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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년실업 발목 文 일자리 정책, '에르하르트 신화' 타산지석해야

낙관주의와 뚝심 돋보여 독일 부흥 원동력과 닮은꼴…실각원인도 배우면 금상첨화

임혜현 기자 | tea@newsprime.co.kr | 2017.10.19 11:28:41

[프라임경제] 문재인 정부가 일자리 정책을 밀어붙이고 있다. 소득주도 경제, 혁신성장과 공정경제 등 기본 정책 윤곽은 이미 잘 알려져 있지만 국민들이 피부로 느낄 수 있고 경제활동의 기틀이 되는 일자리 문제의 디테일을 확실히 하는 작업이 이어지고 있는 것. 

18일 일자리위원회가 3차 회의를 여는 자리에서 로드맵이 발표됐다는 점은 특히 향후 5년간의 추진 목표를 정권 초기에 미리 청사진으로 제시한다는 점에서 근래의 움직임은 의의가 있다. 정부가 힘이 가장 센 대통령 임기 초에 못을 박아둔다는 현실적 의미도 있다.  

미래 세대를 위한 전면적 개혁이 추진된다. 문재인 대통령이 18일 비정규직 개선 등 일자리 정책 로드맵 발표 후 청년 및 어린이들과 악수를 나누고 있다. ⓒ 청와대

가장 중요한 부분은 문재인 대통령이 '사람 중심의 지속성장 경제' 완성을 위해서 중시하는 비정규직 문제 해결 등이 이번에 모두 구체화됐다는 점이다. 대화와 타협도 전개되겠지만, 일단 치열한 한판 승부를 피하지 않겠다는 각오를 시사한 것으로 읽힌다.

정부는 공공부문에 이어 민간기업까지 정규직 전환을 사실상 의무화하겠다는 방침을 명확히 했다. 현행 '기간제 및 단시간근로자 보호 등에 관한 법률(세칭 기간제법)'을 개정해 비정규직을 채용할 수 있는 사유를 법으로 제한한다.

정부 구상에 따르면, 공공분야에 이어 민간기업도 정규직 채용을 원칙으로 한다. 예외적으로 비정규직 사용이 가능한 사유를 열거하는 방식으로 기간제법을 내년말까지 개정한다고 밝혔다.

패전 후 부흥 일군 에르하르트 밀어붙이기 유사 '실용성+추진력'

재계의 불만에도 불구하고 이 같은 구상에 강한 드라이브를 건 것은 문재인 대통령이 대선에 나서면서 구체화한 정치적 구상 때문이기도 하지만, 한국경제가 기본 체질 자체를 바꾸고 갈 것이냐 현재와 같은 시스템을 그대로 인정할 것이냐의 기로에 섰다는 판단 때문으로 읽힌다.

국가경쟁력은 발전 동력을 잃고 양극화 등이 뉴노멀이 되고 있다. 가계부채 폭탄 등도 우려 대상이다. 외부적으로는 중국이 내수경제 발전으로의 전환 등을 이미 완성해 가는 국면이라, 수출 타격이 기다리고 있다. 아세안 국가들의 추격 등 지역경제 문제도 장기적으로 어려워질 전망이다. 수출주도 소규모 개방경제라 대북 안건 등에 따라 북한 움직임에 대한 세계의 반응은 곧 우리 경제 전반에 대한 평가와 영향이라는 형식으로 민감하게 반영된다.  

보수와 진보간 견해 차 등 다양한 논쟁이 있지만 경제를 회복시켜야 한다는 점은 공감대로 돼 있다. 일단 일자리 문제를 통해 국민들에게 희망을 제시하고 문재인 정부의 경제 정책 전반에 대한 신뢰와 선호도를 확보하는 것은 그 과정에서 대단히 치열한 전쟁을 치러야 한다는 부담에도 불구하고 매력적이다.

고 박정희 대통령(왼쪽)이 1964년 12월 독일을 찾았을 당시 에르하르트 총리(오른쪽)와 만나고 있다. ⓒ 국가기록원

2차 대전 종결과 나치 패망 이후 서독의 초대 경제부 장관(1949~63년)에 이어 제2대 총리(63~66년)를 지낸 루트비히 에르하르트의 실용적 독일 부흥 정책처럼 낙관 드라이브를 건 셈이다.

그는 나치가 깔아놓은 전시경제(계획배급경제)가 퇴장한 이후의 새 틀을 과감하게 그렸다. 경제화폐개혁과 동시에 경제개혁을 단행하는 등 쉼없이 큰 그림을 빨리 그리는 재주가 있었다. 그의 이런 개혁은 독일이 빠른 부흥으로 일명 '라인강의 기적'을 낳은 것으로 평가된다.

에르하르트는 개인적으로는 시장경제주의자였다는 후문이다. 그러나 전시에 입은 극심한 타격을 딛고 빨리 일어서려면 국가의 역할이 필요하다는 점을 외면할 정도로 정치인 개인의 소신에만 매달리지는 않았다.  

초대 경제부 장관으로서 그는 '사회적 시장경제'를 부각시켰다. '모두를 위한 번영'이라는 표어 아래 고도성장을 하지만 그 와중에 '완전고용'과 '복지국가 건설'을 한다는 점을 분명히 했다.

성장 따라 불만도 상승 '독일 아이러니'…文의 국민 염증 처방전은? 

하지만 이런 성장 신화에도 에르하르트 체제에도 결국 종말이 왔다. 장기적으로 높아진 국민들의 눈높이와 요구가 발목을 잡았던 것.  라인 강의 기적이 이뤄지는 과정에서 실업률이 높아지는 등 표면적 불만 요소들이 고개를 들었으나 이를 모두 관리하지 못하자 정부에 대한 불신이 높아졌다. 게다가 연정 파트너인 자민당이 재정적자와 관련한 불만으로 판을 깨며 정권 교체 명분이 생겼다.

문재인 정부가 이번에 일자리 정책으로 재계와 전쟁을 치르는 상황에서는 이런 실패 부분에 대한 반면교사도 요청된다. 호랑이 등에 올라타는 과단성과 버틸 체력 자체는 있더라도 중심을 잃고 흔들려 떨어질 리스크 관리 문제가 남기 때문.

문재인 정부가 일자리 로드맵의 가장 치열한 전선인 비정규직 문제를 푸는 동안 국민들이 버틸지가 관건으로 꼽힌다. 이 과실이 익기까지 버티는 데 가장 큰 위험 원인은 바로 체감 실업 문제. 특히 청년들의 지친 상황이 될 것이라는 우려가 높다.

통계를 보자. 통계청이 18일 발표한 9월 고용 동향에서 지난달 취업자 수는 2684만4000명으로, 1년 전보다 31만4000명 증가했다. 올해 3월부터 6개월 연속 30만명 이상 증가한 취업자 수는 전달 조사 대상 기간에 20만명대로 떨어졌다가 다시 30만명대 증가로 회복했다. 객관적으로는 대단히 좋은 상황이다. 청년층 실업률도 9.2%로 집계됐는데, 이는 1년 전보다  0.2%포인트 떨어진 것. 객관적으로는 대단히 좋다.

그러나 이와 달리 청년 체감실업률인 고용보조지표 3(취업준비생 등 사실상의 실업자까지 포함한 실업률)은 21.5%로 1년 전보다 0.2%포인트 상승하며 고공행진을 이어가는 등 불안하다. 이는 관련 통계가 집계되기 시작한 2015년 이후 9월 기준으로 가장 높은 수준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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