 것이라고 회사는 미리 예상하고 그 방어 차원에서 6명 개최를 택했다고 하니, 이해할 수 없습니다. 그런데 관련 노조 간부 전원 해고라니요, 말이 되나요?

중앙노동위원회 중앙2017부해673 사건을 참조해 변형·재구성한 사례

회사 측 방송사 관련 사례는 그간 각종 노동 분쟁을 살펴볼 때 좀 이례적으로 취급하는 시각도 존재했는데요. 많은 자금이 드는 방송시설을 갖추고 당국 허가를 얻어야 할 수 있는 일이라 업종 종사 회사 숫자가 많지 않은 점은 별개로 보더라도, 보도와 기술 등 파트별로 노조가 따로 결성되고 활동하는 경향이 있었기 때문입니다. 노조 활동이 제각각 제한된 직역  범위에서 자기 이해관계만 대변하는 데 한정되는 측면이 있었던 것이고, 이는 바꾸어 말하면 사례를 일반화시켜 다른 기업 분야에서 분쟁에 참고할 만한 요소가 상대적으로 적은 성격이 있었던 것이죠.

다만 정권 차원의 방송장악 논란이나 이를 둘러싼 갈등 등 부서를 막론하고 공감대가 형성돼 파업이 일어나기도 하는 등 공공적 의미가 큰 분쟁 사례도 최근 두드러지고 있습니다. 또 지금 말씀드린 것 같은 상황에서는 부서나 직역별 칸막이를 넘어서서 노조 활동이 이뤄지기도 합니다.

위의 분쟁도 처음 문제는 경영난에서 시작됐지만 외주화 갈등을 놓고 화제가 커진 사례인데요.

여기서 특히 문제되는 것은 기존의 방송 등 언론에서 생각하는 노조 활동 모양이 부서 막론 모두 몰려나와 각종 활동을 하는 경우를 예상하지 못하고 있다는 점입니다. 5공화국이 끝나고 언론자유화가 이뤄진 이후 한동안 이런 문제가 부각되고 공론화될 일이 적었기 때문에 틀을 그대로 유지해도 문제가 불거질 기회가 없었던 것이죠.

이는 각 직역에 따른 부서가 많은 방송사 사례에서 여실히 드러나게 됐습니다. 어느 부서 직원이 문제를 일으키면 그 부서 외의 다른 부서장이 들어가서 징계위원회를 열면 된다고만 생각했지, 다양한 부서에서 모두 목소리를 높이고 머리띠를 두르고 나설 경우 징계 검토는 예상치 못한 것이죠.

사안에서 중앙노동위원회는 '징계위원회의 최소 정족수를 정하지 않았기 때문에 4명 혹은 그 이하로도 구성하면 된다'는 논리를 택했습니다. 근무지 무단이탈 부분이 정당한 징계 사유이긴 하지만, 위에서 말씀드린 대로 징계위원회 구성이 문제가 돼 무효로 결론지을 수 있는 것이죠.

문제는 이런 유사한 경우에 3명짜리 징계위원회나 2명으로 구성된 징계위원회가 열리고 판단을 할 수 있다는 맹점 자체에 대해서는 조언이 없다는 점입니다. 이는 노동위 업무 범위를 넘어선 것이긴 하지만, 상당히 중요한 부분인데요.

그리고 이것은 언론 외 영역, 오래 큰 분란을 경험하지 못한 회사에서도 이번 사례를 참고 사례로 검토해 볼 점이라고 하겠습니다. 해당 부서장을 모두 뺀 경우, 유효한 최소한의 징계위원회 정족수를 정하고 그 숫자를 밑돌 때의 임시대책 등을 정비해볼 필요가 있는데요. 이는 단지 사람을 잘 자르기 위해 매끄러운 길을 트라는 뜻은 아닙니다. 우리 회사가 전체적으로 분란에 휘말릴 경우 따위는 결코 없다는 '자부심 내지 오만'으로 만든 각종 규칙은 더 이상 통용되지 않는다는 교훈을 모든 경영자들이 배워야 한다는 것이죠. 그런 점에서 이 사례는 방송의 특수성이 오히려 다른 모든 분야의 노동자나 경영자들에게 시사점을 준 경우라 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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