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라임경제] 북유럽 아이콘이 다시 관심을 모으고 있다. 국내 생활용품 영역에 북유럽 스타일이 관심 대상으로 부각된 것은 이미 여러 해 전이다.
그간 북유럽 열풍이 주로 가구와 인테리어 시장을 위시해 '미니멀리즘'과 '고급스러운 삶의 형태'라는 콘셉트를 지향했다면, 이제는 더 본연의 현지 문화에 가까운 형식에 맞춰 소박하고 즐거운 라이프 스타일로 옮겨가는 양상이다.
덴마크의 휘게(hygge) 개념이 새삼 부각되면서 추상적이던 북유럽 스타일에 변화가 일어나고 있다는 해석이 나온다. 아늑하고 편안한 겉모습에만 치중하지 않고 이를 바탕으로 소박한 삶의 행복을 완성하자는 뜻으로 덴마크인들이 사용하는 개념이다.
국내에도 근래 마리 토렐 소더버그의 '휘게 스타일: 덴마크 사람들의 편안하고 따뜻한 집과 생활'이 번역, 출간되는 등 이 개념이 회자되고 있다. 그러나 활발하게 이 개념이 의미있는 트렌드로 자리를 잡게 분위기를 이끄는 주자들은 역시나 생활경제영역의 각종 브랜드들이다.
그간의 북유럽 유행에 이를 다소 바꾼 휘게 바람이 부는 것 자체도 또 다른 마케팅 열풍 중 하나라는 회의론도 있지만, 소박하고 검소하게 행복한 생활 양식을 추구하는 것으로 불경기에 지친 소비자들에게 나름대로 의미있는 역할을 한다는 반론도 나온다.
◆저렴이 놀림 대신 새 문화 아이콘으로 안착
한때 '저렴이 가구'라는 다소 부정적이고 희화화된 이미지였던 가구 메이커 '이케아'는 성공적으로 한국 시장에 안착했다. 이전엔 단순히 가격 문제로 화제몰이를 해왔다면 이제 이 같은 북유럽 스타일의 거품 빠진 진면목을 가장 잘 대변한다는 점에서 새삼 이목을 모은다.
이케아코리아는 국내 진출 1년 만인 2015년 3080억원의 매출을 올렸다. 지난 2016년 회계연도 기준 3450억원을 기록, 12.0% 늘어난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연간 평균 방문객은 약 700만명 수준으로 집계됐다.

이케아가 광명점 하나로 한국에 일으킨 문화 현상이 지대하다는 평가가 나온다. 사진은 이케아 매장에서 저렴하지만 특이한 디자인의 가구와 생활용품을 둘러보는 소비자들. ⓒ 프라임경제
북유럽 가구 브랜드들의 지향점도 이런 이케아 스타일의 성공에 적잖은 영향을 받는 것으로 보인다.
명품 등의 이미지만 지향하며 북유럽 물건을 수입해 내놓는 움직임 대신 미니멀리즘 스타일과 합리적 가격을 추구하는 북유럽 스타일로 평가받는 가구 '뮤즈데코'는 젊은 감성을 내세운 웨딩가구 특화 브랜드다. 감성과 효율성의 조화, 자연 친화력, 실용성을 겸비한 신혼가구 및 토털 성인가구를 소개한다.

플라잉 타이거 코펜하겐은 다양한 제품을 합리적 가격으로 팔아 많은 소비자들이 찾고 있다. ⓒ 플라잉 타이거 코펜하겐
플라잉 타이거 코펜하겐은 다양한 고객층을 아우르는 △가정·사무·파티·여가·주방용품 △전자제품 △패션 액세서리 등의 다채로운 제품 카테고리로 한국 시장을 공략 중이다. 개성 있는 디자인 제품을 합리적인 가격에 선보여 호평을 얻고 있다.
플라잉 타이거 코펜하겐은 매월 150여개 신상품을 제공하고, 올해 10여개의 매장을 열 계획이다. 특히 가격대가 유럽보다 30% 저렴하며 제품 평균 3000~4000원대 수준이다. 이에 따라 독특한 디자인과 가성비 등 차별화된 강점에 매료된 중국인 관광객들도 이 업체 매장을 많이 찾는 것으로 알려진다.
◆격 떨어지지 않으면서도 새로운 성장 동력, 소비자-기업 윈윈
대기업 계열도 이런 움직임에 동참하고 있다. '더캐시미어'를 갖고 있는 한섬은 현대백화점 계열. 더캐시미어는 라이프스타일 제품 라인 '더캐시미어 띵스(THINGS)'를 운영 중인데, 한섬은 현대백화점 압구정본점과 목동점에 더캐시미어 띵스 라인을 더한 더캐시미어 복합 매장을 운영하는 실험을 진행 중이다.
백화점 수입판매 코너 또는 여성패션층에 입점한 더캐시미어는 국내에 잘 알려지지 않은 덴마크·독일 등의 생활용품 판매를 함께 하는 이번 시도에 대해 '신선하다'는 반응을 얻고 있다.
의류 중심인 패션 층에서 의류와 생활용품 가구 등을 함께 파는 것은 이례적이다. 이에 따라 북유럽 등지의 명품 생활용품들을 들여와 안전한 매출 성장을 유도하는 선택이라기보다는 '새로운' 도전으로 받아들여지는 것. 이는 한섬의 현재 상황과도 무관치 않다.
이화영 하나금융투자 애널리스트는 "신규 브랜드 더캐시미어와 래트바이티가 각각 론칭 3년차, 2년차에 접어들며 외형과 수익성을 견인할 가능성이 있으나, SK네트웍스 패션사업부를 인수한 것은 리스크 요인으로 투자 심리에 부정적일 것"이라고 진단한 바 있다.
명품 이미지 대비 너무 격이 떨어지지 않으면서도, 새롭고 신선하게 소비자들에게 어필하기에 북유럽 스타일만한 아이템이 흔치 않다는 것이다.
1인당 국내총생산(GDP) 2만7200달러로 3만달러 시대가 임박하면서 삶의 질에 중점을 두고 소비패턴을 바꿔보려는 갈망이 크다.
한편에선 경기 침체와 소득 불균형에 대한 피로감 역시 높다. 1995년에서 2012년까지의 한국에서의 소득집중도의 상승폭은 15.7%포인트로 싱가포르의 11.7%포인트 등에 비해서도 단연 높은 수준이다.
안락하게 삶의 쉼표를 찾고 싶은 기로에 선 한국인들이지만, 그렇다고 지나치게 부담스러운 지출 대신 지갑도 좀 쉴 수 있는 소비문화로 눈길을 돌리고 있는 것이다. 이런 점에서 북유럽 생활문화에 대한 관심은 한때의 신기루가 아니라 휘게 개념이라는 시즌 2.0으로 진화한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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