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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재인 내로남불 · 유체이탈 점입가경 '52시간 · 강정 · 김이수 고집'

사안따라 법률적 허점과 권한 적극 활용 vs 법률 개정 핑계 혹은 사법부 떠넘기기

임혜현 기자 | tea@newsprime.co.kr | 2017.10.16 18:59:04

[프라임경제] 문재인 대통령이 법과 공약에 대한 가치 판단에 자의적 잣대를 적용하고 있는 게 아니냐는 우려를 사고 있다.

대통령은 헌정질서와 법률을 존중해야 할 국가원수인 동시에 행정부의 수반으로서 입법부와 사법부를 존중하고 이들과 협력 관계를 구축해야 할 필요가 있다. 때로는 건전한 대립 관계를 구성하거나 문제 해결을 위한 갈등이 필요한 때도 있겠지만 지나친 압박을 행사하는 것은 문제적 태도가 아닐 수 없다. 

특히 우리나라는 고 박정희 전 대통령 시절 유신헌법을 운영했던 역사가 있어 이런 문제에 더 민감하다. 신대통령이나 제왕적 대통령으로서의 막강한 힘에 도취돼 국회와 법원을 도구로 활용하려는 독재 정부가 탄생하지 않도록 제도적 개선이 있었다. 

그럼에도 높은 지지도와 탄핵으로 하야한 전임자를 대신해 탄생한 정권 수장이라는 정당성이 주는 후광이 문 대통령에게는 존재해 때로 이 유혹을 받을 소지가 있다. 뭘 해도 박근혜 전 대통령보다는 낫다는 '민주적 정당성의 기저효과'가 작용하는 게 아니냐는 풀이다. 

이런 효과가 자칫 독으로 작용하는 게 아니냐는 우려가 드디어 법 해석과 집행, 재판 문제에서 산발적으로 터져나오는 게 아니냐는 우려가 제기된다. 법률 전문가인 변호사를 거쳐 참여정부 시절 청와대 요직을 두루 역임하면서 정치 수업을 받은 문 대통령으로서는 이런 우려 자체가 대단한 아이러니일 수밖에 없다. 

◆강정 재판 지휘는 내 알 바 아니고 행정지침은 시급한 적폐? 

문 대통령은 16일 수석보좌관회의에서 노동 과다 상황에 대해 지적했다. 특히 근로기준법 개정 추진 국면임을 강조했다. 특히 눈길을 끈 발언은 "법률안 통과를 위해 노력해달라"는 주문에 이어 "고용노동부 행정해석을 바로잡는 방안을 강구할 필요가 있다고 본다"고 '우회방법론'을 거론한 대목.

주 52시간 노동 문제는 법률 해석상 문제가 있다. 주 68시간과 주 52시간의 큰 차이가 발생하는 것에는 1주 근무를 주5일로 볼 것인지, 주7일로 볼 것인지에 이견이 존재하기 때문. 법을 개정해 버리면 노동부에서 '1주일은 토요일과 일요일을 제외한 5일'이라는 행정해석(지침)을 할 필요가 없다.

문재인 당시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가 지난 4월18일 제주시 동문시장을 찾았다. 그는 이날 강정 관련 사면과 구상권 소송 취하 등을 약속했다. ⓒ 뉴스1

다만 문 대통령은 수보회의에서 여야간 합의가 존재하는 것으로 여겨지는 발언("18대 국회에서부터 충분한 논의를 거친 만큼")을 했지만, 자유한국당과 재계 등에서는 여전히 속도 조절론 등에 기울어 있다고 보는 게 더 합리적이다. 이견이 없는데 절차적 문제로 계류돼 있을 따름이라는 식으로 견강부회할 것은 아니라는 이야기다.

물론 행정부에서는 없는 행정해석을 내놓거나 행정지침을 새롭게 변경해 법률적 공백을 메울 수 있고 이 같은 아이디어 구사는 합법적인 행정부 권한이다. 

다만 앞의 이유를 이렇게 종합해 보면 행정지침을 또 다른 새 행정지침을 만들어 깨는 방식을 동원해서라도 기존의 행정해석을 철폐하는 게 옳은지 논란이 있을 수 있다. 이미 17년째 형성된 해석 관행에 기대 경제활동이 이뤄지고 있기 때문.

행정부의 최고 권위자이자 지휘자로서 충분히 권한을 행사하는 가에 대해 청와대가 약간 다른 태도를 보이는 반대 사례가 있다. 제주도 강정마을 사안이다. 청와대 고위 관계자는 12일 정부가 제주 강정마을 해군기지 건설공사를 지연시킨 시민단체 등에 제기한 손해배상 청구소송(구상권 행사)를 취소하기로 했다는 일부 언론보도에 대해 사실이 아니라고 반박했다.

특정 조직을 만들어 어떤 일을 하느냐 마느냐의 문제, 어느 조직이 청와대 내에 결성돼 있느냐의 여부를 논의하는 이 같은 행보는 오보에 대한 해명이라 문제가 없다. 그는 기자들에게 "현재 손배소 건은 법원 판단을 남겨놓고 있고 양측 변호인단 간 협의조정이 진행 중"이라며 "청와대와 국무조정실에 관련 태스크포스(TF)가 가동돼 정부 차원의 구상권 철회를 지시했다는 것은 사실관계가 다르다"고 주장했다. 

다만 문제는 청와대에서 대선 공약 사안인데, 정부 당국에 구상권 소송 취하를 요구할 수 있는데 법원 판단을 기다려보자는 식으로 '유체이탈' 화법으로까지 가는 건 문제라는 대목이다.

이 관계자는 공약사안이므로 철회를 하면 되는 게 아니냐는 문제에 법률 사안 문제라는 입장만 되풀이했다. 정부의 소송 제기와 유지를 최종 지휘할 이는 결국 문 대통령이라는 힐난성 질문에도 유지된 태도와 답변 기조다.

자세한 사항을 거론할 '때'가 아니라든지 하는 적당한 표현 레토릭을 마다하고 '법원 판단에 달린 문제''변호사간 협의'로 강조하는 것은 시간을 끄는 방식으로 논의를 눙치는 결과를 가져온다. 개별 법리적으로 문제가 없는 것인지는 몰라도, 전체 법률관계나 정치적 책임면에서 보면 '정무직 공무원인 대통령이나 그를 수행하는 청와대 전반의 유체이탈'에 다름아니다.

앞서 문 대통령은 대선 후보 시절인 4월18일, 제주도를 찾은 자리에서 강정마을 충돌로 인한 구상권 소송 철회, 사법처리 대상자 사면 등 다양한 표심잡기 공약을 내놓은 바 있다. 이 강정마을 갈등은 참여정부 시절부터 내려온 해묵은 갈등이다. 그런데 대선 전에는 시급했던 사안이 되고, 새삼 다시 법원 판단을 존중하고 구해야 할 일로 오락가락하는 건 정치적 악용 지적마저 받을 수 있다.

◆박근혜 사면과 김이수 대행 강행 등도 논란 부추겨 

또다른 법과 판결 등에 대한 편리한 아전인수 논란 이슈가 있다. 문 대통령은 10일 9개월여 공석인 헌법재판소장직을 빨리 임명하지 않고 '김이수 대행체제'를 그대로 이어가기로 했다.

청와대는 박수현 대변인을 내세워 불명확한 헌재소장의 임기가 정리돼야 새 헌법재판소장을 임명할 수 있다는 입장을 내놨다. 실제 현행 헌법재판소법에는 헌법재판관의 임기만 6년으로 규정돼 있을 뿐 헌재소장의 임기에 대한 규정이 없다. 이 때문에 현직 헌법재판관이 소장으로 임명될 경우 새로 6년을 보장해야 할지, 잔여 임기만 수행해야 할지를 두고 해석이 엇갈려 왔다.

하지만 청와대의 주장에는 허점이 있다. 지금 자리에 있는 재판관 중엔 이번 정부와 속칭 '코드'가 맞는 사람이 없기 때문에 임명을 고의로 미룬다는 것이다. 재판소장 임기 문제와 별개로 빨리 공석인 재판관을 임명하거나, 기존 재판관 중에 소장을 지명하는 등으로 '사람 수는 모자라고, 소장직은 비어있는' 총체적 난국을 일부라도 해소하는 건 가능한데 굳이 법적 미비 운운하면서 '카드 아끼기'를 한다는 주장도 나오고 있다.

급기야 국회가 (인정 주체 표현에서 일부 문제가 있기는 했으나) '김이수 대행 체제'를 비판하고, 헌법재판소 국정감사 보이콧을 하는 일이 빚어졌다. 이에 문 대통령은 오히려 14일 사과를 했는데, 이는 더 이상한 행보다. 국회가 한 일에 대통령이 굳이 김 대행에게 정치적으로 사과를 하는 자격이 마땅찮기 때문이다.

과거 김영삼 체제나 김대중 체제와 같은 당-정-청 일체 관계 즉 여당 총재직을 여전히 대통령이 갖고 있고 국회에 막강한 힘을 불어넣을 수 있는 국회 원구성인 상황이라면 모를까 오히려 위로를 하려다 부적절 논란을 허용할 수 있다는 문제가 생긴다.

따지고 보면 이런 오락가락 행보는 대선 후보 시절 당시 탄핵에 이어 막 구속됐던 박 전 대통령 이슈에 명확하지 않은 행보를 보인 때에도 나타났었다.

문 대통령은 당시 박 전 대통령 사면 문제를 놓고 의견을 묻는 상황에 약간 모호한 태도를 보였다.

이재명 성남시장이 3월 중순 당내 경선 국면에서 "박 전 대통령 사면불가를 천명하자"고 공세를 펴자 적절치 않다며 유보적인 태도("조금 이르다")를 보였지만, 이후 급격히 롤러코스터를 타며 상대당 후보를 공격했다. 3월 말 안철수 국민의당 후보(현재 당대표)가 사면 문제와 관련, "위원회를 구성할 수 있다"고 한 데 대해서는 "(구속이 되자마자) 사면이니 용서니 이런 말이 나온다는 것이 참 있을 수 없는 일"이라며 "박 전 대통령 개인으로 국한해 말할 필요도 없이, 대통령의 사면권은 국민의 뜻과 어긋나게 행사돼선 안 된다"고 비판하고 나선 것.

논의의 핵심이자 상수 즉 바뀔 수 없는 문제는 '판결이 나오기 전' 사면권이 논의되는 상황 전반이 '사법부에 대한 차기 대통령을 포함한 정치인들의 권한 침해'가 아니냐는 것, 그럼에도 불구하고 '왜 지금 논의를 한다면 자기 공약은 이렇다는 것'으로 요약할 수 있다. 그런데 어떤 때는 '이르지만 있을 수 있는 일'이라는 식으로 모호하게 수세적으로 대처하고, 그 불과 얼마 후에는 '있을수 없는 일'이라며 공세적으로 태도 전환을 하는 건 문제라는 얘기다.

이런 문제가 빈번할 수록, '케이스 바이 케이스''내로남불''유체이탈 화법' 우려 등이 고개를 들게 된다. 이 같은 각종 구 체제적 적폐가 거론되는 자체만으로도 이번 정권을 차별화할 요소가 사라진다. 논란이 있다고 해서 법률적인 관점 미비와 철학 부재 우려까지 직결시키는 것은 무리겠지만 국정 운영에 도움이 안 된다는 점은 분명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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