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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핵+김명수 고심…文의 해법은 우원식 읍참마속?

UN행 앞서 직접 나서 메시지…사정정국 가능성 등 따라 정당간 셈법 조정 가능성

임혜현 기자 | tea@newsprime.co.kr | 2017.09.18 09:07:09

[프라임경제] 문재인 대통령이 김명수 대법원장 후보자 인준 문제에 직접 나서면서 향후 정국 흐름에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문재인 대통령은 17일 윤영찬 국민소통수석이 대독하는 형식이기는 하나 입장문을 본의 명의로 내놨다. 임종석 청와대 비서실장이 15일 박성진 중소벤처기업부 장관 후보자 사퇴와 관련, 사과의 뜻을 밝힌 데 이어 다시금 김 후보자 문제에 청와대가 입장을 내놓은 것이다.

문 대통령은 "현재 한반도를 둘러싼 안보 상황이 매우 엄중하다"고 전제하고 "그렇지만 국제 외교 무대에서 한국의 이익을 지키고 한반도, 나아가 동북아의 평화와 번영을 위해 그 어느 때보다 노력하겠다"고 발언했다.

아울러 "사법부 새 수장 선임은 각 정당간의 이해관계로 미룰 수 있는 문제가 아니다"라고 전제하고 "사법부 수장을 상대로 하는 인준 절차에 예우와 품위가 지켜지는 것도 중요하다"고 제언했다.

◆UN 총회 참석 관련 국내정치 다잡기 직접 나서 

문 대통령의 이 같은 발언은 18일 출국에 앞서 국내정치 문제의 해결을 촉구한 것으로 의미가 있다. 문 대통령은 국제연합(UN) 총회 참석차 출국, 이 기간 중에 한·미·일 정상회담을 진행할 것으로 알려져 있다.

우원식 민주당 원내대표 수사 문제와 김명수 대법원장 후보 인준 문제, 북핵 우려 등 문재인 정부가 위기에 처해 돌파 방법이 주목된다. 사진은 2014년 한 행사장에서 머리를 맞대고 있는 문재인 대통령(왼쪽)과 우원식 원내대표(오른쪽). ⓒ 뉴스1

현재 문 대통령이 처한 상황은 좋지 않다. 우선 800만달러 상당 인도적 지원 제안이 국내·외적으로 곤경에 처했다. 

당초 정부는 UN 총회에 즈음해 이를 발표, 북한과의 긴장을 느슨하게 하고 문 대통령의 UN 총회 연설을 모종의 핵 위기 완화의 모멘텀으로 삼으려는 구상을 했던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북한이 이 인도적 지원 타진에 보란듯 미사일 발사로 응대했고, 미국이나 일본 등도 '시기 조절론'으로 문 대통령 정책에 간접적 불만을 제기한 상황이다.

이런 터에 '김이수 부결-박성진 사퇴-김명수 혼선'으로 인사 위기가 이어지는 상황은 문 대통령에게는 내우외환에 가까운 상황이다.

미국 등 우방과의 협력을 통한 공조 강화도 쉽지 않다.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 측은 이미 무기 구매 관련 발언의 외신 보도로 논란을 빚은 바 있다. 양측의 대화 뉘앙스 해석 차이로 볼 수도 있지만, 양국간 공조 관계 구축에 상당한 반대급부를 바란다는 의혹을 사고 있다.

물론 문 대통령 입장에서 이번 정국 돌파에 전혀 길이 없는 것은 아니다.

문제는 정치권 사정 가능성이다. 우원식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의 측근이 2012년 총선 과정에서 후보 단일화의 대가로 상대 후보 측에 금품을 전달했다는 의혹이 제기됐다. 우 원내대표 진영은 단 한 점의 부끄러움도 없다는 입장이나 상당 기간 진통은 불가피해 보인다.  

문제는 우 원내대표의 입지와 청와대-검찰의 관계다. 우 원내대표는 민평련계(고 김근태 의원계)로 분류돼 온 인물로, 애초 친노 범주로 분류하기에는 거리가 있다. 비노 혹은 범주류 정도로 볼 수 있다. 현재 원내대표직 수행에 관해서는 청와대 내 인사들과 두루 교분이 있어 무리가 없다는 기대감이 높았지만, 청와대가 인사 실책 논란을 일으키면서 이에 의문이 제기됐다. 여야간 분쟁은 물론 당-청 관계에도 불협화음 우려가 제기된 것. 청와대가 문제를 빚더라도 이를 지원하는 '화음' 문제에서 기대치만큼 못해줬다는 평이 부담스럽다.

우원식 의혹, 사정 물꼬 작용할까…우선 국민의당 미세한 변화 조짐 

청와대와 검찰의 역학관계 역시 이전 정부와 다르다는 점이 문제다. 권위주의 정부 시절에는 청와대 의중을 반영, 정권 초기 입맛에 맞는 사정을 진행하는 경향이 강했다. 고 노무현 대통령 시절에 측근 안희정씨 구속(그는 이후 충남지사로 화려하게 재기한다) 등 초반에 정치적 문제점에 대한 사법판단의 빚을 치른 경우가 있다.

하지만 이것이 읍참마속 성격의 '사정 신호탄'으로 작용했다고 보기는 어렵다. 참여정부는 검찰을 통제하거나 이용하지 않겠다는 선의가 있었으나, 검찰은 정권에 우호적이지 않았고 정권 말기에 나올 희생자가 일찍 나온 것 뿐이라는 풀이가 나온다.  

그러나 현재 청-검찰 사정은 다르다. 검찰을 통제하고 도구화 하겠다는 의사는 없지만, 문재인 정부는 적폐 청산 잣대를 검찰에도 들이대고 있다. 이미 주요 보직과 특수라인의 핵심을 교체했고, 향후 경찰 수사권 독립 문제의 검토 등 서로 거리를 두고 있다.

이런 상황에 비노인 여당 원내대표를 조준한 검찰 수사는 타정당들에게 상당한 메시지가 될 수 있다. 청와대가 하나를 일부러 내주고 다른 정당들에 대한 대대적 사정의 명분을 삼는 식의 인위적 수사 주문을 할 구도는 아니지만, 전체적인 효과에서는 유사한 파장을 낼 수 있다.

아닌 게 아니라 각 정당 거물들의 비리 의혹은 다양하다. 자유한국당은 염동열 의원에 이어 권성동 의원 역시 공기업 채용 특혜 의혹을 받으며 검찰 수사 도마에 올랐다. 바른정당은 금품 문제로 인한 이혜훈 전 대표의 낙마를 겪었다. 검찰 사정 정국과는 결이 좀 다르지만, 김세연 정책위의장의 동일고무벨트 과징금 논란도 있다.

국민의당은 지금 사정 정국에서는 다소 비껴 있으나, 문세준씨 의혹 역풍을 이미 치른 바 있다.

이런 상황에서 각 정당들의 입장 변화 가능성이 없지 않고 문 대통령의 17일 메시지는 이 같은 틈을 잘 지적한 것이라는 풀이도 가능하다. 문재인 정부 스스로도 북한의 분탕으로 어려운 지경에 서 있지만, 더 이상 나빠질 게 없는 상황에서 역제안을 해 보기에 충분한 상황이라는 것.

실제로 이번 17일 메시지에 대한 국민의당 반응이 의미심장하다. 대체로 여러 정당들은 반응이 좋지 않았다. 다만 김철근 국민의당 대변인은 "청와대는 더불어민주당 추미애 대표의 막말 사과 버티기로 인해 (김 후보자 인준 절차가) 한 걸음도 못 나가고 있음을 모른 척하지 말라"면서 "청와대의 방조 역시 민주당의 독선과 오만에 동조하는 것"이라고 꼬집었다.

청와대를 이번 갈등의 '방조자'로 정의해, 일단 직접적으로 충돌할 필요성을 톤다운했다. 모종의 '변화 조짐'으로 보인다.  

참여정부 말기, 한때 고 노 전 대통령은 해외 일정에 나서면서 당원들에게 '편지'를 띄우는 식으로 국내 정치를 흔드는 방법을 구사한 적이 있다. 자리를 비울 때는 여야간 갈등, 청와대-여당 관계 등 국내 정쟁에도 휴식기간을 주는 관행을 무시한 정국 제스처로 상당한 파장이 있었다.

문 대통령이 UN 무대를 향하는 무거운 발걸음을 강조한 대정치권 메시지는 그와 유사한 측면이 있어 귀추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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