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라임경제] 르노삼성자동차의 '인사 뺑뺑이' 해고 정책이 법원에 의해 제동이 걸렸다. 특히 이번 사안은 해당 회사에서 박근혜정부의 노동정책을 악용한 주장을 펼쳤지만 법원은 이른바 '저성과자 해고'에도 조건이 필요하다는 기존의 노동자 보호 정책을 확인 선언해 더욱 눈길을 끌고 있다.
금속노조 부산양산지부에 따르면, 부산지법 제6민사부(부장판사 이균철)는 최근 르노삼성차에서 해고된 근로자가 회사를 상대로 낸 해고무효확인 소송에서 "르노삼성차의 해고 조치는 무효"라고 판결했다.
◆희망퇴직 거부하자 '성과내기 어려운 자리로만 내돌려'
2003년 정규직 지점장으로 채용된 김모씨는 2012년 희망퇴직 대상자로 지목됐다. 희망퇴직을 거부한 뒤 상담업무 부서로 발령받거나 사무실 한쪽에서 홀로 역량향상 교육을 이수하도록 하는 조치가 이어졌다.
이처럼 도저히 개인의 적응 노력만으로는 성과를 낼 수가 없는 자리로 이동을 계속하는 속칭 '뺑뺑이' 신세가 되면서 그는 2012년부터 2014년까지 회사 역량평가에서 최하위등급을 받았다. 결국 김씨는 2015년 10월 해고됐다. 당시 회사는 "직무성적이 현저히 불량하다"며 해고(일반해고)를 통보했다.
지부 관계자는 이 사안과 관련해 "성과를 내기 어려운 엉뚱한 부서로 발령 내고, 사용자가 일방적인 평가를 매겨 해고할 수 있도록 한 노동부의 일반해고 지침이 해고 수단으로 악용될 수 있다는 사실이 여실히 드러났다"고 비판했다.
재판부는 이번 정부 들어 등장한 이른바 저성과자 해고 지침, 즉 공정인사 지침의 근원적인 옳고 그름까지 판단하지는 않았다. 다만, 이 지침을 인정하고 판단해도 일반 노동법 논리상 인정하기 어려운 조치였다고 설명했다.
법원은 "성과가 나쁜 노동자에게 재교육 등 기회를 부여했는데도 성과가 개선되지 않을 경우 통상해고할 수 있다는 내용의 지침을 적용했을 때에도, 김씨 해고는 부당하다"고 봤다. 즉 "(회사가) 2012년 이후부터는 (김씨를) 기존 업무와 무관한 업무에 계속 배치했으므로 업무능력을 개선할 수 있는 기회를 충분히 제공했다고 보기 어렵다"는 것이다.
아울러 "2012년 이후 원고에게 맡긴 업무들은 업무능력을 공정하게 평가받기 어려운 데다 평가자의 자의가 개입됐다고 볼 여지도 있으므로 인사평가가 공정했다고 보기 어렵다"고도 지적했다.
◆위기 넘겼는데도 한 번 버린 이는 계속 나 몰라라?
실적 악화로 가족들을 대거 내보내는 초강수를 둔 르노삼성차는 이후 기사회생의 길을 걸었다. 희망퇴직이라는 '충격 요법'도 주효했지만, 2013년 박동훈 현 사장이 영업본부장(부사장)으로 들어오면서 조직 추스르기를 한 것이 주효했다는 분석도 널리 존재한다.

르노삼성차 최근 경영 흐름. 저성과자 해고 무리수를 둘 정도로 사정이 어렵지 않다는 점에서 노동계의 비판이 일고 있다. ⓒ 프라임경제
박 사장은 자동차 업계에 수십년간 몸담으며 현장 경영의 달인으로 평가받아왔다. 실제로 그는 부임하자마자 일선 영업점을 돌며 직원들과 소통을 강화하고, 소비자들이 원하는 신차가 무엇인지를 영업직원들로부터 직접 들었다. 이 같은 현장의 여론은 제품 개발에 그대로 반영돼 'QM3 신화' 등 모멘텀을 만들어냈다.
현재 르노닛산얼라이언스 수장으로 조직을 이끌고 있는 카를로스 곤 회장은 과거 2000년대 초반 일본닛산의 위기 때 부임, 2만명의 직원을 잘라냈다. '칼잡이'라는 악담을 들으면서도 그는 "사람을 자르는 건 경영 선택의 문제다. 일부를 자르느냐 아니면 글로벌 경쟁 속에서 14만8000명의 안위를 위협받느냐의 선택이다. 감원의 고통을 통해 다시 회사가 힘을 찾았을 때 재고용하면 된다"고 응수했다(2001년 6월20일 한 국내 언론과의 인터뷰 중 발언).
실제로 그는 그 약속을 지켰다. 바로 다음 해부터 해고자 중 일부나마 구제하는 정책을 바로 펼쳤던 것. 2002년 초 국내외 언론은 일본닛산이 회사를 떠난 사원을 4월부터 다시 불러들인다고 대대적으로 보도했다.
일본의 대기업이 그만둔 사원을 다시 불러들이는 것은 흔치 않은 일이라 더 관심을 모았다. 냉정한 카를로스 곤식 경영과 해고에도 최소한의 전제, 즉 경영 위기 타개 시 해고자부터 구제한다는 점, 스스로 언론에 공표한 약속은 지킨다는 것 등이 확인됐기 때문이다.
따라서 현재의 르노삼성차가 이 같은 닛산얼라이언스 경영 정책의 고갱이는 놓치고 편한 해고의 외형만 학습했다는 대조 평가가 나오고 있다. 더욱이 법원에서 궁지에 몰리자 마침 가장 유리한 박근혜정부의 해고 간소화 정책을 이유로 들고 있다는 점도 문제로 지적된다.
해고 이후 줄곧 인사 불이익을 받아온 김씨의 사례를 보면, 고용노동부에서 이 같은 가이드라인을 구성, 수면 위로 떠오르기 전부터 이 같은 저성과자 만들기 움직임이 있었다고 봐야 하기 때문이다.
다른 점은 차치하고라도 르노삼성차의 판매고와 매출, 이익 등을 몇년 새 종합해 볼 때 해고자를 새롭게 다시 불러들이는 것도 아니고 다른 보직으로 부득이 밀어냈던 이를 원대복귀시킬 여력이 없는지에 노동계에서는 큰 의문을 제기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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