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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환조사 임박 신동빈 회장, 살 내주고 뼈 취할 묘책 있나

비자금 논란 털고 제2롯데월드 등 현안 챙길 전화위복 계기 삼을지 눈길

임혜현 기자 | tea@newsprime.co.kr | 2016.09.19 09:57:55

[프라임경제] 롯데그룹이 검찰의 대대적인 수사로 창립 70년(일본 롯데 기준) 만에 가장 큰 위기를 맞고 있는 가운데, 20일 신동빈 그룹 회장의 소환이 수사에 분수령이 될지 주목된다. 

신격호 창업회장 시절부터 시작된 그룹 구조적 문제에 동주-동빈 형제 간 갈등이 얽혀 있어, 이번에 그룹의 최고 책임자인 신 회장 수사가 어떻게 풀리느냐에 따라 총수 일가의 경영 공백 사태가 본격화되거나 마무리 단계로 접어드는 갈림길에 설 수 있기 때문이다.

우선 서울중앙지검 롯데수사팀이 20일 조사에 나서는 가운데 검찰이 주력할 문제는 신 회장이 롯데그룹 오너 일가와 계열사의 횡령, 배임 및 탈세 등의 혐의에 직간접적으로 관여했다는 의혹이 될 전망이다.

신 회장은 전자금융기기 임대사업을 하고 있는 롯데피에스넷의 유상증자 과정에 계열사를 무리하게 동원해 회사에 손해를 끼친 배임 혐의를 받고 있다.

현금지급기기 제조사인 롯데피에스넷은 2010~2015년 사이 총 360억원 규모의 유상증자를 실시했으며, 여기에는 롯데쇼핑 내 편의점 사업을 맡고 있는 코리아세븐을 비롯해 롯데정보통신, 롯데닷컴 등이 참여했다.

또 검찰은 롯데케미칼이 원료 구매 과정에서 일본 롯데물산 등의 계열사를 끼워 넣어 일종의 '통행세'를 걷는 수법으로 비자금을 조성한 혐의에 대해서도 신 회장을 추궁할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문제풀이가 쉽지 않을 것이라는 예측 또한 벌써부터 나오고 있다.

우선 고(故) 이인원 부회장 자살 문제 등으로 롯데 정책본부 역할과 위법성 입증에 상당한 차질이 빚어지게 됐다는 해석이 유력하고, 롯데월드타워 문제가 수사망에서 사실상 제외됐다는 점 역시 검찰 수사에 한계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롯데월드타워 문제는 이명박 정부 시절 인허가 과정에서 각종 비리에 연루됐다는 의혹을 받아왔지만 검찰은 이 부분은 수사대상이 아니라고 선을 그어 온 상황이다.

롯데월드타워는 수사 제외, 한일 양국 걸친 경영구조도 난제

결국 한국과 일본에 걸친 롯데의 독특한 경영구조가 수사 대상이 되는 그룹, 특히 신 회장으로서는 상당한 방패가 되어주고 있다는 것. 케미칼 수사 등 대부분의 문제에서 차질이 빚어지고 혐의 입증에 어려움이 커지면 결국 3부자가 동시에 수사 후 구속되는 등 초강수를 검찰이 택할 여지가 줄어든다. 현재까지 이들이 동시에 수사 선상에 올랐다는 어려움만 극복하면 된다는 희망 역시 남아있는 셈이다.

롯데그룹 계열사에서 수백억원대 부당 급여를 수령한 의혹이 제기된 신동주 전 일본롯데홀딩스 부회장의 문제가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상 횡령으로 처벌될 가능성은 형의 처벌 논거로만 작용할 것으로 보인다. 신 회장이 형을 회유하는 수단으로 이런 급여 처리를 해 줬을 경우 동생 신 회장 역시 회사에 손해를 끼친 배임 혐의를 받게 되지만 비자금 등 다른 이슈를 놓친 상황에서 이것만으로 현직 그룹회장을 구속으로까지 밀어붙이기에는 부족하다는 것.

이에 따라 신 회장으로서는 비자금 조성과 사용 책임 문제에서 과거 창업주 시대의 구태일 뿐, 이에 대한 책임에서 상당 부분 자유롭다는 기조 하에 직접적 책임을 추궁당하는 것을 피할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다(이는 고 이 전 부회장의 유서 취지와도 같음).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이 20일 소환되면서 롯데그룹 수사가 분수령을 맞게 된다. 오히려 이번 수사를 계기로 신동빈 체제가 굳건해지고 부친과 형의 영향력을 차단하는 전화위복이 될 가능성도 제기된다. ⓒ 뉴스1

이후 신 회장은 그룹 현안을 챙기면서 장악력을 높이는 시도를 할 것으로 예측된다. 롯데월드타워를 포함해 강남 지역 사업장을 집중적으로 챙길 가능성은 실제로 지금도 감지되고 있다. 서울 시내면세점 신규 특허를 추진함으로써 월드타워점의 부활을 노리는 것이다. 실제로 롯데그룹이 롯데월드타워를 완공시키고 면세점 재진출 등을 완성할 경우, 수사 국면으로 떨어진 성장동력을 대부분 회복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신 창업회장이 후견 개시 결정으로 독자적으로 경영에 입김을 넣을 가능성이 차단되고 형 신 전 부회장 역시 수사 대상이 된 것을 계기로 입지가 줄어들면 신 회장으로서는 어부지리를 얻을 여지가 있다는 전망은 그래서 나온다. '신격호 퇴장 -신동주 몰락' 이후 신 회장이 구속을 면하는 한, 그룹 재건의 주도권과 명분을 쥐고 이를 유리하게 활용할 수도 있다. 살을 내 주고 뼈를 얻는 전화위복이 될 수 있다는 시나리오다.

롯데월드타워 바탕으로 일본쪽 영향력 콘트롤이 관건  

다만, 신 회장이 롯데 안팎의 여러 상황 변화를 모두 극복하면서 이런 유리한 기회를 살려낼 수 있을지 단언하기 어렵다는 지적도 나온다. 

향후 일본 경영진과 주주들의 영향력이 커질 것이라는 전망이 벌써부터 나오고 있는 것. 이번 갈등으로 한·일 롯데 그룹의 사실상 지주회사인 홀딩스의 경우 일본 임원들이 경영권에 영향력을 행사할 여지가 높다는 점이 드러났다. 

홀딩스는 롯데 지배구조의 정점으로, 현재 한국 롯데그룹의 지주회사격인 호텔롯데의 지분도 19% 정도 갖고 있다. 하지만 이 홀딩스의 지분 구조만 놓고 보면, 롯데 일가의 지배력은 매우 취약한 상태다.

롯데홀딩스와 상호출자 관계로 의결권이 없는 LSI를 제외하면 광윤사(28.1%)와 종업원지주회(27.8%), 관계사 및 임원지주회(20.1+6%)가 1/3씩 지분을 고루 나눠 가진 셈이다.

문제는 오너 일가의 지분율이 확실하게 절반을 넘지 못한다는 점이 과거에는 큰 문제가 안 됐지만, 이제 동주-동빈 형제 간 갈등이 '변수'에서 '상수'로 완전히 굳어진 상황에서는 이것이 심각한 약점이 된다. 임직원들이 지분을 쥐고 있는 '지주회 조련'을 어떻게 할지 신 회장으로서는 늘 좌불안석 상태가 된다는 것.

특히 임원지주회와 종업원지주회가 스스로의 힘을 이번 사태를 계기로 자각하게 되면서, 여러 당근을 줘야 하는 부담이 생기는데, 비자금 조성과 사용 등이 향후 어려워진다는 어려움도 숙제가 된다.

정책본부를 통해 한국의 롯데 계열사들과 일본 롯데, 오너 일가가 서로 긴밀한 연결을 추구할 가능성이 줄어드는 변화 기로에 선 것도 관심 대상이다. 이번에 자금 파이프라인이 대부분 점검 대상이 된 점도 향후 경영 방침에 영향을 미칠 대목인 것이다.

수사와 기소 대상에서 요행 벗어나더라도, 한국 계열사를 통해 조성된 자금을 일본 롯데와 오너 일가가 부정하게 착복할 가능성에 주목하는 눈이 많아진 것은 부정적 상황이다. 이런 문제를 일으키지 않는다는 것을 보여주면서 과거 재벌과 같은 경영 장악을 하는 게 녹록치 않을 것으로 여겨져, 정책본부의 역할모델 변화와 한국과 일본 롯데간 관계 재정립은 어떤 식으로든 단행돼야 한다는 주문이 불가피하다.

신 창업회장 시절의 '셔틀경영'은 어떻든 막을 내리게 됐다는 점에서 '신동빈의 롯데'가 반복돼온 국적 논란을 극복하고 한층 독창적인 색깔을 띤 집단으로 거듭날 가능성 역시 조심스럽지만 예측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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