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라임경제] 일본 중의원 선거 결과에 시선이 쏠리고 있다. 전쟁이 가능한 일명 '보통국가화'가 관심을 모으지만 후폭풍은 경제 영역에서 올 것으로 보인다.
23일 주요 일본 언론들에 따르면 오전 5시43분 기준 자민당은 홀로 283석을 얻어냈다. 총선 전 의석보다는 7석 줄었지만, 모든 상임위에서 과반을 확보할 수 있는 '절대안전다수 의석(261석)' 기준은 쉽게 넘겼다.
여기에 '연정 효과'도 더해진다. 공명당이 얻은 29석을 합치면 자민·공명 연합은 다른 정당의 도움 없이 개헌 발의가 가능한 기준선(310석)을 넘겼다.
이렇게 되면 당장 가능성이 생기는 주요 현안은 두 가지다. 개헌을 통한 명실상부한 보통국가화 가능성, 두 번째는 '아베노믹스 기조 유지'라는 경제적 상황이다.
◆ '배제 정치' 이긴 '경제적 효과론'
아베 신조 총리가 이끄는 자민당이 이번에 승리한 것은 두 갈래로 풀이할 수 있다. 맞수 고이케 유리코 도쿄도지사의 희망당이 바람을 일으키는 과정에서 자책골을 넣었기 때문이라는 점에 의미를 두는 의견이 있다.
민진당 흡수통합 등으로 아베 격파를 할 것으로 점쳐졌지만, 통합 과정에서 대승적 추진보다는 민진당 내 진보계 인사들을 배제하는 일명 '배제 정치'를 시도, 스스로 동력원을 깎아먹었다는 것이다.
이와 달리, 아베 총리 자체는 인기가 없지만 정책 기조를 그대로 갖고 가는 것에 동의하는 일본인들이 적지 않아 그 표심이 표출된 것으로 풀이하는 경제적 측면 강조 해석도 나온다.
일본은 2001년 3월부터 2006년 3월까지 5년간 양적완화를 단행했고, 버블 붕괴 이후 급증하던 금융회사의 파산 문제를 해소했다. 그러나 이때에도 실물경기 활성화는 숙제로 남아있었다. 바로 이 목마름을 해소하고 나선 것이 강한 양적완화 정책, 일명 '아베노믹스'였다. 2013년 일본은 다시 한번 양적완화 정책을 펼치는데, 이런 무제한 완화에 힘입어 일본 경제가 일단 회생 효과를 봤다는 것이다.
아베 총리는 싫어도 결국 이번 선거 결과를 만들어준 표심이 주목받는 이유다. 아베노믹스에 대한 후한 평가를 한 셈이기 때문이다.

아베 신조 일본 총리가 중의원 선거 대승 소식에 환하게 웃고 있다. 아베노믹스 기조 유지가 미칠 효과에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 뉴스 1-로이터
우선 당장 구로다 하루히코 일본은행 총재의 연임 가능성이 높아졌다. 그의 임기는 내년 4월까지지만, 아베노믹스와 손발을 잘 맞춰온 그가 재기용될 가능성이 이번 선거 결과 확정되다시피 높아졌다.
이미 구로다 총재는 최근 오사카에서 실시한 강연에서 "금융정책은 개별 국가의 경제와 물가 동향 등을 고려해 결정해야 한다"고 말하며 미국이 양적완화 정책을 접고 유동성 회수에 들어가도 일본인 현재 기조를 당분간 그대로 갖고 가야한다고 제언한 바 있다.
미국과 유럽 등이 물가 상승률이 1% 선인 것에 비해서 일본은 0.5% 수준인 만큼 상황이 다르다는 점을 강조한 '소신 발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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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은 유동성 회수, 일본은 수출 효과 위해 완화 유지…한국 선택은?
미국 연방준비제도가 지난 9월20일(현지시각) 연준의 보유자산 축소 개시를 선언한 것은 미국 경제 상황에 대한 자신감 때문이다.
실업률 해결과 경제성장률 등을 종합하면 지금이 보유자산 다이어트에 들어갈 적시라는 판단인 셈. 아울러 당분간 유동성 회수에도 불구하고 부동산 경기 등이 얼어붙을 가능성이 없을 것이라는 전망도 이 같은 정책 방향에 힘을 싣는다.
11일(현시지각) 미국 뉴욕에서 개최된 제7회 글로벌 금융리더포럼에 참석한 브라이언 킹스턴 브룩필드프로퍼티파트너스 최고경영자(CEO)는 "금리 인상에도 미국 부동산 시장은 견고한 성장세를 이어갈 것"이라며 "앞으로 3~5년은 끄떡없다"고 전망했다. 그는 "미국의 경제 성장이 지속되고 있고 펀더멘탈이 튼튼하기 때문"으로 분석했다.
미국 통화정책 역사에서 리먼 사태 이후 줄곧 지속됐던 양적완화는 유례를 찾아보기 힘든 정책적 실험이었다. 문제는 이번에 숨을 구르는 다이어트 일명 양적긴축 역시 처음으로 그 파장을 정확히 예측하기 어렵다는 점이다.
이런 상황에서 일본 유력기관에서 나오는 완화 유지, 혹은 독자적 정책론은 일본의 특수성을 고려한다는 원론적 대응이자 아베노믹스 유지 이상의 풀이를 낳을 수밖에 없다. 뱃심좋게 이런 미국과의 '디커플링(별개의 정책 상황)'을 택하는 게 낫다는 판단을 할 정도로 아베 정권의 주변 공감대가 확립된 것으로 볼 수 있다는 것. 미국발 상황에 대처하는 데 사용할, 보기 드문 값진 정책적 참고자료가 일찍이 나온 셈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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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출 중심주의' 표면적 상황 뒤엔 '확실한 낙수효과' 사회적 당부
일본 수출이 어떻게 움직일지 이 효과가 우리 수출에는 어떻게 파장을 가져올지 등도 풀이가 중요하지만 전반적인 방향에서 시사점을 찾아야 한다는 지적이 그래서 높다.
이미 주지의 사실이지만 아베노믹스가 효과적이긴 해도 모든 것을 완전히 해결하는 황금열쇠가 되지는 못하고 있다. 임금 등 장래에 대한 불안은 여전히 높다. 따라서 소비를 자제하는 경향이 계속되고 있고, 대기업은 수익이 개선되고 있지만 중소기업이나 개인까지 파급되는 경제의 선순환 실현은 아직 요원하다.
요약하자면 수출 중심주의, 대기업 수혜가 이뤄지고 있지만 유권자들은 그럼에도 아베 정책 기조를 믿고 다시 힘을 모아줬다는 뜻이 된다.
이런 상황에서 아베 총리는 현재 정부 기조를 유지하면서도 사회보장 등에 손을 댄다는 입장이며, 경제계에서도 이런 추진 기조에 힘을 보태는 공조 상황이 목격된다.
미무라 아키오 일본 상공회의소 회장은 이번 선거에 대해 "정부·여당은 국민의 여망에 답해 일손부족 극복이나 생산성 향상에 힘을 다해 강한 경제기반을 구축해야 한다"고 당부하는 한편, "사회보장 등 개혁도 해야 한다"고 기대했다.
사회적 지출을 지속하는 데 재계 등도 무작정 반대나 소극적이지 않다는 것. 수출에 힘을 우선 실어주면서도 일정한 낙수 효과 부담을 요청하는 역할 분담 모델의 '큰 그림'이 아베 총리와 자민당 승리라는 결과를 빚어낸 것으로 해석되는 이유다.
노동 현안 등을 놓고 사회적 협의와 정치적 협상이 아직 이뤄지지 못하고 있는 한국 상황에서 일본의 이런 동향은 타산지석 측면에서 귀추가 주목된다고 하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