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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중 의존도 줄이기 나선 대만, 문화 교류 강화 골든타임?

美-中 간 경제 줄타기 외교 시동 국면 변화 예상…대중국 교두보 기능 여전

임혜현 기자 | tea@newsprime.co.kr | 2016.11.14 12:33:02

[프라임경제] 대만의 경제 방침이 바뀌고 있다. 한국과 대만은 서로 상당한 규모의 교류를 이어오고 있다. 대만 재정부, 한국 코트라 타이베이 무역관 자료를 종합하면 대만은 한국의 8위 수출국이자 6위 수입국이다. 아울러 대만은 한류를 좋아하고 콘텐츠를 소비하는 대표적인 국가 중 하나.

하지만 2014년과 2015년 자료를 비교해 보면 수출과 수입 규모가 줄고 있는 등 관계 비중이 희미해지고 있다. 1992년 단교 여파를 아직 완전히 해소하지 못하고 있는 영향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한류 역시 꽃미남 아이돌 중심의 배치 투입 외에 퀀텀 점프를 확실히 보여주지 못하고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싱가포르 매체 '마이 페이퍼'는 2014년 연말 '대만에서 신기록 세운 한국가수들, 올해에만 2955만싱가포르달러(우리 돈으로 240억원 상회) 건지다'라는 제목으로 대만 한류를 크게 조명하며 씨엔블루와 슈퍼주니어를 대표적 인기 스타로 소개했다.

하지만 최근 '쯔위 청천백일기 사태' 등으로 한류에 미묘하게 반한 감정이 뒤섞이고 있어 이대로 가다가는 시장 몰락 가능성도 우려된다고 한-대만 교류 전문가인 이훈구 라인앤지인엔터테인먼트 대표는 분석했다.

이런 가운데 대만이 경제구조 변화를 추구하고 있다. 차이잉원 대만 총통이 집권하면서 새로운 경제 개발 모델 건설을 위한 첫 번째 개혁의 일환으로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TPP)과 역내포괄적경제동반자협정(RCEP)등과 같은 다자 간 및 양자 간 경제협력에 적극 참여하겠다고 밝힌 게 지난 5월이다.

미국이 이끄는 TPP와 중국이 주도해 추진하는 RCEP를 차이 총통이 직접 언급한 것은 대만의 신정부가 G2, 즉 미국-중국 간 신경전의 와중에 줄타기 경제외교 전략을 펼칠 것임을 시사한 것으로 해석되고 있다.

대만은 이념이 다르지만 중국을 주요 교역과 투자 상대로 대접해왔다. 하지만 중국 경기가 얼어붙으면서 지나친 대중국 의존도를 덜어내야 할 필요를 느낀 것으로 보인다.

문제는 이런 대만의 몸부림을 우리가 어떻게 활용할지다. 위에서 이미 잠시 언급했듯, 한국과 대만의 교역은 중국이나 미국을 중시하는 무역 구조에 가려져 있다. 문화와 연예산업 관련 교류 역시 중화권을 겨냥한 진출이나 아시아권 개척 등의 일환으로 곁가지 취급을 하는 선에 머물고 있다고 할 수 있다.

하지만 대만이 현재의 위상에 머물지 않고 대외 경제 교류망을 강화하겠다고 움직이는 것은 이런 상황에 대한 변화 필요를 높인다. 중국이 이미 높아진 인건비로 '세계의 공장' 역할을 접게 된 상황에서 대만은 기술력과 적당한 가격대, 그리고 중소기업 중심으로 짜여진 탄탄했던 경제 생태계로 세계 시장을 휩쓸었던 과거의 영광을 재현하려는 포석을 깔고 있는 것으로 볼 수 있다.

한국으로서는 중화권 시장 전체를 노리는 중에 간단히 함께 훑어볼 한 변방이라는 대만에 대한 인식을 고치고, 새로운 독자적 교역 카테고리로 대만에 대한 평가를 재정립할 필요가 높아진 셈이다. 대만이 갖고 있는 경제력이나 기술력 등을 감안하면 글로벌 무대에서 성가신 경쟁자로 맞서야 할 가능성 또한 높다.   

이런 상황에서 일부에서는 차라리 대만에 대한 관심을 접고 다른 데 공을 들여 새 시장을 개척하자는 계산법을 거론할 수도 있다.

'제39차 한-대만 경제협력위원회 합동회의' 당시 모습. ⓒ 전국경제인연합회

하지만 '그럼에도' 대만을 포기하지 말아야 할 이유는 충분하다는 반론도 유력하다. 우선 중국과의 연관망을 완전히 포기하지 않는 선에서 경제 체질을 고치는 노력으로 진행될 것이라는 분석이 유력하다. 대만이 갖고 있는 중국과의 협력 채널을 다양하게 활용해 오히려 안전하게 화장품 등 생활용품이나 문화 콘텐츠 수출을 모색할 수 있다는 것. 이런 관점에는 대만을 여전히 중국으로 진출하는 데 일종의 교두보 역할로 활용할 수 있다는 풀이가 자리하고 있다. 오히려 그 매력도는 오히려 대만의 주가가 글로벌 경제 전반에서 성장할수록 더 높아질 수도 있다고 본다.

한국은 대만이 완전히 변신하기 전에 지금 있는 교류 끈이라도 더 튼튼하게 보강해야 하며, 이를 놓칠 경우 상당히 곤란한 상황에 처할 수 있다는 것. 희망과 우려가 섞인 상황인 셈이다. 새 국면을 대비할 골든타임이 얼마나 남았는지도 불투명하다. 그럼에도 일부에서나마 한국-대만 간 교류를 강화하자는 잰걸음을 시작하고 있어 관심이 모아진다.

한국관광공사는 이달 중 대만 타이베이에서 한국문화관광대전, ITF 타이베이국제여전 한국홍보 등 카드를 연이어 띄운다는 구상을 밝힌 바 있다. 

대만과 한국의 영화 제작 협력이 추진된다. 영화 소원등에 출연하기로 한 왕스핑. ⓒ 라인앤지인엔터테인먼트

관광공사에 따르면 대만과는 지난해 9월 항공협정 시행으로 올 상반기에 항공편수가 최소 43% 이상 증가한 상태다. 올 9월까지 한국을 방문한 대만 관광객은 63만명으로 전년대비 69.3% 성장했다. 쉽게 포기하기 어려운 시장인 셈이다.

민간 차원의 콘텐츠 교류 노력도 시선을 끈다. 대만과 한국 간 합작 형식으로 올해 말까지 '소원등'이라는 영화가 제작된다. 내년 봄 한국, 중국과 대만 등에서 동시 개봉이 추진된다.

먹거리 한류의 경우도 정중동 상황이다. 대만 기업 조에(ZOE)는 한식 비즈니스 기회를 검토한 끝에 지난해 11월, 한국 라면 프랜차이즈 '틈새라면'과 협력했다. 이에 따라 틈새라면 브랜드가 수도 타이베이 번화가에 진출했다. 조에는 3년 안에 매장 수를 5~10개로 늘릴 계획이다.

'LA북창동 순두부'는 대만에서 'JBSD涓豆腐'라는 이름으로 마스터 프랜차이즈 방식 진출을 한 케이스다.

대만 진출의 새 노력을 당국이 많이 발굴, 북돋아주고 경우에 따라서는 대기업들의 도움도 연계해 줄 수 있는 역할을 할 필요가 높은 상황인 셈이다. 다만 미르재단 의혹 등으로 이런 당국 역할론에 제동이 걸릴 참이라 안타깝다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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