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라임경제] 담배회사들이 담뱃값 인상 이후 쌓아둔 재고품을 팔아 7900억원의 '꼼수' 폭리를 취해 문제가 된 가운데, KT&G(033780)도 외국산 담배회사들 못지않게 고난의 행군을 펼칠 조짐이 보인다.
2015년 1월1일 기준으로 담배 가격이 크게 올랐다. 이는 담뱃세 인상 때문인데, 감사원에 따르면 담배회사들은 지난 2014년 9월 담뱃세 인상 발표를 앞두고 재고량을 늘렸다. 담뱃세 인상 전에 재고를 늘려 보유한 뒤, 가격이 오른 상황에서 팔면 재고차익을 얻을 수 있기 때문이다.
담뱃세는 담배 보관창고에 해당하는 제조장에서 반출하는 시점을 기준으로 부과 의무가 발생한다.
따라서 그해 연말을 기준으로 세금이 급격히 오른다는 정보를 미리 안다면, 앞서 제조장에서 내보내지만 실제 담배소매상에게는 넘기지 않고 회사 수중에 뒀다(재고를 남겨뒀다) 나중에 이를 팔면 오른 세금만큼의 차익을 챙길 수 있다.
일본 등에서는 이 같은 수익 창출 가능성을 미리 염두에 두고 환수 조치를 미리 가동한다. 그러나 근래 우리가 담뱃세를 올린 경우에는 이 프로세스가 제대로 가동되지 않았다.
기획재정부(기재부) 업무 담당자들은 다른 부서로부터 재고차익 환수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는 요청을 받고도 시간이 부족하고, 과다한 징수비용이 필요하다는 이유로 관련 부칙을 개정하지 않은 것으로 드러났다.
물론 매점매석 행위를 규제하는 최소한의 조치가 발동되기는 했다. 다만 '매점매석 고시' 발동 과정에도 허점이 많았다.
기재부는 2014년 9월 담뱃세 인상 추진을 핵심으로 하는 '범정부 금연종합대책'을 발표하며 매점매석 고시 시행 계획을 사전에 공개해 담배 제조사들이 고시 시행 이전에 담배를 집중 반출할 수 있도록 했다.
이에 따라 KT&G 등 주요 담배제조사 3곳은 고시 시행 직전 하루 이틀 동안 평소보다 5.7∼22.9배 많은 담배를 집중적으로 반출한 것으로 확인됐다.
◆담배와 담뱃세 문제서 튀어나온 공정거래법 문제, 왜?
여론이 악화되자 감사원이 나서서 문제를 들여다보기 시작했다. 그 결과, 외국계 담배회사들의 경우 제조장 밖으로 내보낸 수요를 허위로 늘려잡는 등 명백한 탈세를 했다는 혐의가 드러나 이 부분을 다투게 됐다.

담배 관련 세금 인상 과정에서 KT&G가 보인 이익 추구 행보가 급기야 공정거래법 위반 논란으로까지 번졌다. 사진은 한 담배 판매 창구의 모습. ⓒ 프라임경제
다만, 3300억원 수준의 부정한 이익이 발생한 것은 분명하기 때문에 이 같은 수익을 올린 것에 대해 감사원은 문제제기를 했다. 공정거래 및 독점규제에 관한 법률상 시장지배적사업자의 지위를 남용해 이익을 챙긴 것으로 법률 해석을 했다.
이렇게 되면 KT&G 측에서 말하는 방어 논리는 대부분 힘을 잃게 된다. KT&G 측은 담배사업법상 임의로 가격을 올려받을 수도 없는 것이기 때문에 미리 제조장으로부터 반출된 재고물량에 대해 세금을 더 낼 수도 없다고 강변한다. 아울러 매점매석 고시 등 정상적인 가격 정책에 반기를 들지도 않았다는 것이다.
이 같은 상황에서 공정거래법 적용을 받은 점은 이색적이다. 이는 KT&G와 필립모리스 등 극히 일부 소수의 회사들이 시장을 점유하는 상황에서, 시장을 지배할 수 있는 공급자의 지위를 재고차익을 극대화하는 지렛대로 썼다는 혐의로 풀이할 수 있다.
군소 담배 메이커가 난립하는 상황이라면 정부가 부실하게 정책을 집행해 민간업체들이 재고차익을 노릴 여지가 생기더라도, 시장에서의 공급 압박을 마다하고 공급량을 조절하는 식으로 이익을 꾀할 여지가 줄어든다는 주장이다.
따라서 공정거래법 적용 문제는 대단히 매끄럽고 딱 떨어진 규정 적용은 아니어도, 감사원이 고심 끝에 시장지배적 지위 악용으로 이익을 키운 레버리지 효과를 확실히 문제 삼겠다는 의지로 읽힌다. 다소 포괄적인 방식을 내세워 정의 실현을 하겠다고 나선 것으로 볼 수 있다.
이에 시뮬레이션 등 다양한 법적 공방 끝에 KT&G가 책임을 질 가능성에 관심이 모인다. 3300억원 전체에 대한 환수는 어려울지라도, 과거 나랏일은 본다는 공사(옛 담배인삼공사) 형식의 회사로 그 문화와 자부심이 아직 남은 KT&G로서는 악질 자본(문제 재벌)에게나 들이대는 공정거래법 적용이 '치욕'이라는 진단도 나온다.
◆CEO의 무리수? 재주 부린 회사 성과급 챙긴 민영진
2014년 연말 기준 회사 보유 재고 담배와 그 전년도 재고량을 보면, KT&G는 약 119만갑을 더 갖고 있었다.
KT&G는 문제될 게 없다는 태도지만, 이는 매점매석 고시를 비껴가는 수준에서 아슬아슬하게 줄타기를 한 것이지, 분명 120만갑에 달하는 재고를 2013년에 비해 더 남긴 것은 사실이고, 그 세금의 재고차익 자체가 적지는 않다.
즉, 이를 부당하게 얻고자 제조장부터 각 지사 등이 전심전력 노력한 게 떳떳하게 면죄부를 얻는다는 것은 아니라는 얘기다.

담배 관련 세금 인상 과정에서 KT&G가 보인 이익 추구 행보가 민영진 전 대표의 성과급 논란으로 비화될 전망이다. ⓒ 프라임경제
여기서 지적할 점은 3300억 전부를 법리상 다툼에서 최종적으로 이긴 후에 전부 사회에 환원할지가 아니다. 이 같은 무리수를 둔 것이 애초 CEO 성과급 보장이라는 문제와 무관하지 않다는 해석이다.
담뱃세 인상 직전에 회사가 무리하게 담배를 밀어내는 등 홍역을 치른 뒤인 2015년 3월, 이 회사는 2014년도 사업보고서를 발표한다. 여기에 당시 CEO이던 민영진 전 대표에게 주어진 성과급이 8억3000여만원이라는 내용이 조그맣게 기재됐다.
이를 살피면 "사내이사보수지급규정에 따라 매출액, 영업이익, 국내 M/S 등으로 구성된 계량지표, (각종) 비계량지표를 종합적으로 평가하여 기본연봉의 0~255% 내에서 지급할 수 있다"고 전제하고 2013년과 2014년 자료를 비교했다.
이 결과 "영업이익 14.2%↑, 국내 M/S증가 0.6%↑ 등을 고려하여 평가"한다면서 "이사회의 의결을 거쳐 상여금 8억3700만원을 산출 지급하였다"고 했다.
다시 설명하자면 이 매출 증가분 즉 2013년 2조5106억→2014년 2조7426억원 중에는 다소 오차는 있으나 감사원이 이번에 지적한 3300억원이 상당 부분 그대로 반영됐다고 결론낼 수 있다.
이를 근거 삼아 웬만한 기업 간부 연봉에 육박하는 액수를 성과급 명목으로 얻어간다면, 문제다. 이런 무리한 증산 등 문제 과정을 알거나 알 수 있었던 CEO로서는 제대로 된 경영판단이 아닌, 모든 공방전을 감수하고서라도 성과급을 얻을 수 있는 매출 효과에만 매달렸다고도 볼 수 있기 때문이다.
그는 이 같은 성과급 등을 받던 중 다음 해 다른 사건으로 검찰 수사망 압박이 죄어오자 사직했다. 이후 1·2심에서 무죄 판결을 받았으나, 회사가 하청업체를 통해 청주시 공무원에게 6억여원을 건네는 데 승인 행동을 했다는 보고서가 제출되는 등 도덕성 추락 지적을 연이어 받고 있다.
다만, 증거법상 작성자 등 명확치 않은 요소로 유죄 판결의 근거로까지는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일각에서는 이런 여러 문제를 감안하면, 담배 재고차익 문제가 사실 그런 CEO의 이상 행동을 막을 마지막 기회, 즉 회사 내부 감시망과 견제 가능성이 살아있다는 점을 보여줄 마지막 기회였다는 평가도 내놓는다.
이것이 마비됐기 때문에 결국 공정거래법 위반 적용 논란이라는 전무후무한 수치를 경험하고 있다는 점에서 KT&G 직원들로서는 입맛이 쓸 수밖에 없어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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