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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티스 거론한 '이런 전쟁' 함의는? 대북 협상 '주도권' 두고 긴장감↑

美 국내용 발언 측면 크지만 대북 협상 관련 전체적 임계점 의미도…주목 필요

임혜현 기자 | tea@newsprime.co.kr | 2017.10.10 11:57:12

[프라임경제] 제임스 매티스 미국 국방부 장관이 대북 군사적 옵션을 강조하는 발언을 내놔 이목을 끌고 있다. 매티스 장관은 9일(이하 모두 현지시각) 북핵 문제에 대해 외교적 해결책도 모색하겠지만, 군사적 대응에 대한 준비도 강조했다고 외신들이 보도했다.

매티스 장관은 미 육군협회의 연례행사인 국제방산전시회에 참석한 자리에서 이같이 발언했다. 

그는 "미국은 ​​북한과 외교적으로 해결하는 방안을 계속 모색하고 있지만 미군은 이 선택이 작동하지 않을 가능성에도 대비해야 한다"며 "미 육군이 할 수 있는 한 가지는 미국 대통령이 미군을 배치해야 하는 군사적 개입을 선택할 가능성에 대해 확실히 준비하는 것"이라고 제언했다.

아울러 "국제연합(UN) 안보리가 몇 차례 만장일치로 대북 제재를 표결했는가?"라며 경제 제재 중심의 현 상황에 대해 회의적 견해를 내놓고 "국제사회는 목소리를 내지만, 미 육군은 그래도 준비가 돼 있어야 한다"고도 덧붙였다.

여기 더해 "내가 여러분에게 T.R 페렌바크의 책을 다시 꺼내서 한 번 더 읽으라고 추천한 이유를 잘 알고 있을 것"이라며 T.R 페렌바크의 저서 '이런 전쟁(This kind of war)'을 언급하기도 했다.

책에서 다룬 한국전쟁, 협상 주도권 잃고 농락당한 케이스?

이 책은 한국전쟁 중 군사행동에 관해 다룬 것으로, 특히 한창 전쟁 중이던 1951년 여름 공산진영 측의 요구로 시작된 휴전 협상에 대해 신랄하게 비판하고 있어 눈길을 끈다. 

책에는 UN 주재 소련을 통해 제안된 휴전 협상 요구에 리지웨이 당시 미 극동군 사령관이 내놓은 답변을 비판한 내용도 담겼다. 

트루먼 행정부의 인가를 얻어 리지웨이 사령관이 답한 내용에 대해 이 책은 "전장에서 승리 중인 사령관으로서 적의 항복을 요구하지 않은 특기할 만한 성명"이라고 비판한 바 있다.

이 책의 저자 견해나 이를 언급한 매티스 장관의 의중을 이해하려면 '당시 전장'에서 미군이 압도적으로 이기고 있었는지에 대한 전제나 이를 풀이한 관점에 대한 검토가 필요하다.

1951년은 중국군의 개입에 따른 1.4 후퇴로 개막된 해다. 따라서 각 전장에서 미군 등 UN군이 선전하고 있었다고 해도 전체 전쟁에서 압도적 내지 주도적으로 상황을 장악하고 있었다고 잘라 말하기는 어렵다.

다만 이 같은 내용을 거론한 상황은 한국전쟁 당시의 협상전략에 대한 비판이라는 점에서 짚을 필요가 있다. 실제로 중국군의 인해전술에 대한 공포감을 극복한 다음에는 한국군과 미군이 전의를 회복하고 있었다는 점 등에서 전략적 자산 우위는 결국 미국 측에 돌아가는 반환점 단계에 있었다고 볼 수 있기 때문. 

이런 상황에서 그해 여름에 UN군 진영이 공산군을 더 강하게 몰아세우는 옵션을 접고, 건조한 반응으로 협상 마당에 대처한 것은 손해였다는 것이다.

무엇보다 1951년 협상 논의 끝에 결국 첫 회담장소가 공산진영의 의중대로 결정된 대목이나, 박헌영(남로당 총책으로 월북, 한국전 이후 처형)이 미국 등 군사 관계자들의 처벌을 주장하는 등 북한의 선전전에 활용된 점 등은 이 책과 같은 해석에 무게를 싣는다. 

공산진영의 이 같은 조치로 지리멸렬하게 1953년까지 휴전 협상이 이어졌고, 이는 38선 인근에 형성된 각 전장에서 소모전이 계속되도록 하는 원인이 됐다. 인명 피해는 계속 내면서도 전쟁의 종국적인 종결을 하지 못하는 결말이 협상에 임하는 전략적 태도에서 상당 부분 기인했다는 해석도 뒤따르는 대목이다. 

◆'협상제의' 둘러싼 미국 내 갈등 풀이에도 유용한 발언  

최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같은 공화당 소속인 밥 코커 미국 상원 외교위원장과 설전을 벌인 바 있다. 일단 이 갈등은 봉합되는 듯 보이지만, 대북 갈등 국면에서 협상론자들의 입지 등 여러 문제를 담고 있어 시사점이 여전히 크다. 

애초 트럼프-코커 간 갈등은 '대화채널 가동'에 대한 코커 위원장의 호의적 평가에서 출발한다. 

대북 대화채널 가동 사실을 공개한 틸러슨 미국 국무장관에 대해 1일 트럼프 대통령은 '시간 낭비'라고 면박성 평가를 내놨다. 이어 코커 위원장은 틸러슨 장관과 제임스 매티스 국방장관, 존 켈리 백악관 비서실장 등 3인을 묶어 '이들 3명이 우리나라를 혼란 상태로부터 지켜주는 사람들'이라고 칭찬했다.

코커 위원장의 이런 행보에 트럼프 대통령이 거친 인신공격성 SNS글을 올리면서 양자 갈등이 수면 위로 부상했던 것.

요컨대, 코커 위원장과의 갈등이 수면 아래로 가라앉기는 했지만, 틸러슨 장관 등과 한묶음으로 거론된 매티스 장관이 새삼 '군사적 옵션에 대비한 미군의 준비 필요' '한국전쟁 당시의 협상 과정을 분석한 책을 거론한 점' 등은 의미심장하다. 단순히 자신의 색깔을 강조하기 위한 선명성 이상의 의미를 갖는다고 볼 수 있다.

협상론 자체가 좋고 나쁘고의 문제라든지 자신이 어느 쪽에 가까운지를 부각하는 외에도, 현재의 대북 협상 국면에서 미국이 놓치는 바가 무엇인지 고위 당국자가 해석하고 나섰다는 점에 주목할 필요도 있는 것이다. 

미국 정계의 갈등을 처리하기 위한 '국내용 발언'이기도 하지만, 세계질서 운영에 대한 대외적 협상론의 한 단면을 드러낸 것이기도 하다. 일종의 가이드라인 의미인 것 만큼은 기정사실이라는 것인데 문제는 이 사고의 흐름과 색채가 북한의 현란한 레토릭에 끌려가지 않도록 해야 한다는 강경론으로 한층 이동·수렴하는 게 아니냐는 대목이다.

10일 노동당 창건일을 맞은 북한이 추가 도발에 나설 가능성이 높은 시기에, 이를 미리 누르고 나온 발언이라는 점도 이런 맥락에서 관심을 모은다. 핵보유를 기정사실화하고 핵동결에 대한 대가를 얻어내려는 북한의 협상 구도에 미국이 번번이 제동을 걸겠다는 함의를 담은 것으로 볼 수 있다는 진단이 따른다. 이래저래 전체적으로 마찰음이 얼만큼 날지에 이목이 집중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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