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라임경제] 국정감사(국감) 시즌에 대응하는 청와대의 전략은 '경제'다. 경제 아이템을 강화해 야권의 외교안보 현안에 대한 파상 공세 시도를 대응한다는 판단의 굵은 줄기가 10일 모습을 드러냈다. 소득주도 성장론을 강화하겠다는 견해 역시 읽힌다. 전체적으로 경제를 강조해 충돌의 전장을 외교안보 분야에 묶어두지 않고 확장한다는 풀이가 따라 눈길을 끈다.
문재인 대통령은 10일 오전 수석보좌관회의를 진행하면서 적폐청산을 모두 발언 키워드로 꺼내들었다. '적폐청산과 개혁은 사정(司正)이 아니라 전 분야에 걸쳐 누적돼온 관행을 혁신하고, 대한민국 경쟁력을 높이는 일'이라고 알린 것.
추석 이후 국회가 여야 간 치열한 공방전, 즉 '국정감사 정국'을 열어갈 것으로 점쳐지는 상황에서 의미심장한 내용이다.
박수현 청와대 대변인은 '문 대통령이 모두발언 첫 메시지를 적폐청산에 둔 의미가 무엇인가?'를 묻는 기자들의 질문에 '새 정부는 과거 잘못 구조적 모순에 대해 바로잡겠다는 국민적 열망으로
출범했다'고 전제한 후 새로운 시스템을 마련할 필요가 높은 시기라는 정국 진단을 내놨다.
이어서 "북핵 문제라는 외교안보 이슈 때문에 이런 점(적폐청산으로 통칭되는 각종 개혁)의 추진 성과나 속도가 가려진 측면 있었다"며 "정기국회에서는 이런 모순을 해결하고 시스템을 만들어내는 법과 제도, 예산할 마련할 필요가 있다는 뜻으로 생각해 달라"고 말했다.
이번 가을철 국회의 화두가 외교안보 현안에 대한 천착, 일종의 편식에서 벗어나 전체적 시스템 정비의 로드맵 마련이 돼야 한다는 점을 제언한 것으로 풀이된다.
실제 박 대변인은 수석보좌관회의 이후 기자들 앞에서 '공공일자리 확충' '가계부채 관리' 등을 중점적으로 거론했다. 개별 이슈에 대한 종합적 대책 마련 필요성 외에도 '저녁이 있는 삶' '소득주도 성장론' 등을 이용해 정리한 점이 특히 눈길을 끈다. 일정한 방향성만 제시한 게 아니라 문재인정부가 생각하는 큰 그림에 맞춰 문제를 꿰어가겠다는 인식을 시사한 것으로 해석돼 흥미롭다.
◆'非전문가만 바글바글' 외통위·국방위에 공세 허용 않을 속내
국감 스케줄에서 청와대는 내내 시달릴 수밖에 없다. 11월6, 7일 양일간 국회 운영위원회가 청와대를 상대로 국감을 진행하고 조국 수석이나 탁현민 비서관 등이 어느 정도 난타 대상으로 부각될지 관심을 모은다는 점은 오히려 작은 부분이다.
현재 북한 미사일 이슈,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개정 협상 등 논란이 포진했다. 따라서 12일에는 외교부, 13일 통일부를 대상으로 외교통상위원회가 국감 포문을 열고, 역시 국방위원회가 12일 국방부를 상대로 국감을 시작한다는 점이 오히려 청와대와 정부·여당에 주요 길목이 된다.
문제는 야권의 공세에 직접적으로 대처할 방어력이 충분하냐의 문제다. 각 정당들은 야당이지만 색채와 처한 정치적 입지에 따라 각개전투에 나설 가능성이 크다. 공격력 분산보다는 그야말로 국감 초기부터 이전투구가 펼쳐질 수 있다는 것.
여당이나 야권을 막론하고 국방이나 외교 및 통상 관련 전문성에 빨간불이 들어온 점은 청와대에 부담감으로 작용한다.
현재 국방위 소속 의원 17명 중 군 출신은 이종명 자유한국당 의원(대령 예편)과 김중로 국민의당 의원(장성 출신) 2명. 백승주 한국당 의원은 국방부 차관을 지냈지만, 한국국방연구원 책임연구위원 등을 역임한 후 차관직에 오른 '민간' 출신이었다. 김종대 정의당 의원도 민간 전문가로 분류된다.
외통위 사정도 비슷하다. 외통위원 중에는 외교관 출신이 희귀하다. 외교통상부 차관보와 북핵 6자회담 수석대표를 지낸 이수혁 민주당 의원이 있다.
물론 외통위에 이전에 외교안보 현안을 다뤄본 고참급 의원들이 있기는 하다. 상임위 경험이 있는 다선 의원들이 존재하는 것인데, 원유철 한국당 의원과 유기준 한국당 의원이 외통위원장을 역임했다. 여권에서는 문희상 민주당 의원이 꼽힌다. 그는 국방위와 외통위를 두루 거쳤다.
이 같은 사정은 전문가층이 얇아 결국 상임위 경력이 풍부한 다선 의원들이 어떻게 무게를 잡아주는가에 따라 좌우된다는 뜻도 된다. 상당히 불안정한 국감 사정이 될 여지의 문제다.
바꿔 말하면, 바로 현안을 둘러싸고 깊이 있고 첨예 내지 치열하되 도를 안 넘는 대결로 전개할 수 있는 전문성이 확보되느냐의 문제에서 한수 접고 들어가는 현재 국회의 상황이라 볼 수 있다. 물론 이런 구도라도 정부에 협조적인 대승적 차원의 외교안보 논의가 보장된다면 큰 문제가 없다.
다만 야당들이 전면전 수준의 갈등 조성을 벼르는 상황은 '코리아패싱' 등 '총론'면에 국감이 집중될 여지를 높인다. 무게감이 있는 정치인들의 역할도 각당의 당론에 치중한 방향으로의 차출로 빛이 바랠 수 있다는 것.
외교관이나 군 출신 전문가 의원이라고 해서 당론에 따른 대결 구도에서 전적으로 자유로운 것은 아니지만, 논쟁 와중에 '각론'을 건드려줄 수 있는 방패와 창들이 존재하는 경우와 아예 없다시피 한 경우의 입씨름 방향의 결은 달라질 수 있다. 이전투구에만 매몰되느냐 혹은 이전투구 양상에도 뭔가 남는 게 있는 국감이 되느냐의 국면에서 전자가 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비전문가들이 다수 존재하고 주도할 무대에서 정권의 무능력 부각이나 정책 방향 전반의 정당성 논쟁을 시도하는 총론적 공세를 허용하고, 여기에서 전체 주도권을 잃기에는 문재인정부로서는 하고 싶은 일이 많다. 갈 길이 아직 멀다는 점에서 여권과 정부로서는 이런 전장을 확장할 필요성이 높다.
◆'가을 국회' 표현 통해 '국감 정국' 벼르는 야권에 선 그어
아직 중소벤처기업부 장관 공석 문제 등 빈 틈이 많기는 하지만, 외교안보보다는 경제 쪽으로 방점을 찍는 게 현 정권으로서는 유익하다는 진단이 따른다.
외교안보 입씨름에 모든 걸 집중해서 동력을 소모하는 것이 불가피하지만, 19일 기획재정부를 상대로 국감이 이뤄질 기획재정위 등에서의 '경제전쟁'에서 무엇을 할 것인가에 따라 벌충할 수도 있다. 국민들의 시선을 끌 요소들을 다양하게 내놓고 5년간의 정권 임기 내내 '언젠가는 치러야 하는 전쟁'을 다툰다는 측면이 커진다.
그런 점에서 공공일자리 증대가 오히려 예산 절약 측면이 있다고 강조하거나, 가계부채 대응을 소득주도 성장론과 연계하려는 시도는 대단히 흥미를 돋운다. 청와대가 세운 이런 구상의 속내는 10일 거론된 이슈들의 해석으로도 확인된다.
박 대변인은 공공일자리 확충 필요성에 대해 "경제개발협력기구(OECD) 기준 2015년 기준 전체 취업자 중 공공일자리 비중이 국제 수준에 비해 절반 정도 부족하다는 의미"라며 "공공일자리 늘리기는 공공서비스 편익이 증가하고, 재정 부담의 감소 등 실질적 편익이 있다"고 강조했다.
그는 "실업 상태인 (과거) 2800만원(이던) 연봉 실업인 사람은 고용지원서비스 등을 받아야 하고,
1000만원 정도의 재정부담이 발생한다"고 예시를 들었다. 공공일자리 등을 해법으로 재정을 사용한다면, 이는 지출 측면 부담이지만 한편 실업급여 등 다른 측면의 지출을 상쇄하는 측면도 크다는 뜻이다.
야권의 '산타클로스 정책 논란''재정 낭비 논란'은 부당하다는 반격을 본격화할 것임을 드러낸 대목이다.
도덕적 해이 논란 등 취약계층의 가계부채 상환능력 부족 대처 이슈에 대해서도 정면 대응의 군불을 지필 것으로 보인다. 맞춤형 지원 등을 강조한 것은 결국 가계부채에 대해 총량 측면에서 철저히 관리하겠다는 논의 외에도 경제구조 자체 개편을 통해 이 문제의 해결을 조망하겠다는 제언이기도 하다.
박 대변인은 "상환능력 자체를 높이는 소득주도 성장론 차질없이 추진한다는 뜻"이라고 가계부채 대응 이슈의 의미를 설명하며, 디데이를 10월 하순경으로 잡았다.
그는 "관계부처 협의안을 마련하고 가계부채 대책을 당·정 협의 등을 거쳐 10월 하순경 내놓을 것"이라고 말했다.
앞서 설명한 바와 같이 국정감사 등을 언급의 핵심으로 띄우지 않고 굳이 '정기국회'를 강조한 점이나 '당·정 협의'나 '10월 하순경' 등 국감 자체 일정 외의 시간표 제시한 점 등을 모두 종합하면 청와대가 국감 시즌의 흐름 전반에 손놓고 있기 보다는 정부를 앞세워 대처할 생각이 강하다는 추론을 할 수 있다.
국감이 이전투구 무대로 사용되는 자체는 막지 못하더라도, 이전투구의 전장을 어느 곳으로 변경할지 혹은 그 다음 볼거리로 무엇을 제시하고 싶은지 생각 자체를 쉬고 있는 것은 아니라는 얘기다.
유례없이 긴 추석 연휴 동안 무엇을 위해 어디로 힘을 비축하고 집중할지에 대해 청와대가 정국 구상을 가다듬었다는 것, 그리고 그 윤곽은 드러낸 셈인데 이를 뒷받침할 정부와 여당의 전투력이 충분할지가 관건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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