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라임경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일본과 한국 방문 일정을 마치고 중국으로 떠났다. 시진핑 중국 주석과 어떤 대화를 나눌지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우리와 일본을 찾아 적잖은 메시지를 던지고 해당국 정상과 대화를 나눴지만, 미-중 G2 국가간 힘겨루기에 이런 중간정산 결과는 상당 부분 연동돼 의미나 효과 변화가 일어날 수밖에 없다는 지적이 나온다.
일본은 상당히 손실을 본 것으로 보인다. 미·일 정상회담에서 아베 신조 총리가 추진하는 '자유롭게 열린 인도·태평양 전략'에 미국이 동참 의사를 밝히기는 했다. 이 정책은 그간 일본이 끈질기게 노력해 온 외교 덕분이라고 7일 요미우리신문은 평가했다.
하지만 본래의 중국 견제 외교의 큰 그림을 생각했던 일본측 생각과 달리, '자유롭게 열린'이라는 모호한 레토릭(외교적 수사)으로 포장된 물건을 얻는 데 그쳤다는 반론도 나온다.
◆日, '자유롭게 열린 인도·태평양 전략' 얻긴 했는데…
이를 얻어내는 데 일본 경제계는 "현재의 미-일 무역은 공정하지 않다"는 트럼프 대통령의 공격적 발언을 감수해야 했다. 더욱이 트럼프 대통령은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TPP) 문제에서도 일본의 기대를 충족시키지 못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TPP는 좋은 생각이 아니다"라고 못박았다. TPP는 당초 미국과 일본의 주도로 경제 협력망을 형성하는 효과가 있을 것으로 기대를 모았다. 당연히 중국을 견제하는 효과가 기대된 바 있다.

일본의 경제력이 트럼프 시대의 대외 전략 여파를 버티는 데 중요한 맷집이 돼 줄 전망이다. 사진은 엔화 지폐를 펴 보이는 여성. ⓒ 뉴스1
결국 일본은 중국 견제라는 큰 그물을 완전히 얻지 못했고, 그조차 중국이 미국과의 협상을 어떻게 푸느냐에 따라 찢어질 상황에 처해있다고 할 수 있다. 무역 기조 개선이나 미국산 무기 구매 압력 등 당장 큰 숙제만 얻는 데 그쳤다.
다만 일본으로서 든든한 점은 경제 사정이 좋다는 점이다. 미국이 경기 회복을 밑천삼아 유동성 회수에 조만간 박차를 가할 것으로 보이는 가운데, 일본은 이와 다르게 유동성을 계속 푸는 정책을 쓸 수도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아베 신조 총리 자체는 싫지만 '아베노믹스'의 성공적 효과에는 표를 준다는 유권자들의 심리 역시 근래의 중의원 선거 결과로 확인된 바 있다.
따라서 일본은 튼튼한 경제력을 바탕으로, 중국이 주도하는 경제 질서가 될 것으로 꼽히는 역내포괄적경제동반자협정(RCEP)이 어떻게 추진되는지 촉각을 곤두세우는 국면에 돌입할 것으로 전망된다.
일본으로서는 중국이 트럼프 대통령과의 대화에서 주도권을 압도적으로 잡고 미-중간 관계의 기본적 설정과 확인에 들어가는 것이 최악이라고 할 수 있다. 미국이 무역 관련 가시적 성과를 얻어내는 데 급급해 남중국해 등 분쟁 지역에 대한 입장을 모호하게 동결하기로 암묵적으로 확인하는 등 악수를 두는 경우, 자유롭게 열린 인도·태평양 전략이란 결국 허망한 신기루로 전락하게 되기 때문이다.
미국이 시 주석과의 적당한 윈윈 차원에서 북한 처리 문제에 긍정적인 답만 얻어내도 다행이라는 중간 계산도 가능한 지점이 바로 여기다. 경제 문제는 어떻게든 버틸 만한 구석이 있지만 안보 등 위협은 감수하기 힘들기 때문. 우리와 생각의 결은 약간 다르더라도, 중국이 북한의 핵 문제 해결에 대한 입장 확인과 협조를 미국측에 해주길 바라기는 같다고 할 수 있다.
◆'3불 약속' 일단 임시 면죄부 얻은 韓, 골든타임에 할 일 많아
우리는 70억달러 상당의 미국산 무기 구매 선물을 주고, 일단 안정적이고 협조적인 관계를 얻어냈다.

문재인 대통령(왼쪽)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만찬을 갖고 있다. ⓒ 뉴스1
더욱이 트럼프 대통령은 "화염과 분노"라든지 "북한 완전 파괴" 등 강하고 적대적인 언어를 자주 사용해 우려가 더 컸다. 다행히 8일 국회 연설에서는 이 같은 수위의 발언은 나오지 않았다는 평이다. 아울러 7일 정상회담 등 모두에서 우려할 만한 강한 압박 발언은 나오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
청와대 고위 관계자는 회담 직후 기자들이 "군사 옵션에 대한 논의가 있었느냐"고 묻자 "구체적으로 없었다"고 확인해 줬다. 한국의 입장을 고려하면서 북핵 위기를 좀 더 안정적으로 관리하겠다는 의지를 표현했다는 분석이다.
아울러 '한·미·일 3국 안보협력'을 군사동맹으로까지 가져가야 할지도 사실상 지나쳤다.
다만 그 '시간표'가 문제다.
미국이 7일 회담 후 기자회견 등에서 "시진핑 주석도 북핵 해결을 위해 많은 노력을 하고 있다"고 강조, 한국의 대중국 외교에 다른 메시지를 내지 않은 점은 긍정적이나, 언제 또 변덕이 일어날지 혹은 중국과의 관계에 따른 전반적인 지형 변화의 영향을 타게 될지 완전히 장담하기는 어렵다.
우리 정부는 사드 보복 문제를 풀기 위한 협상 과정에서 중국 측에 '3NO 혹은 3불(사드 추가 배치·MD 가입·한미일 군사동맹 불가)' 입장을 밝힌 상황이다. 중국은 이를 3불과 관련, '약속'을 했다고발표하기도 했으나 우리 당국의 불만 전달로 입장 정도로 표현을 수정했다고 알려져 있다.
그만큼 민감한 이슈이고, 미국 역시 이런 기조가 마음에 들리 없다. 허버트 맥매스터 미국 국가안보회의(NSC) 보좌관은 2일(현지시각) 강경화 외교부장관이 국정감사에서 3불 언급을 한 것과 관련해 질문을 받자 "강 장관의 발언이 확정적이라고 생각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한국은 미국과 중국 사이에서 줄을 타야 하는 상황에서 당분간 벗어나기 어려울 전망이다. 이번 순방으로 조성될 화해 무드 기간에 펀더멘탈 강화를 할 필요가 높다. 사진은 시진핑 중국 주석(오른쪽)을 만나는 문재인 대통령. ⓒ 뉴스1
결국 우리로서는 '트럼프-시진핑 대화'에서 중국이 북한에 대한 압박과 제재에 동참해 줄 것을 미국에 약속하는 대신 어느 정도의 양보를 바라는가에 따라 그 '골든타임의 전체 길이'가 좌우된다고 하겠다.
니혼게이자이신문은 이번 트럼프 대통령 일정으로 일본과 한국이 얻은 바를 분석하는 기사에서 "미국과 중국에 끼여있는 문재인 정부는 이들 사이에서 미·일 관계와 같은 (외교적) 굳건함을 얻긴 어렵다"고 총평했는데 일정 부분 옳은 분석이다.
중국의 일대일로 경제 구상에 완전히 등을 돌릴 수도, 미국의 배려만 바랄 수도 없는 상황이다. 북한과 경제 문제에서 중국과 미국이 불안정한 협력과 공생을 이야기하는 동안, 최대한 역량을 비축해둬야 할 필요가 제기된다. 니혼게이자이의 분석을 반드시 물리적 위치 때문에 중간에 끼여있다는 것으로 곧이곧대로 볼 게 아니라, 동북아 외교 관계에서의 다소 모호한 체급 때문에 중간에 끼여있다는 뜻으로 받아들여 이를 극복하려 노력할 필요가 있는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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