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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소록도'에 빠진 기업회생 전문가 문호준씨

30여 년 전 충격 계기…도산기업 살리듯 꼼꼼한 자료 조사

임혜현 기자 | tea@newsprime.co.kr | 2017.06.16 11:17:52

[프라임경제] 치열한 기업경영과 법률 이슈의 전장을 누비던 이가 어느 날 남해 외딴 섬에 '꽂혀' 책을 쓰기 시작했다. 큰 줄기는 일본이 소록도에 나환자를 수용하던 시기, 각종 학대와 만행이 자행되던 때다.

문호준씨는 이를 소재로 지난해 여름 소설 '가도가도 붉은 황톳길'을 펴낸 데 이어 올 5월 '군도의 아침'을 내놓았다.

그를 신용사회만들기시민연합의 상임공동대표로 기억하는 이가 적지 않다. 채무조정 상담, 파산신청 도움 등의 역할을 제공하던 이 단체는 2007년 J씨가 낸 IMF위기 책임 국가배상소송을 도우면서 한층 유명해졌다.

IMF위기로 인한 대출이자율 급상승으로 집이 헐값에 경매에 넘어갔다며 이 책임을 국가가 져야 한다고 주장한 내용이었다. 이 소송을 돕는 이유로 연합은 "730만 금융연체자에게 고통과 상처를 안겨 준 IMF사태의 책임을 묻지 않을 수 없다"고 국가의 위기 관리 책임을 지적했다.

도산법을 연구, 다양한 책을 펴낸 문호준씨가 전혀 소설이라는 전혀 다른 분야에 도전한다. ⓒ 문호준씨 제공

경제적 위기 국면에서 무너지는 가계와 기업을 돕기 위해 동분서주하던 문 전 대표는 개인신용도 문제지만, 특히 도산 위기에 처한 기업이 손을 내밀 곳이 마땅찮다고 느꼈다.  

우선 국내에 체계적으로 정립된 자료가 많지 않다는 게 2000년대 초반 그의 소감이었다. 이에 실제 사례를 연구해 '통합도산법에 의한 회생사건(2008년)' '기업회생(2010년, 공저)' '통합도산법(2013년)' 등을 펴냈다.

그런 와중에도 문씨의 머릿속 한편에 항상 자리하고 있었던 다른 주제는 '소록도'였다. 그는 "30여 년 전 소록도를 방문하고 나서 일본의 만행에 대해 들었다. 소록도의 이야기는 장구한 세월에 걸쳐 있어 장편으로 접근할 수밖에 없었다"면서 오랜 시간 뒤 책을 낸 이유를 설명한다.

뒤늦게 책을 냈다기보다는 도산법과 기업회생 분야에 일가를 이룬 것처럼 치밀한 자료 조사 끝에 소설 형식을 통해 흥미로우면서도 깊이있는 결과물을 냈다는 게 더 정확하다. 다음은 그와의 일문일답. 

-소록도 여행에서 소재를 발굴한 뒤 자료 보강을 어떻게 했는가? 기업회생 사건을 다뤄본 경험과 치밀함이 소설 구성에 도움이 됐는가?

▲처음 소록도에 대해 관심을 갖게 된 1980년대 중후반에는 이렇다 할 자료가 없었다. 일본이 퇴각하면서 소각하거나 파기한 것이다. 일제 때부터 이곳에서 생활해온 어른들의 증언이 유일한 자료였다. 소록도에 수십번 방문하면서 이들의 이야기를 녹취했다.

법도 그렇지만 역사도 사실과 증거가 가장 중요하다. 증거적 사실 위에 소설적 기법을 가미하려 노력했다. 최근에는 정근식 서울대 사회학과 교수의 일제시대 소록도 연구논문이 발표돼 작품의 구성 전개에 큰 도움이 됐다.

부산 경성대 연극영화과 실습장에서 영화 오디션 심사에 나선 소록도 제작팀. 오른쪽 첫 번째가 천성래 감독, 두 번째가 문호준 원작자. 이 영화 전국 오디션 결과는 이달 말, 다음 달 초께 윤곽을 드러낼 전망이다. ⓒ 문호준씨 제공

-소록도에 수용된 과정에서도 일제 만행을 밖으로 알리고 고위직 병원관리자를 암살하는 등 주인공이 크게 활약하는 내용이다. 그러나 주인공과 등장 인물들을 지나치게 극한으로 몰아붙이는 게 아니냐는 안타까운 평도 나온다. 이런 점에 대한 의견은?

▲그 당시 시대상황의 이해가 필요하다. 소록도는 조선인 나환자의 마지막 종착지였다. 한마디로 지옥같은 곳이라고 보면 된다. 소설이라고 해서 역사적 사실을 왜곡하거나 과장할 수는 없다. 비록 현재의 시각으로 보면 과격한 면이 있을지 모르지만, 실제로는 이보다 더욱 격렬했고 치열했을 것이라 확신한다.

-일제 강점기는 아직 풀리지 않은 퍼즐 조각이 많이 숨겨진 시대로 평가된다. 풍부한 자료를 바탕으로 스토리텔링을 펼치는 역량으로 앞으로 다른 소재를 다룰 구상도 있는지?

▲한-일 간의 역사 문제 해결은 여전히 미완성이다. 일제시대 역사 중 정리되지 않은 부분이 많이 있지 않나?  위안부 문제도 그중의 하나다.

이번에 내 책이 영화 '소록도'로 제작 추진 중이다. 소록도 이후에도 아직 널리 드러나지 않은 일본과의 역사적 사실을 밝히고 싶다. 기회가 되면 후속 작품을 발표하고 싶다.

-소설과 영상을 내놓아야 하는 영화는 문법이 적잖이 다를 텐데, 영화화 제안을 처음 받고 시나리오 작업자와 어떻게 작업했나?
 
▲소록도 100년의 역사를 재조명하기 위해 천성래 감독과 햇수로 3년간 집중적으로 상의했다. 천 감독은 그 자신이 시나리오 작업을 직접 진행했다. 천 감독의 성실성과 책임감 그리고 친화력을 높이 사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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