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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드 악재' 對中 돌파구로 왕홍 마케팅 눈길

중국인 입소문 효과 커…배송 등 한국 파트너 몫, 중소기업엔 상대적 한계

임혜현 기자 | tea@newsprime.co.kr | 2016.12.07 09:57:39

[프라임경제] 사드(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문제로 중국과의 무역관계가 경색되고 있다. 이런 가운데 돌파구로 관심을 모으는 것이 바로 왕홍(網紅)을 동원한 바이럴 마케팅. 인터넷(네트워크망)을 일컫는 '왕'과 널리 인기 있다는 '홍'을 결합해 인기있는 온라인 스타를 말하는 개념이다.

우리나라도 인터넷 발전을 중국보다 앞서 겪으면서 이 같은 존재가 등장한 바 있다. 아프리카TV 등에서 인기를 얻는 BJ가 그 예다. 그러나 중국의 왕홍은 오히려 우리의 인터넷 스타보다 더 실물경제에 가깝다. 인터넷 스타라기보다 '파워블로거'라는 인상이 짙다.

2015년 말 기준 중국에서 왕홍들의 주무대인 라이브방송 기능을 제공, 가동하는 플랫폼만 200개 이상이 성업 중이며 이를 시청하는 인구도 최대 2억명에 달하는 것으로 파악된다. 중국 시장조사기관 애널리시스(Analysys)에 따르면 왕홍 관련 경제 규모만 1년에 약 528억위안(한화 약 8조8000억원)에 이른다.

왕홍 파트너 삼아 우회적 진출 노려

한류를 타고 승승장구해온 엔터테인먼트 영역에서는 중국 당국의 유·무형 압박이 바로 적용될 여지가 커 보인다. 아울러 관광 허가 문제로 한국을 방문하는 중국인 관광객 규모가 줄어들 가능성을 점치는 이들도 있다.

물론 해외로 국부가 유출되는 것을 막기 위한 해외 방문자 관리 정책이 여행 수요를 전체적으로 옥죌 만큼 힘을 발휘할 수 있을지에 대해서는 회의적인 반응도 나온다. 더욱이 한국 기업들이 직접 온라인상에서 마케팅 채널을 가동하는 것에 대해 규제와 압력이 있을 수는 있어도 중국 정부가 1인 미디어까지 검열이나 통제를 모두 가하기는 쉽지 않을 것으로 예측된다.

이에 따라 왕홍과 협력하는 마케팅이 한국 기업들에게 한층 더 유용하고 절실한 아이템으로 다가온다. 과거 중국 관광객을 유치하는 한 방법이나 중국 내 한류 상품 수요를 뚫는 방법으로 왕홍이라는 개념에 대해 시선을 주는 정도였다면, 이제 사드 여파로 대중국 교류에 일종의 제한이 생긴 상황에서 왕홍을 완충지대로 끼워놓고 타진하는 방법이 확고히 각광받게 된 것.

현재 왕홍들은 주로 화장품 등 뷰티 영역이나 패션 등을 홍보하는 데 관심을 두고 있다. 이에 따라 뷰티업계에서는 대기업은 물론 중소 화장품 메이커들도 왕홍에 주목해 파트너로 우회적 진출을 모색하곤 한다.

중국 파워블로거 왕홍을 잡기 위한 한국 업체들의 공세가 강화되고 있다. 사진은 유력 왕홍으로 인지도가 높은 장따이의 인터넷 방송 장면. ⓒ 장따이

그러나 왕홍 마케팅에도 한계가 있어, 현재 사드 정국을 풀 방안으로 100% 집중하기에는 안심할 수 없다는 견해도 있다. 왕홍들의 경우 관리나 통제가 쉽지 않기 때문. 특정 콘셉트를 활용하는 기획능력이 부족하므로 이를 보완해야 한다는 냉철한 분석도 따른다.

상해 씨엔와이시장마케팅전략유한공사 관계자가 10월 서울 여의도 중소기업중앙회에서 열린 왕홍 관련 세미나 중 "전문적인 왕홍매니지먼트사와의 협업이 필요하다"고 강조한 것도 같은 맥락으로 풀이된다.

유통업계 정보 전달 수요 창출 기대

왕홍의 입심을 빌려 마케팅 효과를 거두더라도 유통 등의 책임은 오롯이 한국 업체가 맡아야 한다.

사정이 이렇다 보니 중국에 물건을 직접 파는 채널을 뚫거나, 혹은 바이럴 마케팅 효과를 거두고 싶은 제조업 부문의 우리 중소기업보다는 대기업, 특히 유통채널이나 혹은 온라인 망관리 플랫폼 쪽에 맞춰 왕홍 마케팅의 중심이 이동하는 경향이 엿보인다.

갤러리아면세점 63이 중국 파워 크리에이터를 초청한 모습. ⓒ 한화갤러리아

왕홍을 활용하고 이들을 어느 정도 유도하는 것에 협상 우위가 있을 수 있다는 전략이다. 물건을 직접 파는 업체에서 일선 홍보대사처럼 이들을 접촉하는 것보다는 여행 등 한국을 방문한 왕홍들에게 우리 유통업계의 정보를 제공, 전달하는 식으로 수요 창출을 하는 게 더 효과적이라는 판단에서다.

이미 면세점 부문에서는 상대적으로 신규 주자인 갤러리아 63이 왕홍에 먼저 러브콜을 보냈다. 지난 1월 리위리엔씨를 비롯한 총 20명의 중국 파워 크리에이터를 초청하기도 했다.

사드 사태를 겪은 뒤에는 백화점 쪽도 움직이고 있다. 신세계백화점은 7일부터 9일까지 중국 유명 왕홍들을 강남점으로 초대하는 '왕홍 신세계 강남 팸투어'를 전개한다.

아예 플랫폼을 차리는 데 일조해 '왕홍 생태계'를 우리에게 유리하게 끌고 가자는 그림을 그리기도 한다. 탄란꾸이(욕심꾸러기) 애플리케이션이 등장한 배경 역시 한국과 중국의 협업을 통한 왕홍 업그레이드로 평가된다.

탄란꾸이 앱은 중국에서 높은 인지도를 가진 왕홍들을 주주로 참여시켜 만든 앱인데 동영상을 기반으로 주력해 국내 브랜드상품을 홍보한다. 이 앱은 북경에 본사를 둔 탄란꾸이차이나와 한국의 온라인모바일 광고에이전시 ㈜크리브코리아가 협업을 통해 기획, 제작해 눈길을 끌었다.

이런 와중에 왕홍의 등에 올라타는 게 쉽지만은 않은 만큼 이처럼 여력이 있는 대형 업체가 길을 닦은 다음 제조 부문, 중소기업 등에 낙수효과를 기대하는 것도 하나의 방법이라는 시각도 없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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