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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월…대법원은 무슨 생각을 했나" 4월 사면 공약 무리수 새삼 눈길

이러려면 왜 굳이 판결에 영향 행사 우려에도 무리수 비판 불가피

임혜현 기자 | tea@newsprime.co.kr | 2017.10.16 19:13:52

[프라임경제] 대통령 등 국가원수가 사면권을 갖고 있는 나라는 대단히 많다. 하지만 우리나라처럼 사실상 제어 불능의 전지전능 권한으로 돼 있는 것이 좋은 예는 아니라는 지적이 나온다. 

헌법위원회 등에서 제약을 가하는 프랑스식 등으로 대통령에게 힘을 주되, 정치적 갈등 봉합 기능, 국민 통합의 모티브 등 대단히 긍정적인 경우에만 합리적이고 제한적으로 사용될 수 있도록 해야 한다는 논의가 오래시간 반복돼 왔다.

이 문제는 법률가 출신인 문재인 대통령 집권기인 현재에도 유효하다. 오히려 이 같은 사안은 금년에 가장 명확히 부각되는 아이러니를 보여주고 있다.

문 대통령은 대선 국면인 지난 4월18일 제주도를 찾은 자리에서 각종 공약 보따리를 풀었다. 이중에는 강정마을 분쟁으로 인한 구상권 행사 사건의 민사소송 취하와 아울러 이 문제로 인한 형사처벌에 대한 사면권 행사 등도 포함돼 있었다.

경미한 처벌 당사자를 사면하는 일도 의미있지만 이런 일은 지역 민심 통합 차원에서 주동자를 중심으로 톱다운 처리하는 게 더 효율적이고 의미가 있다.

그런데 막상 문 대통령은 후보 시절 이 공약을 할 때, 공약 이행 가능성이나 범위의 문제 이에 수반되는 헌법학적 논쟁 등에 전혀 고려를 하지 않은 게 아니냐는 의구심이 존재한다.

중요 인물 중 중요 인물로 볼 수 있는 강동균 전 강정마을회 회장에 대한 형 확정은 대선이 끝난 6월9일에야 이뤄졌다.

해군의 구럼비 발파를 막기 위해 차량을 막아서고, 행정에 등록 없이 강정마을에 대한 후원금을 모집한 혐의에 대해 대법원 제3부는 일반교통방해및 기부금품의모집및사용에관한법률위반 혐의로 1심에서 벌금을 확정했다.

사면은 사법부 독립을 잠시 멈추고 다른 판단을 하는 일이다. 법원의 고유한 판단 기능 즉 전문성과 정당성에 우선하는 더 높은 가치를 인정하는 것이어서 현직 국가원수도 함부로 사용할 일이 아니고, '판결에 미리 앞서서' 종이 찍어내듯 남발할 것도 아니다.

특히 후자의 경우 판결을 깬다는 문제를 넘어서서, 아직 나오지 않은 판결 그 자체에 영향을 미치는 일이 돼 문제가 더 심각하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문 대통령은 이런 이슈를 가볍게 넘어섰다. 참고로 지난 6월 판결 무렵은 아직 김명수 신임 대법관이 새 대법원 수장직에 앉기 전이라 불만을 여과없이 공약 방식으로 드러냈다는 지적까지도 나올 수 있는 문제였다.

더 큰 문제는 막상 민사소송 취하와 형사처벌 사면 등 세트메뉴 해결에 대한 태도를 다시 한 차례 뒤엎은 게 아니냐는 지적을 받고 있는 점이다. 청와대 관계자가 최근 기자들이 제기한 소취하 관련 권한이 결국 청와대에 있지 않냐는 문의에 '유체이탈 화법'으로 일관한 점이 그 예다.

어느모로 보더라도 무리한 제주의 늪에 빠진 셈이다. 더욱이 이런 강정마을 공약 관련 논란과 사법부 존중 태도 결여 우려는 다시 헌법재판소장 대행 체제 이슈, 주당 노동시간을 둘러싼 노동부 업무지침 개정 문제 등 다양한 문제로 변주가 되고 있다.

사면권 행사나 소 취하 등 이슈를 '정치인답게' 일단 풀어야 비로소 '법률가적인' 태도를 보일 것인가와 입법부의 협조를 구할 '행정가다운' 접근법 등도 교통정리가 가능하지 않겠냐는 지적이 그래서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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