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라임경제] 하림그룹의 편법 승계 논란이 좀처럼 수그러들지 않고 있다. 하림(136480), 하림홀딩스, 제일사료, 멕시칸 등을 거느린 종합식품기업. 얼마 안돼 편법 승계 논란의 중심에 섰다는 점에서 문재인 정권이 이번 논란에 어떻게 대응할지도 관심을 모으고 있다.
김태년 더불어민주당 정책위의장은 지난 8일 당 정책조정회의에서 "편법증여에 의한 몸집 불리기 방식으로 25살의 아들에게 그룹을 물려줬다"고 하림을 정조준한 바 있다.
하림 지배구조 최정점에 있는 올품의 승계와 몸집 키우기 과정이 문제가 되고 있는데, 그 가닥은 두 갈래로 요약할 수 있다.
첫째, 김홍국 회장의 장남 준영씨는 올품을 장악하면서 사실상 10조원에 달하는 그룹을 물려받게 됐다. 이 과정에서 증여세 100억원을 내는데 그쳤으며, 이 또한 사실상 회사가 대납해줬다는 비난이 일었다.
준영씨는 20살이던 2012년 김홍국 회장으로부터 올품(당시 한국썸벧판매) 지분 100%를 물려받았고, '올품→한국썸벧→제일홀딩스→하림'으로 이어지는 고리를 통해 10조원 규모 하림그룹을 쥐락펴락할 수 있는 지배력을 확보했다. 하지만 준영씨가 올품을 증여받으며 낸 증여세는 100억원 규모에 불과했다.
준영씨가 100% 지분을 갖고 있는 올품은 다시 한국썸벧의 100% 지분을 갖고, 이 한국썸벧은 제일홀딩스를 지배한다. 김 회장의 제일홀딩스 지분은 41.78%, 준영씨가 수중에 둔 제일홀딩스 지분을 모두 합치면 44.6%가 돼 오히려 아버지를 능가한다.
둘째, 준영씨가 올품을 차지한 뒤 지금까지 값어치를 키우는 데 그룹 차원이 지원이 있었다는 것. 일명 몰아주기 문제다.
여기서는 특히 첫 번째 문제와 현재 부각되지 않고 있는 부분을 논의하기로 하자.
◆세금 낼 돈 조달 중 악용된 유상감자, 왜 문제?
준영씨가 비상장 계열사를 물려받은 점을 놓고 편법 평가가 나온다. 증여세 자체도 그룹 규모에 비해 터무니없이 적지만, 아울러 준영씨가 증여세를 마련한 방법이 지적되고 있다.
올품은 지난해 100% 주주 준영씨를 대상으로 30%(6만2500주) 규모의 유상감자를 하고, 그 대가로 준영씨에게 100억원을 지급하는 방식을 동원했다. 준영씨는 이 돈으로 증여세를 납부한 것으로 알려졌다.

하림그룹이 편법 승계와 꼼수 자금 조달, 일감 몰아주기 우려 등 총체적 비판을 받고 있다. 사진은 김홍국 하림그룹 회장. ⓒ 뉴스1
간단히 말하면, 오너 일가의 개인 주머니 돈을 헐지 않고도 기업을 통째로 받았다고 할 수 있는데, 회사가 돈을 내줬다는 지적을 받을 수가 있다. 아울러 이는 큰돈을 움직여 세금을 부담할 여력이 마땅찮아서로 볼 수 있다(준영씨는 실제로 당장의 부담이 덜한 연납 납부 방식을 택한 것으로 알려졌다).
김 회장은 아들 편법 승계 논란에 대해 22일 기자들을 만난 자리에서 "사내 변호사만 4명"이라며 "하림그룹은 무엇보다 윤리경영에 따라 법 질서를 지키고 있다. 앞으로도 국가가 정해준 법 안에서 그대로 활동할 것"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이같이 100억의 세금을 회사 도움으로 조달해 냈다고 해서 편법(꼼수) 논란, 기업을 일감 몰아주기로 키우고 그 수익에 대해 당시 가치로 평가하면 아무 문제가 없다는 논란 등 2종류의 논란만 존재하는 것은 아니다.
첫째, 세금 부분에서도 파생되는 고민이 있는 것. 유상감자가 기업 지분 조정에 '전가의 보도'로 활용(내지 악용)되는 것은 과거부터 일종의 상식이나 관행으로 돼 있었다.
2015년 5월6일 국세청의 유권해석(토목공사업체가 제출한 질문에 대한 '질의회신' 즉 상증, 서면-2015-상속증여-0547)에 따르면 "법인이 자본을 감소하기 위하여 주식을 소각한 때에 당해 감자 전에 각 주주들이 소유하고 있는 주식 수대로 균등하게 주식을 매입하여 소각함으로써 특정주주가 얻은 이익이 없는 경우에는 감자에 따른 이익의 증여가 적용되지 않는 것"이라고 해 '원론적으로는' 부당한 행동으로 볼 것은 아니라는 점을 분명히 하고 있다.
◆부당행위부인해야…문제 액수 20% 폭탄 가능성
특정주주의 우선주만 저가로 유상감자한 경우, 부당행위계산부인이라는 법리에 저촉될 수 있다. 회사가 잘못된 계산법을 적용해 (오너 외에 다른) 주주의 이익을 침해하지 못하게 하는 이론이다.
실제 다툼이 된 심판 사례도 있다. 2013년 6월13일, 조심 2013서471사건에서는 "법인이 특정인 우선주만 선택적으로 유상감자함으로써 이익을 줬다"면서 "결과적으로 상당한 이익(기타소득)을 분여했음에도, 이를 원천징수하지 않은 셈"이라고 지적했다. 이에 따라 "추가적으로 (이익액에) 원천징수세율 20%를 적용해 세금을 경정부과한 것은 옳다"고 판단했다.
이번 준영씨 사안이 전체적으로 공평하게 고른 비율로 유상감자를 한 것으로 볼 사안인지, 혹은 100% 지분을 갖춘 이(특정한 인물)에 대한 비상식적인 챙겨주기인지, 어떻게 보는지에 따라 문제가 다를 수 있다.
다만, 후자의 관점에서 본다면 100억의 자금을 꼼수로 마련해 세금을 낸 것이라는 논란 외에도, 이 100억을 만들어서 준 것이 부당행위부인으로 기타소득이 된다고 해야 옳다.
결국 지금 논란들 외에도 20%(20억원) 부담을 추가로 져야 할 수 있다. 혹은 그 평가 기준액이 100억원이 돼야 한다고 볼 여지도 있다. 상장 종목이 아닌 종목이므로 시가나 공정가치 평가 등을 통해 처리해야 한다. 이 액수가 과연 하림 측 주장대로 '16만원 대 16만100원'의 '근소한 오차'가 아닐 수도 있다는 의미여서 주목된다.
ⓒ 프라임경제(http://www.newsprime.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