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프린트
  • 메일
  • 스크랩
  • 글자크기
  • 크게
  • 작게

다른 지점 점주에 '밀린 세 대납' 요구? SKT계열사 갑질 '숨은 쟁점'

1심 법원 T월드카페 종각점 모호한 건너뛰기…사용자책임 비롯 논란 확산 따라선 단기임대차 재검토↑

임혜현 기자 | tea@newsprime.co.kr | 2017.07.18 18:00:53

[프라임경제] 카페 'A점'의 점주에게 자신과 상관없는, 그야말로 다른 동네에 있는 'B점'이 밀린 세를 대신 내달라는 요구가 들어온다면, 이것은 온당한 청구일까?

A점과 B점이 입점한 각각 건물의 건물주가 같을 경우라도 A점 점주로서는 당연히 이 요구를 받아들이지 말아야 한다는 게 상식이다.

그러나 A점 점주가 이 건물주와 모종의 계약 협상 중이고, 이것이 잘 풀리지 않아 전전긍긍한다면 혹시 '울며 겨자먹기'로 이 요구를 들어줄 수도 있지 않을까?

이런 부당한 요소를 결부시키는 행위를 갑질이라 한다. 지탄을 받는 이상의 법적 문제가 될 수도 있다. 피에스앤마케팅과 T월드카페 종각점 점주 P씨, 그리고 T월드카페 일산 웨스턴돔점의 얘기다.

점주 P씨, 1심 패소…단기임대차 논란에 묻힌 '대납 2000만원'

SK텔레콤에서는 정체에 빠진 이통시장에 활력을 불어넣기 위해 카페와 단말기 유통점의 컨버전스 형식인 'T월드카페'를 고안해냈다. SKT 자회사인 피에스앤마케팅과 커피 가맹본부 사업자들과 손잡고, 목 좋은 곳들에 카페 점포와 단말기 유통점을 결합시켜 오픈하는 것.

따라서 T월드카페라도 전국 어디에 소재하는가에 따라 어느 커피 매장인지 다를 수 있다. 종각점과 일산웨스턴돔점의 경우, 홈스테드의 몫으로 개점했다.

현재 1심 법원에서 재판부가 인정한 양쪽의 종각점 계약 내용은 다음과 같다.

ⓒ 프라임경제


처음에는 '팜스테드 회사'에게 전전대를 했으며, 이후 '개인' P씨(다만 이개인은 피에스앤마케팅 대표이사이기도 함)에게 가게 영업을 하도록 전전대를 한 것이다.

그런데 1심에서는 단기임대차로 볼 수 있는지 여부에 치중해 사안을 다뤘을 뿐, 반소 내용으로 P씨가 주장한 부당이익의 존재 여부, 그 법적 의미나 효과 등에 대해서는 제대로 설명하고 있지 않다.

P씨는 계약을 왜 1개월짜리로 해주는지 줄다리기를 하는 와중인 2015년경에 피에스앤마케팅의 요구에 따라, 팜스테드 일산 웨스턴돔점이 피에스앤마케팅이 밀린 2000만원을 대신 내달라는 요구를 받았다고 주장한다.

큰 줄기는 이미 명도 결론…사실일 경우 명백히 부당

P씨는 팜스테드의 대표이사이기도 하지만, 종각점 사안에 있어서는 원래 회사가 하던 일을 자기 개인 자격으로 영업하고 싶은 지위에 있다. 따라서 이 점포 영업 분쟁에 있어서는 회사의 권리나 의무와 무관하다고 봐야 한다. 

다만 P씨로서는 처음에 회사가 전전대를 받을 때엔 3개월짜리, 이후 자신이 '개인' 자격으로 문을 열고자 할 때에는 1개월짜리 계약을 맺게 요청을 받은 상황에서 대단한 압박을 느꼈음직하다.

그런 터에 2000만원 내용(제안)을 듣는다면 P씨는 당연히 이를 들어줄 경우 종각점 계약 기간 문제를 잘 풀어줄 것이라 암시한(연계처리를 요구한) 것으로 받아들일 수 있다.

그러므로 일산 웨스턴돔점의 밀린 세를 냈다면 이것이 회사의 대표로서 한 게 아니다. 종각점 점포 점주 개인이 부당한 압력 때문에 어쩔 수 없이 한 것이다.

ⓒ 프라임경제

또 만약 이런 자금 교부가 아예 없었거나 혹은 피에스앤마케팅 쪽이 받은 일은 있으나 문제 소지가 있어 돌려줬다면, 이런 점도 명확히 밝혀 부당이득 주장(P씨의 반소 골자)는 '존재액이 0원이므로' 전혀 이유가 없다고 판시했어야 옳다. 하지만 돈이 오갔다는 점 자체에 대해서는 부정을 하지 않고 모호하게 넘어간 뒤, '그렇다고 해도 과연 이 돈이 계약 기간을 연장하는 약속과 관련이 있는지 인정하기 어렵다'며 매듭지었다. 

회사 대표가 개인 자금으로 통크게 회사의 문젯거리를 처리했는데, 그걸 대표의 개인적인 계약 문제와 연결짓지는 말라는 뜻으로 읽힌다. 얼핏 맞는 말처럼 보이지만, 회사 대표이사 자격과 개인 법인격을 철저히 혼동하는 이상한 결론이다. 

결국 1심 판결에서는 큰 줄기를 단기임대차로 보고, 명도 결론을 낸 뒤, 다른 가지들을 너무 간과했는데 이런 점은 대단히 부당하다. 돈을 준 자체는 부인하지 못하는데, 효과는 없다고 하고, 그렇다고 부당이익이라는 판결도 못한다는 것이 과연 상식적인가? 

이 사건에서 피에스앤마케팅의 주장대로 '전형적인 단기임대차(상가건물 임대차보호법상 보호의 대상이 아닌)'로 봐서는 안 된다는 점은 다른 기사('[진단] T월드카페 점주 울리는 SKT 깔세')에서 설명한 바와 같다. 특히 이런 관점에서는, 저런 돈이 실제로 오간 것인지 또 그 속성은 무엇인지 논의가 필요하다.

P씨, 대표인 듯 대표 아닌 대표 같은 바지사장?

법인격 구분 문제 외에도, 문제가 또 있다. P씨가 홈스테드 대표이사로 취임한 시기의 문제다.

P씨가 홈스테드 대표이사라는 정황이 무조건 불리한 원죄일까? P씨가 홈스테드 대표이사로 취임한 것은 맞다. 다만, 등기 기록에 의하면 그 시점은 '2014년 7월7일'이다. 팜스테드 일산 웨스턴돔점, 종각점 등을 비롯한 전국 각지의 T월드카페가 열린 시점은 2012년 가을임이 각종 기사 등에서 확인된다.

일산 웨스턴돔점은 사업자등록이 2016년 여름에야 폐쇄되는 바, 문제는 모두 이 점포의 운영주체가 해당 기간을 따져 부담을 져야 옳다.

일산 웨스턴돔점 관련 사업자등록 폐쇄 사안. 회사인 팜스테드가 져야 할 문제를 다른 점의 개인 점주에게 요구한 것으로 보여, 이 점을 규명해야 한다. ⓒ 국세청

창업주도 아니고, 모든 걸 중간에 교체된 대표이사라는 이가 책임질 수도 없다. 특히 P씨는 자신이 대표이사가 된 이유를 종각점을 인수해 운영하고 싶어서 명목상 떠안은 것이라고까지 주장한다. '바지사장'에게는 더더욱 가혹한 다른 점포의 밀린 세 요구였던 셈이다.

P씨는 개인으로서나 회사 대표로서나 이런 2000만원 요구를 받을 필요가 도저히 없다. 그럼에도 그런 요청을 받고 실제로 돈이 오갔다면 이는 큰 문제다. 그런 돈을 냈다면, 어떤 자격에서 어떤 이유 때문이고 그 효과는 무엇인지 세세히 검토해 명도 문제에 미칠 파장도 따져야 한다.

◆'회사의 빚'을 대표이사 '개인'에게 요구? 사용자책임 등 짚어야

따라서 항소심에서는 K씨가 P씨에게서 돈을 받아서 횡령을 했는지(회사에 입고가 안 됐는지), 혹은 피에스앤마케팅에 P씨 개인이 팜스테드 회사가 정리해야 할 일산점 세를 대신 내준 점이 보고가 되고 이를 입금했는지 등을 면밀히 살펴야 한다는 요청이 따른다.

실제로 피에스앤마케팅이 어디까지 이를 알거나 묵인 혹은 추인해주고, 그 자금 처리를 어떻게 했는지는 그 자체로 중요한 이슈다. '이것이 계약 연장의 오해를 살 정황으로까지 확대 가능한지' 봐야 할 것이라는 얘기다.

피에스앤마케팅에 K씨 행위의 사용자책임을 묻기 위해서는 사용자관계나 사무집행 관련성, 고용된 이의 고의나 과실 등 다양한 문제가 검토돼야 한다.

대법원에서는 '직원이 직접적인 업무를 아니라 해도 그와 관계있는 일로 자금을 받고 또 이를 보관 중 횡령했다면 고용주가 사용자책임을 져야 한다 본 사례(67다1038 판결)'를 내놓은 바 있다.

여기 더해 법무사 사무원의 과실로 등기가 위법하게 말소됨으로써 손해를 본 경우, 법무사의 사용자책임을 인정한 경우(97다35771판결) 등 다수의 사용자책임 인정 사례가 있다.

반론이 있을 수 있지만 K씨의 경우도 이런 자금 수수로 전체 계약의 성질을 어그러뜨린 경우이자, 사용자책임을 피에스앤마케팅으로까지 돌리게 되는 예라고 볼 수 있다. 이는 다시 맨 처음으로 돌아가, 'P씨가 계약서의 문언상 표기에도 단기임대차가 아니라고 P씨가 믿었을 종합적인 사정' 여부를 구성할 수 있는 점들이기 때문이다.

명도 사건을 명확히 다루기 위해서라도, 항소심이 1심과 달리 이런 점에 대해 명확하고 오해 없이 설명해줄 필요가 있다.


  • 이 기사를 공유해보세요  
  •  
  •  
  •    
맨 위로

ⓒ 프라임경제(http://www.newsprime.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