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라임경제] 일단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개정 협상의 막은 서울에서 올랐지만, 전선은 한국과 미국 사이에만 전개되는 게 아니다. 우리 측은 미국이 현재 캐나다와 멕시코 등 미주 국가들과 맺은 북미자유무역협정(NAFTA) 재협상 추진 상황을 같이 지켜볼 부담감을 안고 있다.
일각에서는 자동차가 주요 협상 목표물이 아니라 표면적 안건이고 오히려 주요 카드는 지적재산권 영역이라 분석한다. 대미 지적재산권 무역적자폭이 축소되는 상황을 자국에 유리하게 반전하려는 방식으로 전략 구사를 할 것이라는 얘기다.
미국이 제조업보다는 첨단 산업, 지적재산 영역 수익으로 먹고사는 국가로 이미 오래 전 산업 무게중심이 바뀐 점에서 보면 특히 그렇다.
그러나 이 같은 상황은 미국 제조업 분야에서 철강과 자동차 등이 갖는 상징성을 반영하지 못한 것이기 때문에 100% 완벽한 답안이라고 볼 수 없다.
특히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러스트 벨트(옛 산업 중심지로 쇠락 몸살을 앓는 지역)의 가난한 백인들에게서 강한 지지를 얻어 당선됐다는 점 등을 감안할 때 자동차나 철강은 언제든 실제 진검승부가 벌어질 영역이 될 수 있다.
◆김현종, 일단 전문가 공동조사로 반격
이처럼 어느 문제가 가벼운 테스트 문제이고 함정을 파놓은 고난이도 문제인지를 알 수 없는 상황에서, 우리 통상팀의 고심이 크다.
김현종 산업통상자원부 통상교섭본부장은 22일 오후 "양측은 한미FTA 개정 필요성 등에 대해 상호 이견이 존재함을 확인했다"고 밝혀 협상 줄다리기가 길어질 가능성을 시사했다.
특히 미국 측은 이번 협상에서 자동차와, 철강, IT분야의 교역불균형 문제를 적극 제시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우리 측은 양국 전문가들이 함께 한·미 FTA의 경제적 효과와 미국의 무역수지 적자 원인에 대해 조사·분석·평가하자고 미국 측에 반격했다.
어느 협상 항목 하나도 주의를 게을리할 수 없기에 꺼내든 카드가 바로 '공동조사'다. 어차피 국력 대비 협상력 열위에 있는 것을 바꿀 수는 없지만, 적어도 양쪽이 공평하게 힘을 빼고 서로 합의할 수 있는 기본 전제를 들고 협상에 임하자는 전략이다.
◆자체 경쟁력 갖춘 한국 자동차, NAFTA가 관건
물론 자동차를 교역불균형의 대표 사례로 언급하는 것은 미국의 억지다. 미국과 FTA 합의를 할 때, 한국은 미국 자동차에 대한 수입 관세(발효 전 8%)를 2012년 발효 즉시 절반(4%)까지 낮췄지만, 미국은 한국 자동차 관세(2.5%)를 2015년까지 협정 발효 후 4년간이나 유지했다.
따라서 지금 한국 자동차가 미국에서 얻는 이익은 'FTA 효과'가 아니라 자체 경쟁력인 셈이다.
그러나 한·미 FTA 특별공동위원회 개최가 열리기 직전인 16일부터 20일(미국 현지시각)에 NAFTA를 재협상하기 위한 1차 회의가 열렸다는 점이 문제다. 여기서 미국 측은 무역의 불균형을 시정한, 22개 항목에 대해서 전문적 협의를 요구했다.
무엇보다 여기서 우리가 주목할 것은 자동차를 중심으로 역내 부품조달 비율을 정한 '원산지 규정'을 강화하고 '무역구제조치' 등의 항목을 새로 넣겠다는 미국의 구상이다.
인건비가 싼 멕시코에는 우리나라 기아자동차(승용차 11만대 생산)는 물론 17개 자동차부품사들, 포스코 등도 진출해 있다.
NAFTA 등 다른 문제가 미칠 복합적 효과가 우려되는 상황에서, 공동조사는 시간 지연전술 이상의 의미가 있다. 전문가 조사라는 점을 한껏 활용, 한국 자동차나 철강 등이 한 ·미 FTA 개정으로 얻을 직접적 손실, NAFTA 재협상으로 얻을 부수적 손실을 분석해내는 것도 값진 자료다.
이를 공동 명의로 하나의 자료로 묶어 길어질 협상 내내 미국에 대항하겠다는 '김현종호'의 재협상 항해전략이 시작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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