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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의 바다이야기' 우려 靑…'다음 생각' 버티는 田 애물단지 촉매?

미묘한 기류 형성, 향후 정국 어떻게 작용할까 눈길

임혜현 기자 | tea@newsprime.co.kr | 2017.11.16 10:57:06

[프라임경제] 전병헌 청와대 정무수석이 롯데홈쇼핑 재인가 개입 의혹으로 곤혹스러운 상황에 처한 가운데, 향후 정국에 전 수석 문제가 어떤 '촉매'로 작용할지 주목된다. 폭발력 있는 문제를 만들어낸다는 측면에서는 '뇌관'으로 표현할 수도 있지만, 자신은 변화를 하지 않으면서 반응 속도를 조절하는 역할만 하는 것을 생각하면 촉매로 규정하는 게 더 정확할 수 있다.  

전 수석은 15일 "사실 규명도 없이 사퇴부터 해야 하는 풍토가 옳은지에 대한 고민도 있다"는 입장을 내놔 사실상 정공법으로 이번 논란에 맞설 뜻을 나타냈다. 전 수석은 측근들을 줄줄이 타격하는 검찰의 공세에 운신이 날로 좁아지고 있는 상황이지만, 현재 불거지는 의혹이 사실관계에 입각하지 않은 것이며, 따라서 이것이 사법적 공방전이 아닌 정치적 저격으로 변질될 수 있다는 점에 오히려 더 민감해하는 것으로 보인다.

예를 들어 일부에서는 전 수석이 지난 2015년 5월 강현구 전 롯데홈쇼핑 대표와 직접 만나 홈쇼핑 재승인을 지원하는 대신 자신이 명예회장으로 있던 e스포츠협회에 3억원의 후원금을 받는 '바터 행각'을 한 것으로 의혹을 제기한다.

합리적 시각에서 보면, 롯데홈쇼핑 재인가는 4월 말에 이미 이뤄졌는데 5월에 만나 서로 주고받기식 합의를 했다는 것은 기초적 사실관계가 안 맞는다고 볼 수 있다. 하지만 암중모색을 서로 하다 최종 결과 도출만 이때 한 사전 수뢰 구조가 아니냐고 추가 의혹 가능성을 제기할 수는 있다.

이런 식으로 의혹을 제대로 잡지 않으면 꼬리에 꼬리를 물고 걷잡을 수 없게 된다는 게 핵심이자 전 수석 진영 고민의 뿌리다.

"알아서 잘 하실 것"…벤처부 장관 문제 등에 설상가상

15일 청와대 관계자는 전 수석 거취 문제에 대해 "청와대 고위직으로 여러 정치적 경험이 많은 분이라 굳이 대통령의 의중이나 지시에 따르지 않아도 될 것"이라고 답했다.

전병헌 수석이 문재인 대통령에게 현안에 대한 의견 개진을 하고 있다. ⓒ 뉴스1

'세부적인 것 정도는 알아서 하라, 믿는다'는 것으로 볼 수도 있지만 '곤란하니 알아서 하라'는 메시지로도 볼 수 있다.

어느 쪽이든 청와대 내부 기류가 전 수석 보호에 총력전을 기울이는 식으로는 가지 않을 것으로 볼 수 있는 부분이다.  

청와대로서는 안보 문제를 초당적 협력한다는 점을 과시해야 하고, 중소벤처기업부 장관 인선 마무리도 해야 한다. 국회에서 벌어지고 있는 '예산전쟁'도 부담스럽다. 이 와중에 전 수석이 설상가상으로 문제를 더해주고 있는 셈이다.

전 수석 문제 때문에 문 대통령은 당장 7박8일간의 취임 이후 첫 동남아 순방 결과를 여·야에 전달, 보고하는 일부터 차질을 빚을 것으로 보인다. 문 대통령은 앞서 미국과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 참석차 독일을 다녀온 후, 4당 대표를 청와대로 초청(자유한국당 불참)해 회동을 하면서 순방결과를 보고한 바 있다.

하지만 여러 상황 탓에 이번에는 '빠른 보고'가 어려울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전 수석 건에 홍종학 중소벤처기업부 장관 후보자 역시 인사청문회 보고서 재요청 단계에 걸려 있다.

적폐 청산 기조에도 문제, 바다이야기 당시 정동채처럼 '애물' 

자칫 전 수석과 롯데홈쇼핑 문제가 진위 여부와는 관계없이 정동채 전 문화관광부 장관과 '바다이야기' 사태처럼 정부에 부담을 지우는 사태로 변질될 가능성마저 엿보이는 상황. 정부로서는 부담스럽지 않을 수 없다. 롯데 문제는 재벌가 내부의 갈등, 즉 '신격호-신동빈' 대 '신격호' 진영간의 대립 문제를 배경으로 각종 낡은 경제 시스템의 적폐를 여실히 드러내는 일로 꼽힌다. 그런데 이 적폐 규명 과정에서 이번 정부 핵심 인사가 '거론되는 자체가 결과와 별개로' 모양새가 안 좋다는 것. 

정동채 전 문광부 장관. ⓒ 뉴스1

사행성 게임 바다이야기는 2004년 12월 당시 게임물 규제를 맡던 영상물등급위원회에서 '18세 이용가' 판정을 받고 시중에 선을 보였다. 2005년 내내 사행성과 중독성으로 재산탕진 케이스가 속출하고 자살자가 나오는 등 문제가 확산, 여론의 지탄을 받기 시작했다. 파문은 2006년 8월 다른 방향으로 커졌다. 급속도로 퍼졌다. 당시 갑작스럽게 경질된 유진룡 전 문화관광부 차관이 바다이야기 인허가를 반대하다 '정권 실세'와 갈등을 겪었다는 의혹이 제기됐던 것.

정 전 장관 문제는 물론, 노무현 전 대통령 친척 관련설 등까지 제기됐다. 정 전 장관은 당시 문광부는 민간독립기구인 영등위의 일처리에 전혀 관여할 수 없었다는 입장이었다. 정 전 장관 책임 문제에 대한 판단도 엇갈렸다. 감사원은 게임 정책을 이끈 정 전 장관이 직무유기 문제가 있다고 해석했으나 결국 검찰에서는 무혐의 처리가 됐다.

정 전 장관은 문제가 없이 끝났지만, 한명숙 당시 총리가 사행성 게임 관리를 제대로 못한 정부 책임에 대해 사과를 하러 나서는 등 정권에 부담이 실렸다.

전병헌 버티기는 지방선거 의식?

이후 정 전 장관은 광주국제영화제 집행위원장을 지내고 이번 문재인 정부 들어서는 인도·호주 특사로 발탁되기도 했다. 그러나 이 바다이야기 불똥 때문에, 오피니언 리더로서의 이력에 상처를 입은 건 분명하다는 평이 나온다.

이런 상황은 전 수석이 본질적으로 직업공무원이 아니라 정치인이라는 데서 기인한다. 청와대에 부담이 실리고 전 수석은 버티고 있는 구조를 단순히 배신과 내부 갈등 등으로 모두 요약할 수는 없다. 이기적 처신이라고 비판만 할 것도 아니다. 정 전 수석은 일명 정동채 케이스의 교훈처럼 지금 어중간하게 밀리면 명예회복이고 다음 정치고 어렵다는 데 대단히 난감할 수밖에 없다는 것.

우선 당장 지방선거가 다가오고 있는데, 지금 나가서 후일을 도모하기 어렵다. 그런 터에 당장 수석 자리를 다짜고짜 내려놓고 알아서 밖에서 싸우라는 기류, 청와대 식구 중 일각의 떠밀기는 전 수석에게 서운할 수 있다. 

'젖은 낙엽'처럼 버티면서 정권에 큰 부담을 지우는 촉매 역할을 할 가능성은 그래서 매우 높다. 정동채 케이스에서 한 전 총리가 사과 무대로 끌려나온 이상의 분란이 초래될지 이 문제 처리에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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