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라임경제] 돈을 쓸 곳은 많고, 나올 곳은 적다. 여기에 보수정당을 자임하는 야당과 '물꼬 싸움'으로 안정적 자금줄 확보도 장담하기 어렵다.
문재인정부가 최저임금 인상과 복지 확충, 공공 부문 비정규직의 정규직 전환 등에 매진하던 와중에 드디어 '수자원 개발'에 나섰다. 자금 확보의 '패러다임 바꾸기'인 셈이다.
문재인 대통령은 26일 국무회의에서 "혁신성장에 대해 경제 부처에서 빠른 시일 내에 개념을 정립하고 속도감 있게 집행 전략을 마련하라"고 당부했다. 아울러 중소벤처기업부 장관 공석인 상황에 대해서도 아쉬움을 표명했다.
'소득주도 성장'에 치중하는 듯 보였던 문재인 정부가 '혁신성장' 속도전을 강조하고 나선 셈이다. 미세하지만 큰 변화다. 문 대통령 스스로 언급하듯 "혁신성장의 개념이나 구체적인 정책방안을 덜 제시한 측면이 있다"는 점은 이번 정부의 고민거리다. 다만 중소벤처기업부와 4차산업혁명위원회의 활동에 명운을 걸겠다는 기본 윤곽은 확고한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갈 길이 멀다. 혁신성장은 벤처 창업이나 4차 산업혁명을 통한 신산업 육성 등을 주무기 삼을 것으로 보인다. 그런데 '경제 파이'를 키우는 점에서는 전통적인 경제성장 전략과 유사하다. 자칫 자잘한 일자리만 잔뜩 만들어내 효율성이나 효과가 떨어진다는 비판에 직면할 수 있다. 이 차별화 확보가 문재인 정부의 고민일 수밖에 없다.
◆저성장 늪에 '대북 지출 리스크'까지 겹쳐
한국 경제는 현재 저성장의 늪에서 헤어나지 못하고 있다. 3년 연속 2%대 상황에 머물고 있다. 저성장이 아예 뉴노멀이 될 가능성도 점쳐져 고심이 더 크다. 한국은행은 2016~2020년 잠재성장률을 2.8~2.9%로 전망한 바 있다.
이런 상황에 체감 실업률은 여전히 나쁜 수치다. 통계청에 따르면, 8월 비경제활동인구는 1605만2000명으로 전년 동월 대비 11만1000명(0.7%) 늘었다. 이 중 취업준비생은 전년 동월 대비 5만9000명(9.3%) 증가한 69만5000명. 구직단념자는 작년보다 6만2000명(14.7%) 늘어난 48만4000명이다.
특히 주목할 요소가 있다. 큰 질병이나 장애는 없지만 구직활동을 하지 않고 쉰 사람을 뜻하는 인구 규모가 청년층에서 가장 크게 늘었다. 청년층에서 일명 '쉬었음인구'는 29만6000명으로 전년 같은 달에 비해 5만1000명(20.8%) 증가했다. 저성장이고, 갈 만한 곳(가고 싶은 일자리)은 없다. MB 정부부터 회자돼 온 미스매칭이 여전한 셈이다.
대기업을 통해 일자리를 늘리기도 힘들다. 새 정부 자체가 적폐 청산을 내걸고 당선된 돼 대기업에 '협조'를 반강제적으로 구할 명분이 없다. 범정부부처 부패청산의 기치를 내걸어 도급과 프랜차이즈 등 각종 경제영역 비리도 대대적으로 털겠다고 선언해 놓은 터라 정부-민간 간의 관계 냉각도 점쳐진다.
더욱이 이는 대증요법일 뿐 치료요법은 못 된다. 한국은행이 국회에 제출한 '2017년 7월 통화신용정책보고서'를 보면 최근 기록인 지난 2014년 수출의 취업유발계수는 7.7명을 기록, 지난 2000년 15.0에 비해 절반가량으로 줄었다.
취업유발계수는 최종수요 10억원당 직·간접적으로 창출되는 일자리 수(취업유발계수는 한국은행 산업연관표를 통해 집계되며 산업연관표를 작성하는 데 3년 반의 시간이 걸리기 때문에 2014년이 최근 자료)다.

문재인 대통령이 수석보좌관 회의에서 모두발언을 하고 있다. ⓒ 청와대
4차 산업과 중소벤처기업부의 역할론에 시선을 둘 수밖에 없는 이유다.
소득주도 성장은 절대적인 부분을 케인즈 학파의 정책에 기반을 둔다. 소비가 미덕이다. 여기 더해 한층 거칠게 말하면 대기업이나 공무원 같은 안정적인 직장에서 돈을 벌어 좋은 지출 패턴으로 생산을 견인하면 가장 좋다.
그러나 이는 쉽지 않다. 사회정의나 경제구조의 개혁 문제가 아니다. 공무원 관련 지출을 늘리는 것은 예산 관계상 쉽지 않고, 위의 설명 같이 대기업 일자리는 점차 선순환의 핵심역할을 하기 버거운 상태로 치닫는다는 우려 대상이 되기 때문이라는 현실 때문이다.
◆문재인정부 정책에 한국당 '도전장', 하반기 국회 백병전 우려
숨은 코드가 하나 더 있다. 현재 상황으로는 북한에 쓸 자금도 배제할 수 없기에 중장기적으로 염두에 둬야 한다. 특히 현재 정책 기조로는 문재인 정부는 이를 부득이하게 떠안거나 줄이려 노력하기 보다 적극적으로 감수하려 들 공산이 크다.
김정은을 칭하는 지금의 '리틀로켓맨' 갈등은 1991년 12월부터 1994년 10월까지 있었던 한반도 핵위기와 한국의 한반도에너지협력기구(KEDO) 부담 이슈와 상당 부분 유사하다.
이때도 지금처럼 '통미봉남' 구도에서 양자 간 치열한 대결이 이뤄진 끝에 한국은 돈만 내는 부담을 졌다. 1994년 10월 '제네바 합의'는 KEDO를 통해 북에 경수로 2기를 지어주고, 경수로가 완성되기 전까지는 매년 석유 50만톤을 공급한다는 내용으로 이뤄졌다.
이 비용은 70% 이상 한국이 부담키로 했었다. '미국까지 날려보낼 수 있는 수소폭탄'이라는 카드를 쥔 북한은 이번에 더 많은 선물을 기대할 수 있다.
그런데 문재인정부의 갈 길에 발목을 잡는 정도가 아니라 아예 정면 도전장을 내는 적수가 있다. 바로 제1야당인 자유한국당이다.
기획재정위원회의 길목을 틀어막은 자유한국당 소속 조경태 위원장이 법인세 인상 추진안 등을 좌초시키려 벼르고 있다. 이미 궐련형 전자담배 개별소비세 건에서 편파진행 우려를 여러 번 무시하면서까지 몇 달을 끌어온 그가 이번에도 철벽수비수로 나설 가능성이 크다.
이 정도는 애교에 가깝다. 어차피 법인세 인상 예상분은 향후 복지 지출로 나갈 재원 중 상당분이지만 전체 흐름은 아니다. 그러나 특히 자유한국당에는 정부 관료로 잔뼈가 굵은 이들이 포진해 이들이 구상하는 포괄적 전략은 전체 틀을 망치려는 고도의 두뇌 플레이로 흐를 가능성이 높다. 이런 적수들과 대결하는 과정에 출혈이 클 전망이다.
대표적인 이가 김광림 의원이다. 자유한국당 정책위의장인 그는 정부 자금과 정책 연관성에 정통하다. 그는 20일 한 매체와의 인터뷰에서 문재인 정부의 과도한 복지예산을 줄여 전술핵 재배치와 사회간접자본(SOC) 분야에 투입하겠다는 구상을 드러냈다.
북한의 핵잠수함에 맞서기 위한 핵추진잠수함 등 전략자산 도입에도 당 차원의 노력을 기울이겠다는 데까지 이르면 이는 그가 대정부 전면 봉쇄전을 기획하고 있다는 추측을 가능케 한다.
"6·19, 8·2부동산대책에 더해 강경한 대책이 또 나올 텐데 SOC 예산까지 줄이면 내년에는 2% 성장도 어렵다"는 자유한국당 고위 관계자의 외침에 맞설 잠재적 우군을 '쉬고 있는 청년층' 유권자로만 충당할 수는 없다.
이들을 벌고 쓰는 인구로 변신시킬 혁신성장이 가능해야 복지 등 여러 지출 압박에도 버틸 수 있다. 지출을 줄이지 않으면서 경제 패러다임도 동시에 바꾸려는 것은 흡사 가속상태를 유지하면서 코너링을 하는 드리프트 운전과 같다. 이런 문재인정부의 시도를 혁신성장 아이디어는 버텨줄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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