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라임경제] 더불어민주당과 국민의당, 정의당 등 야당소속 의원 전원의 이름으로 박근혜 대통령 탄핵소추안이 발의된 가운데 탄핵안이 8일 국회 본회의에 공식 보고됐다.
국회법은 탄핵안의 표결 시점을 법사위에 회부하기로 의결하지 아니한 경우, 본회의에 보고한 때로부터 24시간 이후 72시간 이내 표결할 것을 규정하고 있다.
다만, 정세균 국회의장은 이날 오후 2시45분경 탄핵안 발의 사실을 보고하면서 "이번 정기국회 회기가 내일 종료되므로 국회법이 정한 탄핵소추안 법정처리 시한을 준수하기 위해 내일 예정된 정기국회 마지막 본회의에서 탄핵소추안을 상정해 심의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이에 따라 탄핵안 표결 시점은 9일 오후 2시45분 이후부터 자정 사이가 될 전망이다.
◆세월호 사건 등도 쟁점으로 넣어…헌재 법적 검토 때 논란 예상
탄핵안에는 뇌물죄를 비롯한 세월호 사건에 대한 책임도 적시됐다. 박 대통령의 측근 비리에서 박 대통령과 재벌 총수 독대 시 미르재단 등에 자금을 내도록 압력을 행사했는지 또 그 경우 대가성이 있는 기부인지가 쟁점이 될 수밖에 없다는 데에는 이견이 거의 없다.
다만 세월호 사건 당시 행정부 수반이 자리를 비운 이른바 7시간 미스터리까지 탄핵의 사유가 되는지에 대해서는 논란이 불가피한 상황. 이에 대해서는 박 대통령에 대한 지나친 망신주기이자 탄핵 정국을 최대한 활용해 쟁점을 늘리려는 일부 정치적 고려가 깔린 것이라는 비판이 제기된다.
표결이 어느 쪽으로 결론나든 정치적으로 최순실씨 국정 농단 사태를 일단 중간정리하고 헌법적 판단을 헌법재판소에 넘긴다는 순조로운 매듭짓기가 능성이 적어 보이는 것도 문제다.
탄핵안이 국회에서 부결될 경우, 국회 해산과 흡사한 사태가 연출될 수 있다. 부결 시 소속 의원 전원의 의원직 사퇴를 민주당이 공언하는 등 배수진을 쳤기 때문인데, 이 경우 부결에 원인 제공을 한 새누리당을 박 대통령 체제 유지와 이번 최씨 게이트의 공범으로 규정한다는 의미가 있다.
국정 농단 사태의 공범과 정치를 함께할 수 없다며 야권에서 장외 투쟁을 선언하는 셈이다. 이런 정면 대결은 결국 새누리당 해체를 조준하는 것이고, 결국 양쪽의 대결은 극한으로 치닫게 될 것으로 보인다.
가결될 경우도 문제가 쉽지 않다. 박 대통령의 직무는 국회의 탄핵의결서 사본이 대통령에게 전달되는 시점부터 정지된다. 이때부터 박 대통령은 헌법에 명시된 국가원수 및 행정부 수반의 지위에 대한 권한을 행사할 수 없게 된다.
하지만 박 대통령은 직무를 대행할 황교안 총리와 사실상 업무협의를 할 것으로 여겨진다.
문제는 황 총리가 사태를 수습할 안정적 기반을 제대로 누릴 수 있느냐다. 추미애 민주당 대표는 8일 인터뷰에서 "박근혜 대통령 탄핵 이후엔 황 총리 역시 탄핵한 뒤 거국내각을 구성하는 일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황교안 대행 체제도 '흔들흔들' 우려…정치력 발휘 여야 협력 필요
황 총리가 국정에서 배제될 정도로 심각한 법적 잘못을 저지른 적이 있느냐는 탄핵요건 논란은 차치하고라도, 정권 흔들기 작업의 불똥이 황 총리에게까지 튀는 상황에서 직무대행이 제대로 이뤄지기는 힘들어 보인다.
이런 우려 때문인지 김무성 새누리당 전 대표는 "(박 대통령이) 총리를 국회에 추천해달라고 했음에도 이를 거부하고, 또 탄핵 절차가 시작되는 과정에서 야권에서 황 총리를 인정하고 간다고 해 놓고 지금 와서는 (다시) 황 총리 탄핵을 주장하는 발언은 국민 앞에 무책임의 극치를 보여주는 일"이라고 지적했다.
사정이 이렇다 보니 큰 설득력을 발휘하지는 못하는 양상이지만 이정현 새누리당 대표의 6월 조기 대선론 발언이 다시 나오고 있다. 그는 8일 "지금이라도 박 대통령 탄핵안을 중지시키고 4월 사임, 6월 대선으로 가는 부분에 대해서 국회가 한 번 더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고 주장했다.
6월 조기 대선론 문제는 이견이 있을 수 있는 부분이지만, 국회가 정국 혼란에서 탄핵안 국면을 신중하게 다뤄야 한다는 일부 요소만큼은 진지하게 받아들여야 한다는 것.
그러나 정작 국회는 이번 탄핵안 시계가 가동되기 시작하면서 막바로 정치적 이해득실 수싸움을 벌일 것으로 전망된다.
우선 가장 큰 수혜자로 꼽히는 문재인 민주당 전 대표의 견제를 위해 다른 당내 거물들과 타당의 잠룡들이 갈등을 빚을 가능성이 거론된다. 또 탄핵 정국에서 선명성 강조를 위해 일부 정치인들은 날선 정치적 무리수들을 연발할 수도 있다.
새누리당 상황은 결국 분당 내지 집단탈당으로까지 치닫는 게 불가피해 보인다.
이처럼 여야 모두에서 갈등을 겪게 되면서 국회와 여의도 정치에도 기능 장애가 올 수 있다는 게 국회 주변의 시각이다. 국회를 중심으로 원내에서 협의를 이루든 거리로 나가 여론을 수용하면서 정당 간 협의를 진행하든 정치력을 발휘해 거국적 판단을 이뤄낼 가능성이 적어진다는 의미다.
일부에서는 정치적 승부수가 난무하는 과정에서 민생이 도외시될 가능성이 높지만 이를 제어할 방법이나 조율 전문가를 찾기 어렵다는 우려도 나온다.
트럼프 집권 등으로 글로벌 위기감이 눈앞에 닥친 가운데 탄핵안이 연말부터 내년 상반기까지 한국 사회를 오리무중 상태로 빠뜨릴 '판도라의 상자 개봉'이 될 것인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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