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文 UN 나들이, 시진핑 향한 '와리가리 전술' 전제조건은?

인도적 지원 집착…3국 정상회담 일정 부분 성공해야 그 다음 도모 가능

임혜현 기자 | tea@newsprime.co.kr | 2017.09.18 17:39:40

[프라임경제] 문재인 대통령이 미국 뉴욕에서 열리는 유엔(UN)총회 참석을 위해 18일 출국, 22일 귀국하게 된다.

여기서 북한을 향한 직접적 연설 메시지, 아울러 국제 사회를 대상으로 한 북한 핵 도발 관련 다자외교 본격화가 우선 관심을 모은다.

다만 이런 화려한 외교 무대의 수면 위 결과 못지 않게 중요한 사항이 있다. 문 대통령은 일정중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아베 신조 일본 총리와 한·미·일 정상회담을 진행할 것으로 알려졌다.

이 회의의 성사와 진행 시 주요 내용은 이전보다 중요도가 더 높아졌다는 풀이다. 3국은 현재 북한에 대한 최고도의 압박을 필요로 하는 공동체라고 할 수 있다. 그러나 근래 문재인 정부는 북한에 대한 800만달러 상당의 대북 인도적 지원 문제를 흘렸다.

물론 이와 관련, 북한이 다음날 바로 미사일 발사를 추가 단행해 문재인 정부의 체면이 일부 손상된 것은 사실이다.

미국은 물론 일본은 인도적 지원의 시기를 조절해야 하는 게 아니냐는 뜻을 갖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실제로 아베 일본 총리는 지난 15일 문 대통령과 전화통화에서 "(인도적 지원의) 시기를 고려해달라"는 뜻을 전했다.

그러나 문 대통령은 "인도적 지원은 정치적 상황과 무관하게 다뤄야 할 사안"이라고 밝혔다. 청와대 역시 '대북 인도적 지원 원칙'에는 변함이 없다는 입장을 유지 중이다.

이 같은 뜻을 이번 한·미·일 정상회담에서 얼마나 더 열심히 피력, 완전한 찬성은 아니더라도 이해를 구해냐느냐가 관건이다. 이는 우선 대법원장 임명 동의안 처리 여부 등 국내 정국 안정 때문에 의미를 갖는다. 하지만 더 큰 의의는 바로 '중국' 때문이다.

우선 김명수 대법원장 임명 동의안 처리는 여당 측 사과로 가장 큰 긴장과 갈등 고비를 넘은 것으로 보인다. 18일 오전 추미애 민주당 대표가 일명 '뎅깡(てんかん)' 발언에 대해 사과했다. 이로써 여·야간 갈등이 이번 한 주 간 소강상태에 접어들었다 결국 적정한 선에서 봉합될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다.

당장 청와대가 귀국 선물로 북한 관련 성과물을 내놓지 않으면 국내 정세에 혼선 파장이 심해질 것으로 추측하는 것은 무리라는 것.

문재인 정부가 우선 800만 달러 상당 지원 문제에서 주요 우방의 이해 혹은 내놓고 불만은 제기하지 않는 선에서의 방조 정도 성과를 거둘 때 얻을 수 있는 성과에는 무엇이 있을까?

우선 DJ식 햇볕정책의 기틀을 계승한다는 명분을 얻을 수 있다. 이는 부수적인 성과다. 그보다 큰 이익으로는, 석유 관련 제품의 '제한적' 금수 조치(UN 제재)에 동의한 중국과 러시아 등에 대해 우호적 제스처를 보낼 수 있다.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문 대통령과의 정상회담(동방포럼 참석 당시 회담 진행)에서 "북한을 지나치게 골목으로 몰지 말아야 한다"고 발언한 것에서 이번 800만달러 맥락을 볼 수 있는 것.

중국에 대해서도 긍정적 효과를 볼 수 있다. 중국은 현재 시진핑 국가주석이 이번 UN 총회에 참석하지 않기로 하는 등 국내 정치에 큰 도움이 안 되는 이슈, 즉 권력 강화에 별반 이익이 안 될 문제에는 관심이 없다.

은퇴를 마다하고 상당 기간 더 최고위직을 유지하고 싶어하며, 그에 대한 정치적 행보에 관심을 집중하는 게 시진핑 정부의 현재 상황이다.

아이러니컬 하게도 이런 그의 행보에 가장 마이너스 효과를 내는 것이 이른바 혈맹으로 오래 공을 들여온 북한이다. 그래서 중국으로서는 대북 제재의 전면 찬성을 하기는 어렵지만, 반면 일부 제재안에 동참하지 않을 명분이 없다.

덩위원 중국 차하얼학회 고급연구원은 16일 싱가포르 매체인 '연합조보'에 기고한 글에서 중국의 대북 석유 일부 제재안 찬성 표시에 대해 "시 주석의 권위는 치솟고 있는데 (북한의 핵실험 도발로) 국제사회에서는 고개를 들 수 없는 상황이 됐다"고 배경을 분석했다. 

UN 일정차 18일 미국행 비행기에 오르는 문재인 대통령의 모습. ⓒ 뉴스1

중국의 인내심에는 바닥이 드러났지만 북한을 완전히 고사시킬 수는 없기에 석유 완전 금수 대신 석유 관련 부분적 제재라는 카드를 '절충적 방법'을 택한 것이라는 풀이다.

여기에도 문제는 남는다. 중국이 대북한 주도권을 점차 상실해가고 있다는 국제 사회의 눈길을 피하기는 어려워졌다는 것이다. 덩 연구원 역시 미국이 중국을 배제한 채 한·일과 손잡고 북핵 문제 해결(북한에 대한 외과수술식 군사행동)에 나서는 경우 중국이 바라보기만 해야 할 수도 있다고 우려를 제기했다.

이런 상황에서 문재인 정부의 대북 유화책은 이런 중국(러시아도 포함)의 불편한 우려를 희석하는 방편으로 작용할 수 있다. 미국 주도 글로벌 질서에서 북한은 제압의 대상일 따름이다. 하지만 이 같은 구도에서 우리가 일방적으로 미국에 줄서는 것으로 보일 때, 중국 혹은 러시아와의 장기적 관계에는 큰 도움이 되지 않는다. 최종적 통일이 긴 시간 후의 과제라고 가정할 때 더 그렇다.

무엇보다 문재인 정부 스스로가 한반도 정책의 정체성을 트럼프 미국 대통령 같은 대북 정책에 무조건 추종하는 틀에 가두려 들지 않을 가능성도 높다.

국무위원 등 주요 인사들이 문재인 대통령의 미국행 비행기를 환송하고 있다. 이번에 문 대통령은 800만달러 인도적 지원의 필요성을 제시, 향후 글로벌 정책 흐름에서 든든한 밑천으로 삼을지 시험대에 설 것으로 보인다. ⓒ 뉴스1

그런 점에서 대북 압박과 인도적 지원을 뜬금없이 투트랙으로 던지고 나선 점은 의미심장하다. 문재인 정부의 행동을 '위험한 줄타기' 내지 '중심을 잃고 혼미에 빠진 행동' 어느 쪽으로도 볼 수 있다. 

다만 전자라면 미국과 일본의 도움과 협력을 얻는 데 치중하지만 이리저리 다른 길을 모색해 북한의 굴복과 대화 전환을 얻어내려는 전술을 대단히 복잡하게 쓰는 것으로 볼 수 있다. 

적절한 비유인지는 모르겠으나, 전자게임상의 기술을 빌려, '와리가리(わる) 전술'로 이를 일컫는 것으로 보인다. 2016년 1월 전병헌 당시 민주당 최고위원(현 청와대 정무수석)이 당 최고위원회의에서 위안부 문제 관련 한·일 협상을 게임 용어에 비유, 일본의 와리가리에 당했다고 비판한 바 있다.

다만 와리가리(적의 반격을 피해 일방적 공격으로 쓰러뜨리는 기술을 말함)를 구사하는 데에는 조건이 있다. 적은 물론 주변 상황, 게임의 흐름 등을 모두 고려해야 성공이 가능한 고급 기술이지, 자칫 잘못 되면 그저 혼란에 빠진 모습으로 비칠수 있고 또 그 후폭풍의 처참함도 클 것이라는 부분이다. 그런 점에서 800만달러 건을 일본과 미국 등 정상에게 어떻게 설명할지, 또 그 청사진을 어떻게 제시할지는 큰 무게를 갖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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