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라임경제] 추미애 더불어민주당 대표발 영수회담 해프닝이 최순실 국정농단으로 어지러운 정계를 한층 더 시계불량 상태로 몰아가고 있다.
추 대표는 15일 청와대에서 박근혜 대통령과의 영수회담을 하기로 했으나 다시 이를 돌연 철회했다.
추 대표는 14일 다수 의원들의 강한 반대에 회담 백지화를 선언했다. 이는 현 시점에서 양자회담은 민심을 거스르는 것이라는 당내 기류를 수용했다는 것이 표면적 해석이다.
100만 촛불집회로 탄핵 내지 하야 여론의 강도가 가늠된 상황에서 굳이 대화에 나서는 게 오히려 역풍을 불러올 수도 있다는 정치적 판단도 고려된 것으로 풀이된다.
그러나 이 같은 민의 반영 문제 이면에는 추 대표 체제의 의사소통이 매끄럽지 않다는 우려와 함께 당내 의사구조 작동 이상 가능성 등도 잠복해 있다.
이른바 당내 영향력 문제에서 추 대표 체제의 취약성이 드러났다는 지적이다. 당 대표의 리더십 발휘에 이번 해프닝이 두고두고 악재로 작용할 것이라는 전망도 뒤따른다.
결국 대선을 준비해야 하는 시기에 당권을 쥔 추 대표가 여러 잠룡들이나 당 소속 정치인들의 의중을 파악하고 묶어내는 데 실패했을뿐더러 향후 선거 준비가 다가올 수록 이들의 불만을 때로는 다독이면서 때로는 끌고 나갈 가능성이 난망해진 셈이다.
가장 중요한 것은 결국 당의 오너십은 다른 데 있다는 의혹을 국민들이 한층 더 강하게 갖게 됐다는 점이다. 이번에 회담 철회 해프닝을 빚은 가장 큰 문제가 바로 '문재인 진영'과의 교감 여부 문제였다는 평가도 나온다.
문재인 전 대표 진영에서 회담 추진을 추인했는가의 문제가 불거지면서 곤혹스러운 입장에 처했다는 것.
결국 문 전 대표 측 김경수 의원이 "오늘 추 대표의 영수회담 제안과 관해 문 전 대표는 사전에 연락을 받거나 협의한 바가 없다"고 진화에 나섰다.
문제는 김 의원은 "이후 대응은 당 지도부를 중심으로 책임 있게 논의하고 판단할 것으로 본다"고 부연해 사실상 공을 지도부로 넘겼지만, 이렇게 상황이 흘러가면서 '전직 대표'인 문재인 진영에 책임 소재 분담이 이뤄질 수밖에 없는 구도가 형성됐다는 풀이가 나온다.
문제는 여전한 당내 영향력, 그리고 대선 패배 책임론이 뒤섞여 나타나는 정국을 추 대표의 해프닝이 앞당겼다는 데 있다. 대선 패배 책임론은 친노 계열의 주자로 이번에도 문 전 대표를 택하느냐의 문제로 흘러가면서, 지난 대선에서 질 수 없는 싸움인데도 졌다는 식으로 한층 더 짙은 부담이 되고 있다.
이렇게 되면서 결국 문 전 대표의 대선 재도전 준비는 상당한 노력과 치열한 정치공학적 수싸움을 모두 준비해야 하는 상황이 됐다.

문재인 전 대표가 지난달 6일 자신의 싱크탱크 '정책공간 국민성장(가칭)' 창립 준비 심포지엄에서 박승 자문위원장(가운데), 한완상 상임고문과 머리를 맞댄 채 대화를 나누고 있다. ⓒ 뉴스1
현재 박 대통령의 탄핵을 추진하거나 설사 자발적으로 하야하더라도 대선주자들로서는 이를 떠맡는 것이 정치적 입지에 별로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진단을 하고 있다는 말이 나돈다.
실제로 문 전 대표 측은 이달 23일로 예정했던 정책공간 국민성장의 '발기인대회'를 싱크탱크 자체 논의를 거쳐 연기한 것으로 전해졌다. 엄중한 상황을 감안해 정국을 어떻게 타개할지부터 사회 각계각층 원로그룹 등을 만나 얘기하겠다는 것이다.
공개적 행보를 오히려 조금 더 줄이고 경청과 숙고, 정국 구상을 해야 한다는 생각에, 추 대표발 해프닝이 '그래도 오너는 문 전 대표'라는 인식을 다시 갖게끔 하고, 이렇게 된 이상 문 전 대표가 당의 내부 문제까지 도맡아야 할 숙제가 급히 떨어지게 됐다는 것.
같은 대선 주자라도 당내 위상에서 탄핵이나 하야 문제에 대해 발언하는 문제의 홀가분함에서 박원순 서울시장 등과 문 전 대표는 상황이 다르다. 반갑지 않은 숙제를 어떻게 처리할지 문 전 대표 측의 다음 행보가 이목을 집중시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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