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라임경제] 대형마트가 몸살을 앓고 있다. 장기화된 경기 침체로 국내 주요 대형마트 매출이 타격을 받고 있는 데다, 유통산업발전법에 따른 규제는 풀릴 기미가 보이지 않기 때문이다.
롯데마트의 매출(국내 기준)은 2012년 이래 꾸준히 줄고 있다. 2012년 6조4650억원에서 2013년(6조4600억원), 2014년 (5조9890억원), 지난해(5조9760억원) 등 3년 내리 감소세다.
홈플러스의 전년대비 매출신장률을 계산해 봐도 마찬가지다. 홈플러스 매출도 4년째 역성장 상황이다.
이런 가운데 지방자치단체들이 관내 대형마트 살리기 방안을 고심 중이다. 강원 원주시는 작년 10월7일 지역 12개 대형마트 및 준대규모점포(SSM)의 의무휴업일을 매월 둘째·넷째 주 일요일에서 수요일로 변경, 즉 의무휴업을 하루 줄여주는 '원주시 대형마트 등에 대한 영업시간 제한 등 처분 변경'을 고시했다. 원주지역 8개 전통시장과 대형마트가 새로운 상생협의를 도출해 원활히 추진될 수 있었다.
경기 용인시 역시 비슷한 시기, 지역의 58개 대형마트 및 SSM의 의무휴업일을 평일로 전환하는 내용의 설문조사를 실시하는 등 규제를 완화해주는 쪽으로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해부터 지역 규제 완화, 국회는 아직 강경?
이런 평일 의무휴업일 변경 추진의 배경은 전통시장과 대형마트가 새로운 상생 협의를 도출해야 한다는 인식이 확산된 데 따른 것으로 보인다. 대형마트 등 외지에서 들어온 대자본 역시 지역의 경제와 주민 편의에 큰 도움이 되는 공생의 파트너라는 인식이 깔려있다고 할 수 있다.
사정은 이렇지만, 국회에서는 대형마트의 영업 규제가 아직 부족하다는 목소리가 높다. 지난 대선 정국을 달군 '경제민주화' 여파가 남아 있는 것으로 풀이되는 대목이다. 이언주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대표 발의한 유통산업발전법 개정안은 대형마트와 SSM 점포를 현행 등록제에서 '허가제'로 바꾸고, 한 달에 2번 실시하는 의무휴업일을 4번까지 확대하고자 한다.
같은 당의 김경수 의원이 대표발의한 유통산업법 개정안도 규제 강화에 초점을 두기는 마찬가지다. 이 개정안은 대형마트와 SSM이 개점할 경우, 해당 광역 지자체에 '상권영향평가위원회'를 설치해 상권 영향 평가를 실시하도록 했다.
국회 내에 반대 의견을 가진 침묵하는 다수가 얼마나 될지는 모를 일이지만, 현재 청와대와 새누리당이 도매금으로 난타당하는 정국에서 보수 정치인들이 목소리를 내거나 세를 규합하기는 쉽지 않다는 점에서 치열한 토론이 진행되기 어려울 것이라는 전망이 유력하다.
그나마 탄핵 논의로 예산 문제를 제외하고는 사실상 모든 법안 검토가 올스톱 중이어서 이 법안도 잠을 자고 있다는 정도가 오히려 위안이라는 것.
현행 월 2회 이르는 대형마트 강제 휴무에 대한 소비자의 불만도 없지 않은 상황. 때문에 과연 이런 제도가 전통시장과 골목상권 활성화 등에 도움이 되냐는 본질적 의문도 여전히 유효하다.
이 같은 법안이 마련된 이래 2012년에서 2013년 전통시장 매출을 비교해 보니 오히려 감소해 큰 효과를 주지는 못하고 있다는 의문이 제기된 바 있다.
무엇보다 경기가 침체되고 소비절벽 상황이 우려되는 와중에, 특정 산업군에 다른 이들과의 공생을 위해 지나친 출혈을 감수하도록 요청하는 것을 잠깐이라도 풀어줄 필요가 있다는 의견도 유통업계에서는 나온다.
◆규제 완화 등 외국 사례 검토나 상생 노력 강화 필요
2015년 11월 한국경제연구원이 발표한 '프랑스 유통업규제 변화 및 국내유통정책에 대한 시사점'에 따르면 프랑스는 40여년간 실시해온 대형마트 규제가 사실상 골목상권 살리기로 바로 연결되지 못했다는 반성 하에 다른 경제적 효과 부양 방법을 모색하고 있다.
한경원 보고서는 "유럽에서 가장 엄격한 출점규제를 실시하는 프랑스조차도 최근 출점허가 기준을 완화하고 일요일 영업을 허용하고 있다"고 밝히면서, 그 근거로 프랑스는 소매업 출점 제한 규제를 도입했음에도 소규모 점포의 매출이 1970년 32.2%에서 2013년 17.8%로 크게 줄어든 반면, 대형점포에 속하는 하이퍼마켓의 매출액은 1970년 3.6%에서 2013년 36.5%로 크게 늘었다는 점을 들고 있다. 이 자료에 따르면 기업형 슈퍼마켓의 매출도 크게 늘었다.
규제가 있어도 대기업의 대형마트 등 편의 효과가 우수한 곳으로 고객이 가는 것을 막을 수 없다는 반성이 일고 있는 것이다.
사정이 이렇다 보니, 지역과 중앙 정치권 간에 의견 조율이나 상생 노력을 실질적으로 강화하는 선에서 규제 방향과 정도를 조율하는 것이 어떠냐는 대안도 거론된다.

이마트가 충남 당진어시장 건물 2층에 입점시킨 '상생 스토어' 노브랜드 전문점의 전경. ⓒ 이마트
전통시장과 대자본이 동시에 잘살 길을 찾은 성공적인 상생 사례가 많지는 않지만, 일부의 노력이 싹을 틔우고 있는 것은 분명하다.
이마트가 노브랜드 전문점으로 올 9월 오픈한 노브랜드 당진 어시장점이 하나의 사례다. 기획 초기 당진 어시장 상인들은 대형마트가 2층에 입점하면 1층 전통시장의 고충이 심화될 것이라고 생각해 반대했지만 대기업의 상생 다짐으로 설득이 이뤄졌다.
실제로 당진 어시장 내부에 들어선 이마트는 '수익보다 상생모델 구축'으로 매출 50% 이상을 차지하는 신선식품 판매를 제외하고, 시설 현대화와 고객편의 시설(어린이 장난감 도서관)을 확충하며 젊은 소비자들의 발길을 이끌고 파생효과를 주변 상인들과 나눠 눈길을 끌었다.
이 같은 사정을 모두 살펴보면, 새삼 지난해 대형마트 규제를 둘러싼 대법원 전원합의체 심리에서 김종필 변호사가 "마트 규제로 납품업자의 매출 감소 피해액이 연간 1조6891억원에 달한다"고 주장한 것이나, 원고 측 참고인 안승호 당시 숭실대 경영대학원장의 "대형마트 의무휴업일에는 소비자들이 전통시장으로 가기보다 오히려 구매를 포기하는 사례가 많다. 규제 효과가 미미하다"는 호소에 더욱 무게가 실린다.
업계 한 관계자는 "대형마트 중심의 현재 형식에 대해 어떤 식으로든 규제가 있어야 한다는 주장도 타당성이 없는 것은 아니다"라고 강조한 뒤, "그러나 지나치게 부작용이 높은 방법 대신 대형마트 등 대자본에도 만족과 기여 기회를 주는 안이 많이 제시돼야 한다는 의견에도 귀를 기울여주기를 바란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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