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라임경제] 주최 측 추산 전국 232만명, 경찰 추산 43만명이 모인 3일 저녁 촛불집회는 역대 최대 규모를 기록했다. 특히 특정 시간대에 운집한 최다 인원을 집계하는 경찰 측도 "서울에만 32만명이 모였는데, 이는 역대 최다"라고 인정했다.

3일 집회는 정치권의 탄핵 일정 합의에도 오히려 더 많은 인원이 집결했다. ⓒ 뉴스1
2일 야당은 탄핵안을 공동 발의하고 오는 9일 국회 본회의에서 표결 처리하기로 합의했다. 촛불 민심에 부응하고자 탄핵안 발의는 당기고, 새누리당 비박계의 탄핵 동참을 위해 표결은 늦추기 위한 최선의 절충안이었다.
이 같은 탄핵 시간표가 본격적으로 시작되면서, 3일 집회는 추진 동력이 떨어질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기도 했다. 그러나 오히려 촛불은 잦아들기는 커녕 더욱 강해지는 양상이다.
법원 결정으로 청와대 100m 앞까지 행진 허용이 되면서 시민들이 대거 이 방면을 찾았다. 진출한 시민들이 허가 시간을 넘긴 뒤에도 자리를 오래도록 뜨지 않았고, 경찰도 이들을 막바로 해산하러 나서지 않았다. 일부는 횃불을 들고 참석했으며, 박근혜 대통령 퇴진과 탄핵 이외의 이슈들도 논의하자는 목소리를 높이는 현상도 본격적으로 나타났다.
◆정치적 무관심에 촛불 꺼질라? 오히려 횃불로 타올라
이 같은 믿을 수 있는 원로가 없는 정치에 대한 불신, 여러 의혹에 대한 해명 필요성을 느끼지만 정작 검찰 등 기존 사정기관에는 맡기기 어렵다는 고심이 분출된 것으로 풀이된다.
직접적으로 광장민주주의에 참여해본 시민들의 흥분이 지속적인 처음에는 최순실씨 국정 농단 문제에 집중했지만, 이제 다양한 의견을 정치권에 전달하고 여론 분출 도구로 촛불집회를 인식하기 시작했다는 것.
특히 이번에 다시 '해묵은 이슈'인 세월호 의혹 규명에 많은 사람들이 관심을 기울이게 된 것이 좋은 사례라는 해석이 나온다. 청와대 앞 100m 진출 허용이 나온 상황에서 유가족들은 물론 많은 시민들이 박 대통령 퇴진 외에도 이 문제에 대한 목소리를 높였다.
시일이 다소 지났더라도 우리 사회가 완전히 합의와 해결을 이루지 못한 이슈들이 광장민주주의와 집단지성을 통해 공감대와 대안을 찾는 쪽으로 향후 촛불집회에서 모인 힘이 사용될 가능성이 높다.
6월 항쟁 이후 제도권에 한층 가까이 편입 정리됐던 시민운동이 지난번 광우병 촛불집회 이후 다시금 불특정 다수의 시민과 직접 실시간 소통을 하는 방향으로 생동감을 얻을 가능성도 있다.
시민들이 3일 청와대뿐 아니라 여의도 새누리당 중앙당사도 공략 상대로 설정, 집회를 진행한 점도 특기할 만한 요소다.
야권은 일단 우여곡절 끝에 단일한 목소리를 내기 시작했지만, 현재 탄핵안 통과를 완전히 자신하는 정치세력은 없다시피하다. 최종적인 탄핵안 통과에는 새누리당 내 비박(非 박근혜)계의 의중이 중요하기 때문.
앞서 새누리당 여러 정치인들도 박 대통령에 대해 불만을 드러냈지만, 막상 박 대통령이 조기 퇴진을 확실히 선언하고 대선 역시 빠르게 일정 가닥을 잡게 되나면 탄핵 처리를 재고해야 한다는 의견도 다시 대두되는 상황이다.
◆새누리당 앞에도 진출, 샤이 탄핵파 압박도 눈길
이런 와중에 다수의 시민이 새누리당 당사 앞을 집회 장소로 특정해 응집력을 보인 점은 새누리당에 큰 압박 요소가 될 전망이다. 새누리당에서는 즉각적인 성명이나 논평을 내놓지는 않았지만, 이른바 '샤이(Shy) 탄핵파' 의원들의 고심이 이번에 드러난 성난 민심으로 크게 동요할 것으로 보인다.

횃불을 들고 집회에 나선 시민들. ⓒ 뉴스1
그러나 여당 내 비주류로서는 박 대통령이 어떤 입장을 내놓을지도 중요하지만 민심도 고려하지 않을 수 없는 것 아니냐는 원론적인 문제를 무시할 수 없다. 그런 압력을 재가 각인시킨 것이 이번 3일 집회 특히 새누리당을 목표로 삼은 집회였다는 것.
탄핵이 제대로 추진되지 않으면 '새누리당 역시 공범'이라는 쪽으로 강한 불만이 집중된 것을 목도한 것은 사실상 이번이 처음이다. 촛불 민심이 여전한 상황에서 탄핵안이 부결된다면 그 충격은 가장 먼저 여당 내 비주류로 갈 공산이 크다.
당 내에서는 입지가 줄고, 밖에서는 탄핵 부결의 공범으로 친박과 도매금으로 넘어갈 가능성이 높다. 부역자 낙인이 찍히면 다음 정치적 도약을 기약하기도 어려워진다.
막상 탄핵 시간표가 제대로 돌아가면 표를 던지는 쪽으로 결심하는 샤이 탄핵파가 늘어갈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는 이유다.
문제는 이렇게 탄핵을 키워드로 해 시작된 촛불, 그리고 광장민주주의의 열기가 좀처럼 꺼지는 대신 오히려 더 강해지는 횃불 상황에 정치권이 제대로 대응할 힘이 없다는 데 있다.
어르신 역할을 할 원로 정치인이 없어 어지러운 상황과 의견 충돌을 조율하고, 국가 비상사태를 헤칠 방안을 보여주는 힘이 떨어지는 한국 정치에 불만을 드러낸 유권자들이 거리로 나왔다.
그렇지만 바로 그런 구심점 부재 탓에 막상 촛불집회를 계기로 더 다양한 여러 시민들의 목소리를 적절히 받아주지 못하는 '소화불량' 상태가 지속되는 것.
이 때문에 야당을 위시한 정치권이 샤이 탄핵파를 확실히 끌어안아 탄핵 가결을 이끌거나, 전격적이고 대승적인 합의를 내세워 박 대통령의 퇴진과 탄핵 자제로 가닥을 잡거나 어느 쪽이든 정제된 모습을 보여야 할 시점이다.
탄핵 부결과 지리멸렬한 정치 싸움으로 흐를 경우 국정 동력은 상실되고 기성 정치권과 거리의 정치가 물과 기름처럼 겉도는 최악의 상황이 올 수도 있다. 이 상황을 피할 방안을 찾지 못하면 곤란한 상황이 전개될 것이라는 우려가 이번 232만 참여 인원 규모로 가늠할 수 있는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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