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라임경제] 반기문 전 유엔 사무총장이 1일 갑작스럽게 불출마를 선언하며 대선 레이스에서 스스로 물러났다.
이에 정치권은 '반기문 효과 2.0'이 대선정국에서 어느 방향으로 일어날지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우선 새누리당과 바른정당 등 보수 진영의 속내가 복잡하다. 반 전 총장은 당초 국민의당 등 여러 곳으로부터 러브콜을 받았으나 독자 정치 세력화로 가닥을 잡은 바 있다. 그럼에도 보수정당과의 당 대 당 통합 추진 등 가능성이 거론돼 왔다.
예를 들어, 새누리당에 반 전 총장이 입당할 가능성이 상대적으로는 적다고 해도 그를 주시할 수밖에 없는 구조였던 것이다. 반 전 총장을 고리로 보수 결집을 꾀하려 한 새누리당과 바른정당 등은 반 전 총장의 사퇴 소식에 다음 플랜을 검토해야 하는 상황이 돼 속내가 복잡할 수밖에 없다.
일부에서는 보수 진영의 후보군이 반 전 총장 사퇴 충격을 어떻게 어떤 형식으로 흡수하는가에 따라 대선정국 승패가 엇갈릴 수 있다는 '변곡점' 풀이가 나온다. 바른정당의 경우 남경필 경기도지사와 유승민 의원이 주자로 거론되며 새누리당 주자로는 황교안 대통령 권한대행이 나설 수 있는 상황이다.
일단 황 권한대행이 반 전 총장의 배턴 터치 효과를 입을 수는 있다. 실제로 1일 반 전 총장 돌출 선언 이후 JTBC가 실시한 긴급 여론조사에서 황 권한대행의 지지율은 12.1%로 나타났다. 더불어민주당에서 후보로 나올 가능성이 높은 문재인 전 대표(26.1%)에 이어 2위를 기록한 것이다. 반 전 총장 중도하차 이후 갈 곳 잃은 보수 표심이 일단 상당 부분 황 권한대행에게 간 셈이다.
문제는 보수층이 공안 검사 출신에 박근혜 정부와의 연관성이 큰 황 권한대행으로는 무난한 2등(즉 대선 패배)을 할 수밖에 없다고 위기감을 가질 때다. 즉 외연 확대가 절실하다고 느껴 정치공학적 후보 선택을 하는 움직임을 하게 될 경우 유 의원 등 바른정당 쪽이 새로운 수혜 대상으로 떠오를 수도 있다.
바른정당 정치인들이 이번 사퇴에 상당한 아쉬움과 함께 앞으로 모종의 촉매 역할을 바라는 듯한 뉘앙스의 반응을 보이는 이유도 이 같은 '반기문 효과 상속' 필요성에 있다는 풀이다.
특히 황 권한대행에게 일시적으로 쏠린 '반기문 이탈표'가 온전히 이후까지 보존될지, 또 지금 집계되지 않는 반기문 지지층이 최종 목적지를 어디로 잡을지도 가늠하기 어렵다.
가장 어려운 분석은 '충청표'다. 지난달 갤럽 조사에 따르면 반 전 총장의 지지율은 연령별로 60대 이상(43%), 지지 정당별로 새누리당(65%)과 바른정당(35%) 등 보수층에서 상대적으로 높았다.
하지만 반 전 총장의 불출마로 이 표가 모두 범여권으로 갈지 단언하기 어렵다는 분석이 많다. 지역별로는 충청권(39%)에서 지지도가 가장 높았다는 점 때문이다. 보수 성향이 강한 이들이 반 전 총장을 지지한 경향이 있기는 하나, 대선 주자 중 적당한 인사가 뜨면 그쪽으로 일부가 이탈할 수 있다는 판단에서다.
안희정 충남도지사가 충청표 수혜 대상자로 부각될 여지도 있다. '사드' 문제 등에 대해 문 전 대표와 다른 결을 보여주고 있어 보수적 성향의 유권자 중 일부가 이동할 것으로 점쳐진다.
반기문 효과가 충청권을 중심으로 소용돌이를 만들면서 '문재인 진영' 등 야권까지 파장을 일으킬지도 주목된다. 당분간 정치권은 반기문 효과가 잠잠해지길 기다리면서 계산을 거듭할 것으로 예상된다.
ⓒ 프라임경제(http://www.newsprime.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