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라임경제] 여·야가 1일부터 약 한 달간 예산안 심의에 나선다. 정보·운영위원회 등 일부를 제외하고는 국정감사가 끝났고 여러 번 파행 잡음이 나온 데 비하면 본격적 격돌이 이뤄지지 않았다는 풀이가 나오고 있다. 이번 예산전쟁에 국회가 들썩일 것으로 전망되는 이유다.
정기국회 때 논의해야 할 예산 심사, 세법 개정안 등 법안 논의는 11월 한달 동안 다 끝내야 한다. 청와대는 짧은 기간에 집중될 격돌 상황에 초조한 모습이다.
429조원에 달하는 문재인 정부의 내년도 예산안 심의는 그 자체만이 아니라 문재인 정부 5년의 정책 기조를 전체적으로 좌우할 첫 단추다. 따라서 여당이 정부 원안을 유지하는 데 나서고, 야당은 정부 예산안의 대폭적인 수정을 촉구하면서 치열한 대결을 하는 동안 청와대는 주인공은 아니면서도 그 이상의 피말리는 시간을 보낼 것으로 보인다.
정부와 민주당은 이번 예산안을 '국민중심 예산'으로 보고 있다. 일자리 만들기 및 복지 증진 등을 위해 원안대로 관철해야 된다는 입장이다.
반면 야권은 정부의 사회간접자본(SOC) 예산 20% 삭감 방침에 반발하고 있다. 공무원 증원 예산 등 일자리 창출 방안에도 맞서고 있다. 정부가 최대 고용자가 되는 게 아니냐는 비판이다. 자유한국당은 내년도 공무원 1만5000명 증원 관련 예산에 태클을 거는 데 사활을 걸 것으로 보인다. 최저임금 인상에 따른 소상공인 지원 3조원 등도 최우선 삭감 예산으로 보고 있다.
국민의당도 SOC 예산 삭감으로 경기 침체·일자리 감소·지역발전 저해 등의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며 존재감 부각에 한껏 나설 전망이다. 호남 등 SOC 예산 증액에 당력을 집중하면서 입지를 넓힐 것으로 관측된다.
문제는 내년도 예산안 처리에 단순히 1년간의 주머니 사정과 지출 구상 이상의 것들이 좌우된다는 데 있다. 우선 추경 편성 논의를 제외하고 '장미대선' 후 처음으로 본격적으로 나라 살림의 단추를 꿰는 기회라는 데 내년도 예산안의 의미가 있다. 이번에 밀리면 다시 기를 받아 정책 추진을 하기 어려워진다. 정권 초기부터 동력원이 상실돼 큰 구상에 따른 정치가 아닌 수세적 대응에 직면할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된다.
더욱이 문제는 올해 기싸움에서 밀릴 경우 그 다음을 기약할 회복이나 만회 기회가 열리지 않을 수 있다는 점이다.
20대 국회는 내년 5월 말을 기준으로 전반기와 후반기로 나뉜다. 자유한국당과 바른정당간 통합 논의가 어떻게 추진되는가에 여의도 정가의 관심이 모아지고 있지만, 청와대 역시 이런 원 구성 문제에서 초연할 수 없다.
원내 1당 쟁탈전, 각당의 교섭단체 유지 등에 따라 원 구성의 세부 사항들이 바뀌고 이런 나비 효과들이 모여 정책 추진에 대단히 힘든 국회를 만들 수 있다는 점이 문재인 정부의 걱정 대상이다.
국회 관례상 원내 최다 의석을 가진 제1당이 국회의장직을 차지한다. 현재 107석으로 제1야당이자 원내 제2당인 자유한국당은 현재 내분 상황에 말려있다. 일명 박근혜 전 대통령 출당 문제로 인한 총준표 당대표와 친박간 갈등 때문. 하지만 이 분쟁을 강 건너 불 구경 하듯 즐길 수는 없다. 바른정당 의원들이 이번 박 전 대통령 출당 문제의 처리에 즈음해 거취를 정할 것으로 관측되기 때문.
문제는 사실상 임기 전반의 정책 명운을 걸고 올해 격돌하는 예산전쟁 상황에 가늠치와 설득 근거가 될 자료 구성이 탄탄하지 못하다는 데 있다. 10월30일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종합감사에서 김동연 부총리는 현 정부의 핵심 재정 기조가 실제로 지속될 경우 2060년 국가 채무가 수백조원 증가할 것이란 나보(NABO) 전망 보고서가 '공격적 전망'이라고 지적했다. 과대추정된 기우라는 것.
하지만 5년간의 정책을 넘어서서 사실상 한국의 경제 체질 자체를 바꾸려는 정부 구상들과 그 지출 상황 및 여파, 재정 감당 가능성 등에 대한 명쾌한 청사진은 제시되지 못하는 상황. 김 부총리는 "짧은 시간 내 50년의 장기재정전망을 내기는 어렵다"며 "성장률이나 조세탄력치가 0.1%포인트만 달라져도 엄청난 차이가 나는데다 굉장한 공신력을 가진 정부 발표가 나오면 많이 인용되기 때문에 정부로선 조심스럽다"고 말했다.
내년도 예산안 심사로 대표되는 예산전쟁에서 청와대의 정치권 설득과 의견 조율이 쉽지 않을 것으로 보이는 이유다. 당장 1일 오전에 문재인 대통령이 시정연설에 나서는 등 시동을 걸 태세지만 뾰족한 답을 찾는 작업은 쉽지 않아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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