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라임경제] 지하철역 구내 편의점 지형이 대대적으로 바뀔 전망이다. 유력 편의점 브랜드 GS25가 파고드는 것. 서울시 산하 서울도시철도공사가 관리하는 6호선과 7호선 구간 역 안에 설치돼 있던 세븐일레븐 매장이 철수한 자리에 GS리테일의 GS25가 입점 준비를 하고 있다.
GS리테일은 입찰을 통해 도시철도와 6·8호선 '역구내 편의점 임대차 계약'을 맺는 데 성공했다. 이로써 5년 뒤인 오는 2021년 11월까지 지하철 이용객들을 맞게 됐다.
GS리테일의 이 같은 진출은 알짜 매장 운영권을 롯데 측으로부터 일부 뺏는다는 점에서 의의가 있다. 지하철역 편의점 매장은 유동 인구의 기본적 보장으로, 상당한 매출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 더욱이 일반 매장이 24시간으로 운영되는 것과 달리 지하철 운영 시간에만 열면 된다는 점에서 근로시간을 단축할 수 있다. 점주들에게는 소위 알짜 매장으로 통한다고 알려져 있다.

GS25가 서울 지하철 6·7호선 역 구내 기존 세븐일레븐 매장들을 대거 물려받아 새롭게 문을 연다. 사진은 개점 준비를 마친 한 신규점포. ⓒ 프라임경제
이외에도 GS리테일로서는 지하철과 관련된 '숙원'을 푼 것이라는 점에서도 관심을 모은다. 2006년 8월 GS리테일은 편의점을 포함한 모든 역사 부대시설을 개발하는 일명 'S-비즈' 프로젝트의 우선협상 대상자로 선정된 바 있으나 서울시의 승인을 도시철도가 얻지 못해 없던 일이 되자 재공모 추진 금지 등 법적 분쟁을 일으킨 바도 있었다.
하지만 이렇게 좋은 소식임에도 일각에서는 우려를 제기하고 있다. 바로 역 인근의 '목 좋은 곳'을 골라 계약을 체결하고 GS25를 운영해온 가맹점들이 존재하기 때문.
◆2006년 법정공방 숙원 풀었지만, 역 앞 기존 가맹점 어쩌나?
편의점 분야에서는 일명 거리 출점 제한 룰이 상식으로 통한다. 같은 브랜드의 편의점이 가까운 거리에 새로 문을 열게끔 가맹 계약을 또 한다는 것은 상도의상 문제라는 여론에 생긴 룰이다.
문과 문 사이(가맹본부 즉 통칭 편의점 본사에서 선호하는 측정방식으로 알려져 있음)냐, 벽과 벽 사이(상권보증거리 개념. 분쟁을 제기하는 가맹점주들이 더러 근거로 사용하는 방식)냐에 따라 다르기도 하고, 직선거리 대 횡단보도 위치 등 반영거리 논란 등 문제가 전혀 없지는 않다.
또 다른 브랜드의 편의점이 생기는 것까지 방어할 수도 없다. 하지만 모범거래 기준안에 의거한 일명 250m룰은 그나마 치열한 경쟁에 직면한 편의점주들에게는 든든한 방패가 돼 왔다.
이후 가맹사업거래의 공정화에 관한 법률이 손질되면서 부당한 영업지역 침해 금지(법 제12조의4)가 명시됐다. 물론 공정거래위원회 관계자의 해설처럼 250m 기준까지 법 테두리 안에 들어간 것은 아니나, 같은 법 시행령 제13조의4 규정 해석상 마지노선으로 보는 의견이 많다.
문제는 해당 호선들 내부의 편의점 매장을 모두(일명 패키지딜) 넘겨받다 보니, 이런 세밀한 검토와 배려가 실종될 가능성이 제기되는 것.
도시철도 관계자는 "6호선과 7호선 내 편의점에 GS25가 들어온다"고 확인해주면서 "공실이 생기든 어떻든 GS리테일에서 406개 점포 자리를 모두 넘겨받는다"고 말했다. 현재 편의점 자리 중 거의 대부분이 그대로 대체 오픈될 가능성이 높은 것.
실제로 역들을 둘러본 결과, 매장 개발이 거의 끝나 개점이 즉시 가능하거나(6~10일 기준) 어떤 형식으로든 공사를 시작하는 등 상황임을 감안하면, 지하철역 내 개점 GS25 숫자는 상당할 전망이다.

구글의 앱을 사용해 역 구내에 들어설 GS25 매장과 기존 역 앞 GS25 가맹점 간 거리를 측정해 본 결과, 100m를 약간 넘는 사례들이 파악됐다. ⓒ 구글
이에 본지는 공사 진척 상황상, 일부 개점이 임박한 것으로 보이는 연신내역과 구산역, 광흥창역 등 주변의 가맹점들을 살펴봤다. 거리 측정에는 구글의 만보기 앱을 사용했다.
기존 세븐일레븐 자리에 들어설 새 GS25 업장으로부터 기존 역 앞(인근) GS25 매장의 문 앞까지 거리를 잰 결과, 연신내역의 새 가맹점부터 계단을 타고 올라가 1번 출구 앞 '연신내역점'까지는 133m였다. 구산역 구내에 새로 입점할 매장부터 기존 가맹점인 3번 출구 앞 GS25 '구산역점'까지는 140m. 한편, 같은 방식으로 재 보면 새 매장과 '광흥창역점'까지는 불과 110m에 불과했다. 전반적으로 250m는 고사하고 상당한 제로섬 게임이 불가피한 거리 내에 '형제 편의점'을 경쟁자로 맞이하게 되는 셈이다.
◆'만보기 앱' 돌려 보니 110m 새 경쟁 케이스도…'상생선포' 헛말 돼
편의점을 열어 운영할 때 사업장당 환산임차료(보증금을 월세로 환산해 계산한 금액: 2012~2014년 평균)는 월126만원을 웃돈다. 권리금, 보증금을 포함해 초기 투자비용만 1억원 가까이 들지만 하루 매출은 150만원 안팎인 경우가 많다.
여기서 임차료와 100만원이 넘는 각종 공과금, 450만원인 아르바이트생 급여 비용까지 모두 떼고 나면 한 달에 가맹점주가 손에 쥐는 돈은 200만원 안팎이다.
역 앞이라는 이점을 살려 매출을 더 거둘 수도 있으나, 권리금이나 세가 더 높다는 점을 고려하면 역 앞 편의점들의 수입이 위에서 거론한 평균적인 수준보다 엄청나게 크지는 않을 것으로 보인다.
이런 상황에 지하철역 구내 편의점까지 밀고 들어오겠다는 본사의 방침은 가혹하다는 평을 피할 수 없을 것으로 보인다. 경쟁기업을 의식한 공세는 불가피하지만, 이것만으로 가맹사업법 시행령상의 예외가 된다고 보기 힘들기 때문이다. 시행령에서는 "상권의 급격한 변화 등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사유가 발생하는 경우란 다음 각 호의 어느 하나에 해당하는 경우를 말한다"고 정하고 있다.
구체적으로 △재건축, 재개발 또는 신도시 건설 등으로 인하여 상권의 급격한 변화가 발생하는 경우 △해당 상권의 거주인구 또는 유동인구가 현저히 변동되는 경우 △소비자의 기호변화 등으로 인하여 해당 상품·용역에 대한 수요가 현저히 변동되는 경우 △제1호부터 제3호까지의 규정에 준하는 경우로서 기존 영업지역을 그대로 유지하는 것이 현저히 불합리하다고 인정되는 경우 등이다.
하지만 지하철역 구내 입점은 어디에도 부합하기 어려운 공격적 '땅따먹기' 출점인 셈이다.
250m가 절대 불변의 요청이 아니라 해도, 이 같은 출점 시도가 과연 타당성이 얼마나 있느냐 설득력을 얻지 못하고 있다는 지적에는 다른 이유도 있다.

광흥창역 앞의 기존 GS25 매장. 가까이 역 출입구가 바라다 보인다. 역 안에 새 매장이 들어오는 것이 상도의상 문제라는 지적이 나올 수밖에 없는 이유다. ⓒ 프라임경제
실제로 지난 7월, GS리테일 산하 편의점 GS25는 서울 나인트리컨벤션에서 업계 최초로 가맹점주와 본사 간 상생협력협약을 체결했다.
이 자리에서 GS25는 기존 가맹사업법과 가맹계약서의 철저한 이행을 공언하는 한편 가맹계약서를 보완하는 명확한 기준을 제시, 가맹점주와 본사 간 상호협력을 통한 상생을 도모하겠다고 선언했다. 무엇보다 이 협약에서는 영업권 보호를 위한 점포별 거리 기준도 강화했다.
GS25는 점포별로 250m의 거리 제한을 두는 영업지역 보호 기준을 명시하는 한편 거리 측정에 대한 세부 기준을 정립할 방침이라고 해 언론들이 이를 대대적으로 보도했다.
그렇다고 GS25가 이런 '식언'을 해야 할 정도로 살림이 어려운 것도 아니다. GS리테일은 편의점 효과로 3분기도 호실적인 것으로 파악된다. 편의점 GS25 매출액과 영업이익 성장률은 각각 17.6%, 28.6%다. 편의점 매출액은 1조5200억원 정도다.
아울러 11일 유의동 새누리당 의원이 공정거래위원회로부터 제출받은 가맹업 자료에서도 GS25 편의점의 신규 출점 효과는 눈부시다. 이 자료에서는 가맹점수가 많은 상위 브랜드 가운데 '편의점'이 4곳이나 됐으며 아울러 그중 1~3위를 GS25와 씨유, 세븐일레븐 등 빅3 편의점이 차지했다.
상생을 주요 경영 키워드로 스스로 택했음에도 지하철역 구내 편의점 진출 같은 무리수를 둔 데 대해 불만이 제기될 수 있는 자승자박 국면이라 시선이 더 모아진다. 이번 상황을 다른 편의점 브랜드들이 타산지석으로 삼을지도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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