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닫히는 중국 화장품시장, 대만 '미생'에 기술력까지 잡아야

로또 신화 대신 통관 등 대책 장기전…더마코스메틱 주력 필요

임혜현 기자 | tea@newsprime.co.kr | 2016.11.23 12:09:47

[프라임경제] 중국이 한국에 문을 닫고 있다. 우선 문화산업과 관련해 한류에 화풀이를 하는 것으로 포문을 열었다. 중국 당국은 한국 연예인의 광고 출연과 드라마 방영 등을 금지하는 방향에 맞춰 가닥을 잡은 것으로 보인다. 또 중국 국가여유국이 각 성에 저가 단체 판촉관광 자제·한국 쇼핑 1일 1회 제한 등을 만들라는 규제를 전달한 것으로 전해진 바 있다.

문제는 중국에 수출되는 우리 상품 전반에 이 같은 부정적 해일이 덮칠 가능성이 존재한다는 데 있다. 조용찬 미중산업경제연구소 소장은 21일 한 라디오 인터뷰에서 "관광이나 공산품의 수출 소비에도 유관성이 있지 않느냐?"는 진행자의 질문에 "그렇다"며 큰 우려를 표했다.

그러면서 "현재 (문화 한류에 대한) 제재 강도를 좀 더 직접적 방향으로 쓰고 있다는 건, 그만큼 우리나라 경제뿐 아니라 기업을 타깃으로 좀 더 구체화된다는 점에서 의미가 좀 더 달라질 것"이라는 해석을 내놨다.

이런 가운데 특히 화장품 산업에 대한 우려가 높다. 외교적 마찰 등 예기치 못한 상황이 닥치면서 대중화권 시장에서 재미를 보던 화장품 업계 전반에 타격을 받을 수 있다는 것.

지난달 16일 한국무역협회 베이징지부가 중국 국가질량감독검험검역총국 자료를 분석해 내놓은 결과를 보면, 8월 중국 수입 통관에서 적발된 한국산 화장품과 식품은 총 61건으로 전체 236건 중 25.8%를 차지해 가장 많았다. 앞서 언급한 우려가 단지 기우가 아니라는 방증인 것이다.

식품의약품안전처 발표 자료에 따르면 우리나라 화장품이 가장 많이 수출된 국가가 바로 중국이다. 2015년 기준 41.1% 비중을 차지한다. 전년(2014년) 29.6%보다 11.5%포인트 상승했다. 범중화 경제권에 속하는 홍콩과 대만을 포함하면 비중이 70.45%까지 올라 쏠림현상이 두드러진다.

대만과의 협력을 통해 대중국 화장품 등 수출의 벽을 넘을 필요성이 제기된다. 사진은 '제39차 한-대만 경제협력위원회 합동회의' 당시 모습. ⓒ 전국경제인연합회

이런 터에 중국 시장이 우리 화장품에 빗장을 닫아걸 경우 위축효과는 상당할 것으로 예측된다. 대기업 계열사인 CJ오쇼핑이 알리바바 최대 협력사인 '바오준'과 손잡고 한국의 각종 상품과 중국 e커머스 솔루션 사업망을 연계하는 데 시동을 건 바 있지만, 이런 노력으로 화장품 등 중소기업들에 미칠 전체적인 역풍을 모두 막아주기는 어려워 보인다.

이에 대책 마련에 지금부터라도 본격적으로 나서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특히 대만이 새로운 시장으로 업계의 관심을 모은다.

이와 함께 중국에 이미 상륙한 화장품을 통해 자매품들의 동반 진출 효과를 극대화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크다. 미생(바둑에서 집이나 대마가 아직 완전하게 살아 있지 않은 상태를 말함)인 카드들을 모두 동원하자는 전략이다.

◆"대만 통한 우회 진출 뚫자" 일각에선 2014년부터 선견지명

중국과 대만은 내전으로 갈라서 경쟁해왔지만, 경제협력기본협정(ECFA)의 체결로 경제적 교류가 확고해진 상황이다. 

일찍이 양장석 당시 타이베이무역관장(현재 인천항만공사 경영본부장 영전)은 2014년 8월 대만 현지에서 우리 기업을 상대로 열린 중화권 진출 수출 상담회 중 "중국 시장 제반여건이 성숙해지고 기업경쟁도 치열해짐에 따라 시장진출 문턱이 점점 높아지고 있는 상황"이라고 짚었다.

무엇보다 "경제 협력이 긴밀해져 우리 기업들은 대만 기업과 협력해 중국 진출을 도모해 진입장벽을 낮추는 전략을 고려해야 할 것"이라고 제언했다. 현재 상황은 그런 그의 전망이 현실화된 셈이다.

중국과 대만은 ECFA 체결 후인 2011~2012년 초 화장품 관련 양안의 밀월 관계가 더 달콤했던 에피소드가 있다. 중국은 대만에 대해 식품과 음료, 화장품 등 877개 상품에 수출제한을 가했다. 그러나 이후 양안은 여러 차례 협상을 벌여 수출제한조치를 해제했다

한국이 중국을 상대로 직접 진출 절차를 밟을 때 오랜 시간과 노력이 들어가는 점은 이미 잘 알려진 바와 같고, 그 장벽은 더 까다로워질 것으로 보인다. 일례로 한방과 발효라는 두 키워드로 경쟁력을 갖춘 중소 뷰티업체인 렉스윤은 2006년 9월 중국 심양을 위시해 중국에 진출, 2014년 4월 중국 위생허가를 취득했다.

하지만 완벽한 마무리까지는 더 긴 시간이 걸렸다. 2016년 8월29일에 중국 당국으로부터 정식 수출 통관 판매 승인을 받았던 것. 이것이 그나마 기업이 경쟁력이 높고 부지런하게 발품을 팔아서 가능한 경우였음을 감안하면, 우리 화장품의 정식 통관권 획득의 난이도를 미뤄 짐작할 수 있다.

그래서 중국과 대만 사이의 이런 관계를 활용, 예를 들어 합작 기업을 설립하고 중국에 화장품을 공급하는 방식도 고려할 만하다는 논의는 의미가 있다.

대만도 중국에 경제력 종속 현상이 일어나면서 제조업 공동화 현상이 일어나는 터라, 이 같은 인력 고용 창출로 윈윈하자는 합작 시도를 마냥 배척할 이유도 없다는 게 대만 동향을 잘 아는 이들의 시각이다. 문제는 대만인들이 아직 한국 화장품에 대한 확고한 신뢰를 하지 않는다는 부분이다. 

경쟁력 높이고 기존 히트작 활용해야… 더마코스메틱 등도 주목

22일 KOTRA 타이베이무역관이 닐슨(타이완)과 공동 진행한 설문 조사 결과를 살피면 대만 소비자들은 한류 요인으로 한국 제품에 관심은 높지만 품질에 대한 기대는 높지 않았다. 특히, 대표적 한류 상품인 화장품에 대해 유행성은 뛰어나지만 품질은 중간이라고 평가했다. 이에 조사 보고서에는 저자극성, 피부적합도 등 품질 향상에 더욱 유념해야 한다는 강조가 따랐다.

대만 소비자의 제품별 주요 국가별 선호도. 일본 제품은 6대 품목 모두 80~90%가 넘는 높은 선호도를 보이지만, 한국은 패션의류(57%), 화장품(61%)의 선호도에서 3위로 밀리고 있다. ⓒ KOTRA 타이베이무역관

뒤집어 해석하면 이미 대만을 포함한 범중화 경제권에 많은 수출을 하지만 그 (대만) 시장에 아직 전달되지 않은 요소가 있고, 이 자체를 개척하는 한편 중국 진출 우회로로 활용하는 등 모색할 점이 많다는 긍정적인 신호일 수 있다. 우리 화장품 기업이 주목할 부분도 여기에 있다.

중국 시장을 직접 두드리는 경우에는 더 큰 노력을 기울일 필요가 있다. 지금은 내실을 다진 후 임하기 보다는, 한 제품만 대성공하면 모든 걸 보상받고도 남는다는 심리로 다양한 업체에서 급하게 중국 수출 투자에 나선 경향마저 있었다. 일명 '중국 로또'다. 하지만 이제는 이런 식으로는 문제를 풀 수 없는 시대가 열리고 있다.

클레어스코리아는 게리쏭 마유크림이 중국에서 크게 성공한 이후에도 다양한 관련 제품을 내놓으면서 회사 발전을 도모하고 있다. 사진은 중국인들이 좋아하는 고급스러운 금색 포장을 한 게리쏭 시그니처 오일세럼. ⓒ 클레어스코리아

다만, 중국에서 이미 마유크림으로 히트한 게리쏭 브랜드 등은 여러 제품을 다양하게 내놓으면서 굳히기에 들어가 당분간 중국 당국이 발목을 잡아도 자체 경쟁력을 내세워 헤쳐나갈 여지가 높다는 분석이다. 이런 노력의 모델 케이스를 배우고 적극적으로 다른 기업에서도 이식받을 수 있도록 우리 당국이 도와야 한다는 것.

아울러 고급화와 기술력으로 한층 높은 경쟁력을 과시해 새 시장을 열자는 움직임도 감지된다. 뷰티업계에서 더마코스메틱으로 분류되는 화장품 브랜드들이 그 선봉장 역할을 할 수 있을지 주시하고 있다.

더마코스메틱이란 피부과학(Dermatology)과 화장품(Cosmetic)의 합성어다. 피부 전문가가 만든 화장품이란 뜻으로 피부에 자극을 줄 수 있는 방부제 등을 줄인 화장품이다. 이는 소비자들이 열광할 블루오션으로 꼽힌다. 

전자상거래 전문 파트너사 러치가 지난 21일 '알리바바 티몰 더마코스메틱 전문관 오픈 설명회'를 연 자리에서 하보영 러치 한국사업부 대표는 "중국 더마코스메틱 시장은 환경 및 다양한 외부요인으로 피부문제가 증가하면서 소비자들이 안전성이 검증된 화장품을 선호해 매년 20~30%씩 성장하고 있다"고 설명하기도 했다.

그러면서 그는 "일반 화장품에 비해 2배 넘는 성장률"이라고 강조한 뒤 "홍콩, 대만의 더마코스메틱 브랜드 구매율이 60%인데 비해 중국은 20% 정도로 시장 잠재력이 40% 이상이라고 본다"고 가능성을 한껏 긍정적으로 봤다.

우리 화장품의 중국 진출 여건이 어려워지고 있지만 마냥 길이 없지 않다는 희망의 메시지를 찾는 건 이처럼 어려운 일이 아니다. 활용해 보지 않은 카드들을 손에 쥐고만 있다 실기하지 말고 본격적으로 베팅해야 한다는 목소리에 힘이 실리는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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